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아시스 만나는 날... 우리가 사랑한 '망나니 형제'

[현장] 21일 내한 공연 하루 앞두고 찾은 '팬 스토어'... "청춘·방황 함께 한 '오아시스'"

 '오아시스 라이브 '25 팬 스토어는 30분 회차가 하루 18회씩 11일간 열린다. 한 회당 60명가량으로 1만1000여 명에 달하는 규모다.
'오아시스 라이브 '25 팬 스토어는 30분 회차가 하루 18회씩 11일간 열린다. 한 회당 60명가량으로 1만1000여 명에 달하는 규모다.신나리

을지로 3가 3번 출구 바로 앞, 40여 명이 모여있다.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어, 영어, 일본어가 다양하게 들린다. 언어는 달라도 한 단어를 말하는 순간, 모두 같은 맘으로 이곳을 찾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오아시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오아시스가 16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르기 하루 전인 20일, 뉴스 뮤지엄(N:NEWS MUSEUM)에서 개점한 '오아시스 라이브 '25 팬 스토어(Oasis Live '25 Fan Store)'를 찾았다.

이 팝업은 30분 회차가 하루 18회씩 11일간 열린다. 한 회당 60명가량으로 1만 1000여 명에 달하는 규모다. 예약은 진작에 끝났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현장대기로 입장하는 방법도 있는데, 몇 시간을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현장대기를 신청하자 170번대였고, 1시간여 기다린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15여 명이 현장 대기를 신청하고 팝업 현장 근처를 서성였다. 20·30대 여성들이 반 이상을 차지했고,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 중 약 3분의 1이 외국인이었다. 관계자는 "오전보다 오후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린다"고 전했다.

"방황 함께해준 '오아시스'"

 오아시스는 해체와 재결합을 거듭하면서도 30여 년간 9000만 장이 넘는 음반을 팔아치우고, 정규 앨범 7장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렸다.
오아시스는 해체와 재결합을 거듭하면서도 30여 년간 9000만 장이 넘는 음반을 팔아치우고, 정규 앨범 7장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렸다.신나리

"오늘 아침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호텔 근처에 이런 놀라운 매장이 있더라고요. '오아시스'라니... 공연은 못 보지만, '오아시스'가 새겨진 게 뭐든 간직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어요."

싱가포르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 여행을 온 앨리스가 말했다. 그는 오아시스가 한국 내한 공연을 하는 걸 이날에야 알았다면서 오아시스의 음악은 지금도 플레이리스트에 있다며 들려줬다.

마침 오아시스의 곡 '왓에버'(Whatever)의 한 소절 "I'm free to be whatever(나는 내가 무엇이 될지 결정할 자유가 있어)"가 흘러나왔다. "대학시절 직업을 선택하기 전 나름의 방황을 좀 했다. 그때 이 곡을 많이 들었다"며 이제 40대 금융인이 된 그가 웃어 보였다.

이날 팝업 현장에서 만난 이들에게 '오아시스의 곡을 언제 제일 많이 들었는지' 물었을 때, '방황기'를 언급한 팬들이 꽤 많았다. 오아시스의 데뷔 앨범 표지를 재현한 벽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김아무개씨도 그랬다. 20대인 그는 "언니의 MP3에 오아시스의 곡이 있어서 듣기 시작했다"며 '사춘기 시절'을 언급했다.

"제 사춘기 시절을 오아시스랑 보냈어요. 형제 둘이 노동계급이잖아요. 가난하게 태어나서 학업을 중단하고도 좋아하는 음악으로 보란 듯이 성공한 둘의 서사가 좋더라고요. 사춘기 청소년에게 이만큼 멋진 이야기가 어디 있겠어요."

어쩐지 외롭고 막막하고 방황하던 사춘기 시기의 김씨는 '오아시스'의 곡으로 그 시절을 버텼다. 맨체스터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 15~16세에 약속이나 한 듯이 학업을 중단한 이들. 말썽꾸러기를 넘어 '천하의 망나니'라고 불리던 형제는 1991년 '오아시스'를 결성해 전 세계를 사로잡을 록 음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들은 해체와 재결합을 거듭하면서도 30여 년간 9000만 장이 넘는 음반을 팔아치우고, 정규 앨범 7장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렸다. 당대의 청춘 송가였던 '원더월(Wonderwall)'·'리브 포에버(Live Forever)'·'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등의 노래는 십수 년의 세월을 거쳐 2025년의 청춘에게도 가닿았다.

