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팝업 스토어는 오는 26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신나리
오아시스의 곡은 20대이던 내 '청춘'의 곁도 지켰다. 뭘 해도 안 되는 거 같은 시기, 취업을 준비하며 수십 군데 지원을 하고 겨우 면접을 봐도 탈락에 탈락이 겹쳐 인생이 '탈락'된 거 같은 시기였다. 그때 오아시스의 곡 'Don't look back in anger'를 반복해 들었다. "Don't you know you might find A better place to play?(알고 있잖아, 네가 훨씬 더 나은 날들을 마주할 거란 걸)"의 구절을 듣고 또 들으며, 겨우 '이 다음'을 상상했다. 'Some Might Say' 노래 속에서 "Some might say we will find a brighter day(어떤 이들은 우리가 더욱 밝은 날들을 마주할 거라고 말하곤 해)"의 노랫말에 기대 '밝은 날'을 막연히 기다렸다.
오아이스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해체했다는 2002년생 엄지원씨는 "오아시스 노래를 듣고 '청춘'을 상상했었는데, 지금 그 청춘이 됐다"고 말했다. 영국을 비롯해 올해에만 오아시스의 월드 투어 3곳을 찾았다. 한국 공연을 하루 앞두고 아침 일찍 공연장에 갈 예정이라는 그는 오아시스를 '청춘'에 비유했다.
"누군가 저에게 무슨 노래를 듣고 있냐고 물으면, 늘 '오아시스'곡이라고 대답해요. 그렇게 오래된 밴드의 곡을 듣냐고도 하는데, 들어보면 알아요. 오래전 곡이라도 가사와 음악은 하나도 낡지 않았어요. 오아시스는 영원히 청춘 같아요. 제 청춘이 언제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노래를 들을 땐 청춘일 거 같아요."
각자의 청춘을 떠올리는 이들은 팝업에서 음반, 텀블러, 열쇠고리 등 다양한 굿즈를 집어 들었다. 오아시스 로고가 담긴 티셔츠, 버킷햇, 저지, 트레이닝복 세트 등이 있는데, 이번 서울 공연을 위해 만든 오아시스 서울판으로, 티셔츠에 영문으로 'SEOUL'이라고 적힌 '서울 에디션'도 있었고, 아디다스와 협업한 저지와 티셔츠는 사이즈를 구하기 어려웠다. 갤러거 형제가 맨시티의 광팬이기에 맨시티의 상징색인 스카이블루는 오아시스의 상징색이기도 한데, 일찌감치 품절됐다. 티셔츠 한 장에 6만 7000∼9만 8000원으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팬들은 "이날을 위해 (돈을) 모으고 또 모았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걸 위해 지갑을 연 이들은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순간"이라고 콘서트를 향한 기대를 드러냈다. 말다툼 끝에 동생 리암 갤러거가 형 노엘에게 자두를 던졌다는 게 해체의 배경으로 알려지며 2009년에 해체한 이들이 또 언제 투닥거리며 활동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거였다. 지난해 "총성이 멈췄다"The guns have fallen silent)"며 돌연 재결합을 발표한 오아시스를 향해 이들은 "제발 그만 좀 싸우라"면서도 "싸우는 게 또 오아시스의 맛"이라고 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일단 오늘은 '오늘의 오아시스'를 즐기는 이들이었다.
티켓팅에 성공한 팬들은 21일 고양종합운동장을 찾는다.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열릴 내한 공연의 5만 석 전석은 매진이다.
▲팝업에는 오아시스의 데뷔 앨범 표지를 재현한 벽면이 마련되어 있다.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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