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로 뜨거웠던 홍경 "촬영 끝나고 눈물 날 지경이었다"

[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서고명 중위로 분한 배우 홍경

1970년대 독재 정권과 중앙정보부의 서슬 퍼런 권력, 음으로 양으로 온갖 공작이 난무하던 때에 말대로 드라마 같은 일이 있었다. 일본 내 급진 테러단체가 자국의 항공기를 납치해 평양을 향하고 있었고, 이 사실을 간파한 중앙정보부는 납치된 비행기의 통신을 가로채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속여 승객들을 구조하게 된 일이다.

요도호 납치 사건으로 알려진 실제 역사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로 재탄생했다. 인명피해 없이 승객 전원이 구조됐고, 승객들을 대신해 평양까지 자진해 볼모로 간 일본의 운수정무차관과 요도호 기장과 부기장은 이름이 남았지만, 통신 납치를 주도하고 실행한 한국 측 관제사와 기획자의 이름은 가려졌다. 영화는 이를 아무개(설경구)와 서고명 중위(홍경)로 설정, 시청자들의 구미를 한껏 당긴다. 특히 2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해당 작품에 참여한 배우 홍경은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한껏 뜨거웠던 심경을 밝혔다.

출세욕의 이면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서고명 중위를 연기한 배우 홍경.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서고명 중위를 연기한 배우 홍경.넷플릭스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뜻답게 서 중위는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출세욕이 상당하다. 남파 공작원의 아들 아무개는 익명의 기획자로 중앙정보부에 충성하는 존재로 서고명을 한눈에 알아본다. 국내에 몇 안되는 미군 랩컨(레이더 관제사) 시험을 통과한 실력과 야망을 겸비한 서 중위를 두고 홍경은 "마음이 뜨거웠던 인물"로 해석하고 있었다.

"영어, 일본어를 잘 구사하는 것도 그렇고 미군 랩컨으로 일했다는 점도 그렇고 어떤 에너지가 큰 친구라 생각했다. 상하 관계가 분명한 조직에서 일함에도 명령에 마냥 따르는 걸 반기지 않는 것 같았고 야망도 뜨겁게 느껴져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본인의 야망과 승객들이 처한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하잖나. 그런 면이 더 인간적으로 보였기에 감독님과 표현에 있어서 세밀하게 얘기했던 것 같다."

혈기왕성한 젊은 군인 서고명의 과거가 영화에서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다만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던 부친이 상사가 던진 수류탄에 두 다리를 잃었다는 정도만 묘사된다. 이 정도만으로 서 중위가 군대 문화나 당시 대한민국 정부에 품고 있을 복잡한 내면을 상상할 수 있다. 홍경 또한 그런 설정을 실마리 삼아 캐릭터에 생기를 더해갔다고 한다.

"서고명 자체가 그 시대상을 보여주는 상징같았다. 쉽사리 반항할 수도 없고, 중앙정보부 박상현 실장(류승범) 앞에서 겨우 무릎을 꿇는 모습에서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싶기도 했다. 나머지는 시청자분들이 상상해주시면 좋겠다. 제 입장에선 그의 반항적 기질이나 랩컨을 택한 배경 등을 상상해가며 준비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캐릭터 연기 뿐 아니라 설정상 유창해야 했던 영어와 일어의 경우 실제로 언어를 익히듯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캐릭터를 위해 4개월간 식단을 하며 7kg을 찌우기도 했다. 영화를 본 시청자는 물론이고, 변성현 감독 또한 한 행사에서 홍경이 일본 배우들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제 출연이 빨리 결정되어 4개월 정도 준비할 시간이 있었기에 제작진분들 배려로 언어 선생님과 관제사 선생님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며 홍경은 겸손하게 말했다.

"<청설> 때 수어를 배운 것도 그렇고, 제겐 이런 게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라 잘 준비하려 한 건 맞다. 대본에 적힌대로만 외우면 현장에서 외국인 배우분들과 연기할 때 서로 당황할 수도 있기에 언어적으로 접근한 건 맞다. 뻔한 얘기지만 사전 준비 단계를 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결과물을 보고 나선 적어도 제가 부끄럽지 않은 걸 남겼다는 믿음이 생겼다. 흥행 결과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스스로 20대를 보내며 뭔가 추구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굿뉴스>는 그걸 총망라한 작품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굿뉴스> 스틸.
영화 <굿뉴스> 스틸.넷플릭스코리아

영화애호가 홍경, 다양한 작품 섭렵 중

같은 맥락에서 홍경은 자신을 눈여겨보고 발탁해 준 변성현 감독에게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형래 촬영 감독님, 한아름 미술 감독님, 이길규 조명 감독님 등 변 감독님 세계엔 이미 어마어마한 스태프분들이 함께 하고 있다"며 "현장은 마치 잘 동작하는 메카닉같은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전부터 알고 있던 사건을 감독님이 블랙코미디로 푼다는 상상력이 반가웠다. 막상 나온 결과물은 시나리오 그 이상이더라. 제겐 준비하시면서 서고명이 이야기의 심장이라 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며 임했다. 감독님은 스태프분들과 배우들과 건강한 토론을 하며 현장에서 즉각 수용하시기도 했는데 저도 마치 코너에 몰린 듯 서고명의 감정을 털어놓으며 완성해갔다. 너무 짜릿하고 재밌는 현장이어서 촬영이 끝났을 땐 혼자 아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인터뷰 중 유독 홍경은 뜨겁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이제 막 세 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그다. 30대의 막을 올리며 그는 "<굿뉴스>가 제겐 다음을 걸어갈 수 있게끔 하는 연료이자 20대에 남긴 지문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열정 때문일까. 인터뷰 중 홍경은 아무도 없는 집임에도 <굿뉴스>를 무한 재생 설정해놓고 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만큼 작품이 널리보이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평소 예술영화관과 영상자료원 등을 자주 다니는 영화 애호가로도 알려진 그가 작품을 대하는 특별한 태도로 볼 수도 있다. SNS상엔 홍경이 추천했다는 작품들 목록이 떠돌기도 한다. "일부는 맞고, 수정하고 싶은 작품도 있다"며 그는 "정말 좋아하는 건 혼자만 알고 싶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최근 본 작품 중엔 <형사 서피코>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 <뜨거운 오후>도 좋았다. 둘 다 1970년대 영환데 알파치노의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이야기에 또한번 뜨거워진다던 그다. <굿뉴스>를 통해 드러난 분명한 사실은 홍경이란 배우가 허투루 하지 않는 배우라는 것. 그는 "인간이란 게 한 가지 면만 있는 게 아닌 복잡한 유기체라 생각하는데 저부터도 단면적인 것만 보고 규정짓지 않으려 한다"며 "<굿뉴스>를 보며 그런 다양성과 너그러움을 생각하고 있다"고 현재 생각하는 좋은 뉴스의 정의를 덧붙였다. 그의 이후가 좋은 뉴스로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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