영원한 청춘

 오아시스 팝업 스토어는 오는 26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오아시스 팝업 스토어는 오는 26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신나리

오아시스의 곡은 20대이던 내 '청춘'의 곁도 지켰다. 뭘 해도 안 되는 거 같은 시기, 취업을 준비하며 수십 군데 지원을 하고 겨우 면접을 봐도 탈락에 탈락이 겹쳐 인생이 '탈락'된 거 같은 시기였다. 그때 오아시스의 곡 'Don't look back in anger'를 반복해 들었다. "Don't you know you might find A better place to play?(알고 있잖아, 네가 훨씬 더 나은 날들을 마주할 거란 걸)"의 구절을 듣고 또 들으며, 겨우 '이 다음'을 상상했다. 'Some Might Say' 노래 속에서 "Some might say we will find a brighter day(어떤 이들은 우리가 더욱 밝은 날들을 마주할 거라고 말하곤 해)"의 노랫말에 기대 '밝은 날'을 막연히 기다렸다.

오아이스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해체했다는 2002년생 엄지원씨는 "오아시스 노래를 듣고 '청춘'을 상상했었는데, 지금 그 청춘이 됐다"고 말했다. 영국을 비롯해 올해에만 오아시스의 월드 투어 3곳을 찾았다. 한국 공연을 하루 앞두고 아침 일찍 공연장에 갈 예정이라는 그는 오아시스를 '청춘'에 비유했다.

"누군가 저에게 무슨 노래를 듣고 있냐고 물으면, 늘 '오아시스'곡이라고 대답해요. 그렇게 오래된 밴드의 곡을 듣냐고도 하는데, 들어보면 알아요. 오래전 곡이라도 가사와 음악은 하나도 낡지 않았어요. 오아시스는 영원히 청춘 같아요. 제 청춘이 언제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노래를 들을 땐 청춘일 거 같아요."

각자의 청춘을 떠올리는 이들은 팝업에서 음반, 텀블러, 열쇠고리 등 다양한 굿즈를 집어 들었다. 오아시스 로고가 담긴 티셔츠, 버킷햇, 저지, 트레이닝복 세트 등이 있는데, 이번 서울 공연을 위해 만든 오아시스 서울판으로, 티셔츠에 영문으로 'SEOUL'이라고 적힌 '서울 에디션'도 있었고, 아디다스와 협업한 저지와 티셔츠는 사이즈를 구하기 어려웠다. 갤러거 형제가 맨시티의 광팬이기에 맨시티의 상징색인 스카이블루는 오아시스의 상징색이기도 한데, 일찌감치 품절됐다. 티셔츠 한 장에 6만 7000∼9만 8000원으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팬들은 "이날을 위해 (돈을) 모으고 또 모았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걸 위해 지갑을 연 이들은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순간"이라고 콘서트를 향한 기대를 드러냈다. 말다툼 끝에 동생 리암 갤러거가 형 노엘에게 자두를 던졌다는 게 해체의 배경으로 알려지며 2009년에 해체한 이들이 또 언제 투닥거리며 활동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거였다. 지난해 "총성이 멈췄다"The guns have fallen silent)"며 돌연 재결합을 발표한 오아시스를 향해 이들은 "제발 그만 좀 싸우라"면서도 "싸우는 게 또 오아시스의 맛"이라고 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일단 오늘은 '오늘의 오아시스'를 즐기는 이들이었다.

티켓팅에 성공한 팬들은 21일 고양종합운동장을 찾는다.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열릴 내한 공연의 5만 석 전석은 매진이다.

 팝업에는 오아시스의 데뷔 앨범 표지를 재현한 벽면이 마련되어 있다.
팝업에는 오아시스의 데뷔 앨범 표지를 재현한 벽면이 마련되어 있다. 신나리
오아시스 영국 오아시스라이브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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