"저는 나이 40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써봤어요. 제가 그런것처럼 세대에 따라 자라온 환경이나 방식, 그리고 경제적 가치가 다르지 않을까요. 서울 자가 대기업 부장이라는 여러 타이틀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의 기준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니겠죠. 행복을 지켜내는 방법 역시 다 다를 거라 봅니다."
회색 수트에 검은 니트, 은테 안경을 쓴 배우 류승룡이 말했다. 평소 패션에 관심 있는 50대 부장에게 어울릴 착장 그대로였다. 2010년 MBC '개인의 취향' 이후 15년 만에 안방 극장으로 돌아온 류승룡이 대기업 영업팀 부장 '김낙수'로 분했다.
"아빠처럼 살고 싶지 않아"라는 아들과 "실망했다"고 한숨 쉬는 아내와 함께 김 부장은 어떤 행복을 찾아나갈 수 있을까. 류승룡은 "꼰대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김낙수를 통해 다른 입장에 있는 여러 세대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낙수 부장의 전환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제작발표회. 왼쪽부터 차강윤, 조현탁 감독, 명세빈, 류승룡
JTBC
22일 서울 구로구 더링크 호텔서 JTBC 토일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아래 김부장 이야기)'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송희구 작가가 쓴 각종 커뮤니티 조회수 1000만회, 단행본 판매부수 30만 권에 달하는 소설이 원작이다. 누군가에겐 선망의 직장(대기업)과 직함(부장)일 수 있지만, 사는 게 다 그렇듯 김부장 역시 쉽지 않은 일을 마주한다. 평탄한 삶을 살며 임원 승진을 목표로 했던 그에게 걸린 브레이크는 '좌천'이다.
'서울 자가'라는 쉽지 않은 과업을 이뤘고 명문대 다니는 아들도 있어 어디 가서 주눅든 적 없던 그가 갑자기 회사에서 좌천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김 부장은 직장 내 위기와 삶의 전환점을 어떻게 마주하며 이어 나갈까. 드라마는 12부에 걸쳐 세상 앞에 다시 서려는 김 부장의 이야기를 담는다.
모순된 현실을 깊이 있게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SKY 캐슬'로 55회 백상예술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조현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50대인 그 역시 '김낙수'에서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원작 소설 세 권을 단숨에 읽었어요. 주인공인 김낙수와 비슷한 연배라 완전히 몰입했죠. 원작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어떻게 가족을 꾸리고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궁금했어요. 김낙수라는 한 명의 특별한 예일 수도 있지만, 그 안으로 파고들어 이 사람의 서사를 살펴보면, 이 사람이 또 모든 사람을 대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어느 가정의 모습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을 때 펼쳐지는 난관과 어려움을 조 감독은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게 하려 공들였다. 그는 "주인공이 50대 중년 부장의 이야기라 2030 시청자들이 이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서 "지금 세대 간의 단절된 흐름이 있는데, 드라마가 그런 것을 메울 수 있고 약간의 대안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 류승룡이 인간미 넘치는 '대기업 김부장'으로 분했다.
JTBC
"저는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는데 '영포티'라는 슬픈 말이 있더라고요. 그런 괴리감을 이 작품이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 저희(50대)가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인데 이런저런 고민을 요즘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간극을 좁히는데 이 작품이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류승룡 역시 '50대'와 '꼰대'만으로 김 부장을 바라보기 원치 않아했다. 그는 "우리들의 아버지라는 게 '50대' '꼰대' 그리고 '광대'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본다"면서 "물건을 하나 사도 윗 상사 보다는 덜 비싸고 후배 보다는 좀 더 있어 보이는 걸 고르는 모습이 웃기면서 슬프지 않나. 꼰대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김 부장"이라고 소개했다.
가족의 무게
▲‘김 부장’ 제작발표회 박경림-조현탁 PD-류승룡-명세빈-차강윤. JTBC
직장 생활 25년 차 김 부장의 고군분투를 곁에서 함께하는 건 역시나 가족이다. 아내 박하진 역을 맡은 명세빈은 회사에서 남편의 위상이 흔들리자 다시 사회로 뛰어든다. 이날 명세빈은 "친한 친구에게 이 작품을 맡았다고 하니 (작품을 안다면서) 많이 공감해 주더라. 그 정도로 우리에게 있을 법한 일을 다룬 작품"이라면서 "남편이 집에 왔을 때 편하게 해주려는 마음을 담아 연기했다"고 말했다.
곁에서 조 감독이 명세빈의 캐스팅을 두고 "가정에서 아버지가 사고를 치면 그 가족이 다 요동치지 않나"라며 "한 때 고왔던 20대의 어머니가 남편으로 인해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다. 세빈씨는 처음 긴 머리로 만났는데, 역을 구체화하며 짧게 머리 자를 정도로 캐릭터를 자기화했다"고 부연했다.
명문대에 다니는 아들 김수겸으로 분한 차강윤은 "촬영하며 부모님을 많이 떠올렸다"고 했다. '50대 남성이 주인공인 드라마에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묻자 그는 "류승룡 선배님 연기를 보면서 제 아버지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제 또래인 2030 세대들도 우리 드라마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류승룡 역시 "'김부장 이야기'는 중년의 삶을 전반에 내세우지만, 그 속에는 누군가의 과거 혹은 미래가 담겨있다. 전 세대의 공감을 자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김부장 이야기'의 마지막 화를 편집하다 왔다는 조 감독이 '삶의 고비'에 선 우리의 모습을 언급했다.
"우리 작품은 김낙수가 11번 죽을 고비를 넘기는 이야기를 담아요. 사실 우리 모두가 죽을 고비를 넘고 있지 않나요. 김낙수 부장이 어떻게 이 고비를 이겨내고 통과하는지, 그리고 가족들은 어떻게 함께 이 과정을 지나가는지, 마침내 고비를 다 지난 사람의 얼굴은 무엇을 품고 있는지 고민하며 촬영했습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김 부장의 첫 얼굴은 오는 25일 오후 10시 40분에 JTBC에서 처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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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이야기' 류승룡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영포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