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부근 파라다이스 시티가 주는 장소적 특성과 다채롭고도 화려한 라인업, 대표 출연자를 나중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화제를 모은 매들리 메들리(MADLY MEDLEY).
가을의 한복판인 10월 18일과 19일 양일 열린 이 축제는 첫 회임에도 일찌감치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광적인"이란 뜻의 영단어 "Madly"와 "여러 음악을 이어 붙이는 접속곡"이란 의미의 "Medley"를 엮은 워드 플레이. 발음이 비슷한 두 단어는 야외 MEDLEY STAGE 와 실내 MADLY STAGE로 상관관계를 넓혔다.
연결고리, 메들리!
▲매들리 메들리
염동교
여러 음악을 엮어 하나의 풍성한 모음집을 일궈낸다는 메들리의 의의처럼 라인업 간에도 묘한 연결고리가 발견됐다. 양일의 마지막을 장식한 지드래곤과 태연은 3대 기획사 YG와 SM에서 나온 보이, 걸 그룹 빅뱅과 소녀시대와 솔로 양단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21세기 최고의 가수로 우뚝 섰다는 상징성이 있다.
무수한 명곡을 써낸 열 살 터울의 가요계 거장 김창완과 김광진은 힙과 트렌디의 물결 속에서 고전의 가치를 지켜냈다. 김창완밴드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가 주조한 토요일 밤의 사이키델리아는 김광진이 더 클래식 명의로 발표한 '마법의 성'의 아름다운 떼창으로 귀결했다.
2025년 빛나는 두 작품의 주인공 염따와 식케이가 MADLY, MEDLEY 스테이지에서 연이어 공연했다. 각기 싱잉 랩이 유려한 < 살아숨셔 4 >와 강력한 드럼, 날카로운 신시사이저에 기반한 레이지를 구사한 < K-FLIP >를 발매한 두 래퍼는 축제 현장에 웰메이드 수록곡들을 하나둘 풀어냈다.
세미 힙합 페스티벌
▲매들리 메들리
염동교
케이팝과 록, 일렉트로니카를 아우른 이채로운 라인업 중에서 역시 힙합이 돋보였다. 탁월한 랩과 깊이 있는 음악성으로 현시대 국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두 래퍼 키드밀리와 씨잼이 첫날 무게감을 더했다. 30분 러닝타임에 로큰롤과 전자음악까지 솎아낸 래퍼 재키와이와 각종 논쟁적 요소에도 랩만큼은 "진퉁"인 블랙넛와 저스디스, 독특한 플로우를 지닌 한국계 캐나다 래퍼 샤이보이토비까지 랩뮤직 마니아를 충족시킬 만한 상차림이었다. 첫 날 첫 무대를 꾸린 디피알 아틱(DPA ARTIC) 이외에 전자음악 아티스트들이 부재함은 아쉬웠다.
대망의 정규 3집 < Übermensch >와 8년만의 전국 투어로 가열한 2025년을 보내고 있는 월드스타 지드래곤. 대중음악계 원오브어 카인드의 등장에 모두가 일제히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신곡 'POWER'와 'HOME SWEETHOME'과 대표곡 'Heartbreaker' 등 총 다섯 곡을 연주했다. 위버멘쉬 투어에 대동한 'Dopamine'의 비트박서 겸 뮤지션 윙(WinG)까지 전체적으로 "미니 위버멘쉬"같은 모양새였다.
축제 한 달 전 공개된 2일차 헤드라이너 태연은 히트곡 퍼레이드로 작금 가장 영향력 있는 솔로 가수임을 입증했다. 오프너 'I'와 어쿠스틱한 '11:11', 감각적인 'To. X'에 모두 탁월한 가창력이 관류했고 밴드 마스터 홍소진이 이끄는 일급 연주자들도 섬세한 팝록에 일조했다.
개선해야 할 점도
▲매들리 메들리염동교
이번이 첫 회인 만큼 개선점도 노출됐다. 주류를 판매하는 제임슨과 벨리니의 이벤트를 제외하곤 관중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콘텐츠가 부족했다. 다양한 콘셉트의 부스를 통해 음악 이외의 즐길 거리를 더한다면 더욱 매력적인 매들리 메들리가 될 테다.
날씨는 통제 바깥의 영역이겠으나 관객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준 해풍과 강추위도 불안 요소다. 원래는 스폰서 회사인 빗썸에서 이벤트로 나눠주던 핫팩을 축제 후반부 대거 나누며 임기응변했다.
한요한이 관객들과 어울리려 무대 밑으로 내려가지 못한 장면과 밀집된 타임 슬롯으로 앙코르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점도 논의 사항. 섭외 비용, 예산과 연결되는 지점이지만 라인업을 조금 줄이고 헤드라이너에게 주어진 시간을 늘리는 점도 검토해 볼 만하다.
태연의 사상 첫 페스티벌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해풍이 동반한 엄청난 추위에도 핫팩과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며 자리를 굳게 지켰다. 국민 아이돌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한 아티스트는 앙코르 'Four Seasons'로 화답했다. 음악을 향한 광적인 사랑은 아름답다. 무대와 음악을 사랑하는 예술가와 청취자들을 위한 축제의 장. 매들리 메들리가 꿈꾸는, 걸어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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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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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과 태연이라니... 첫 회만으로 존재감 드러낸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