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정 프로필 사진
민희정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잡으려고 해본 적은 없어요."
민희정은 단언하듯 말한다. 그는 전통을 경외의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낯섦과 유머를 입혀 '살아 있는 전통'을 드러내는 방식에 가깝다.
"낯선 이미지, 유머, 유쾌함.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예요. 공연의 정서뿐 아니라 구조적 리듬을 조절하는 장치로도 쓰이죠. 앞부분이 너무 팽팽하면 중간에 가볍고 의외의 순간이 필요해요. 거기서 긴장과 즐거움이 생기거든요."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무용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실기 석사를 마쳤다. 전통춤에 대한 깊은 수련을 거친 그는 어느 순간, 그 전통이 자신의 몸을 규정짓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다고 회고한다.
"한때 전통춤은 제 몸의 속성을 부정하고 특정한 틀에 넣는 작업처럼 느껴졌어요. 마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물처럼 제 몸이 사용되는 느낌.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몸, 개개인의 루틴과 수련 과정에 집중하게 되었죠."
〈한국무용?〉(2021)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다큐멘터리 댄스 드라마다. 무용수 자신의 경험으로 '호흡'과 '팔사위'를 다시 정의하고, 자신만의 춤을 길어 올리는 작업이었다. 〈고고苦苦〉(2022)는 삶의 순례자적 고통을 다루며, 그는 이 작품으로 대전뉴댄스페스티벌 차세대 안무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민희정은 "그렇게 대단한 상도 아니고, 작품도 여전히 미흡하다"며 스스로를 낮춘다.
이어지는 〈한국춤의 맥〉(2023)에서는 전통과 자신 사이의 거리감을 정면으로 탐구한다. 전통을 '한 사람의 계보학'이라 정의하며,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습관, 훈련이 만들어내는 몸의 자연스러움에 주목했다. 2024년의 〈팔춤〉은 팔사위의 움직임을 통해 청년 세대의 '자리잡기'를, 〈신무와 도구들〉은 전통과 현대, 실험과 혼종 사이의 새로운 춤 언어를 시도한다.
민희정의 작업은 일관되게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믿고 있는가, 어떤 전통을 몸에 새기고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답을 먼저 내리지 않는다.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해요. 그리고 작업을 끝내고 나서야 '아, 내가 이런 걸 찾고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죠. 관객도 저처럼 그 질문 위에서 각자 다른 해석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그의 무대는 매끄러운 메시지보다 불편한 질문으로 남는다. 그 지점에서 민희정은 타협하지 않는다.
이제는 당사자가 아니라 관찰자로
▲〈체화> 공연 포스터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는 지금 자신을 "한국춤의 당사자라기보다는 제3자에 가까운 관찰자"라고 말한다.
"한국춤이 지금 어디쯤 있는지,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저는 이제 한국춤을 관찰 대상처럼 봐요. 생명체 같아요. 변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죠. 그 변화 속에서 이 생명체가 동시대 안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지켜보려 해요."
지난해 서울무용센터 입주 예술가로 선정되었지만, 그는 "별다른 교류는 없다"고 쿨하게 말한다. 오히려 그런 고립 속에서 자신의 궤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공부가 절실하다는 걸 느꼈어요. 이 문화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내가 해온 것들과 이제 처해진 환경 사이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더라고요."
〈체화〉 이후의 계획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전혀 모르겠어요. 제가 장기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계획성과 유동성이야말로 지금 민희정이 춤추고 있는 무대다.
민희정의 춤은 불완전한 상태로 우리 앞에 놓인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믿음이 무너질 수 있음을 아는 사람만이, 그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를 끝까지 바라볼 수 있다. 민희정은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질문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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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써왔다. 월간지 <문화+서울>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신문에서 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만나 이아기를 전하며, '서울문화투데이'와 '더프리뷰' 등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