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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독스의 다음 상대는 일본의 고교배구 강호 슈지츠 고교와 첫 '한일전'이었다. 알토스전 패배 이후 김연경과 선수단은 비디오 미팅을 통해 지난 경기를 복기하며 팀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김연경은 "리시브는 우리가 알토스보다 잘했는데 공격성공률이 떨어진다. 우리 세터들이 훈련 때는 나쁘지 않은데 왜 시합 때만 되면 문제가 생길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나연, 이진 등 세터진은 " 잘하려고 하니까 부담이 된 것 같다" "한번 실수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소극적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그건 뜬구름잡는 이야기다. 발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김연경은 다음 상대인 슈지츠고교 전을 대비하여 일본의 최대 고교 스포츠 대회인 인터하이를 방문하여 전력을 분석했다. 압도적인 경기장 규모, 많은 관중숫자, 체계적인 대회 시스템 등, 한국과 차원이 다른 일본 학원스포츠의 발전된 환경을 체험하고 김연경은 놀라움과 부러움을 드러냈다.
원더독스와 상대할 슈지츠 고교는 인터하이 3회 우승의 강호로 일본 특유의 조직적인 수비 배구가 강점인 팀이었다. 김연경은 슈지츠의 탄탄한 수비력을 공략할 방법으로 '닥공(닥치고 공격)' 전략을 선언했다. 김연경이 분석한 슈지츠의 약점은 높이가 낮은 블로킹이었다. 김연경은 세터들에게 상대 미들블로커의 움직임을 보고 따돌려서 아군 공격수와 상대 블로킹간 1대 1 상황을 유도하는 경기운영을 주문했다.
하지만 훈련에서 원더독스 선수들이 원하는 수준만큼 따라오지 못하자 김연경은 훈련을 중단시키고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김연경은 "기본이 안 돼 있다. 우리가 앞으로 세번만 더 지면 끝난다. 지금처럼 하다간 더 금방 끝날 수 있다. 놀 때도 그냥 놀지 말고 배구생각을 하라"고 강하게 독려했다.
원더독스는 일본 원정으로 첫 한일전을 치르게 됐다. 원더독스는 원정팀의 부담에다가 익숙하지않은 마룻바닥 코트에서의 경기, 비디오 판독도 없기에 오심의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불리한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니시하타 미키 슈지츠 고교 감독은 "한국의 예전 선수들은 자신감과 당당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저희가 3-0으로 이길 것"이라며 도발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원정에서의 어려움은 모두 핑계일 뿐"이라며 진중하고 단호하게 한일전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연경에게 한일전은 항상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김연경은 선수생활 내내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한일전을 치렀고 그때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3.4위전)에서 일본에 아쉽게 석패하고 김연경이 선수생활 최초로 라커룸에서 펑펑 운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을 연이어 격파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김연경의 대표적인 별명인 '식빵언니'도 한일전에서 탄생했다.
또한 김연경은 선수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긴 경기로도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한일전이었던 도쿄올림픽 역전승을 꼽은 바 있다. 김연경은 "가장 짜릿했던 경기였다. 역전승으로 마지막 세트를 마무리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그때가 제일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 회고했다.
▲신인감독김연경원더독스mbc
원더독스는 표승주-문명화-윤영인-백채림-김현정-이나연-구혜인이 선발로 나섰다. 1세트 초반 낯선 환경에서 슈지츠의 파상공세에 당황한 원더독스는 약속된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단숨에 5-0까지 끌려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연경은 작전타임으로 빠르게 흐름을 끊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반격에 나선 원더독스는 김연경의 미들 토스 전략 대로 표승주가 1대1 상황에서 스파이크를 성공시켜 첫 득점을 뽑아냈다. 이어 중앙공격이 많은 슈지츠의 패턴을 간파하여 3인 블로킹 전략이 적중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기세를 탄 원더독스는 단숨에 5득점을 몰아치며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슈지츠는 에이스 히루마 미하루를 투입했다. 변화무쌍한 전원 공격 전략에 원더독스는 잠시 수비 위치를 잡는데 혼란을 겪었다. 이에 김연경은 공격수들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블로킹을 대기할 것을 지시하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양팀은 동점과 역전을 거듭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슈지츠는 블로킹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나연 쪽을 집중 공략했다. 설상가상 김현정의 오버네트(상대가 공격과 토스를 마치기 전에 네트를 넘어 공을 건드리는 반칙)까지 선언했다.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노터치로 밝혀졌다. 원더독스는 강하게 항의했지만 비디오 판독이 없었기에 판정을 돌릴 수 없었다. 점수차는 19-22까지 벌어지며 1세트를 내줄 위기에 몰렸다.
주장 표승주가 나서서 흔들리는 선수들을 다독이며 집중력을 주문했다. 원더독스는 표승주를 활용한 연속 공격이 잇달아 성공하며 흐름을 바꿨다. 당황한 슈지츠의 범실과 문명화의 연속 블로킹이 성공하며 순식간에 분위기를 가져온 원더독스는 결국 25-23 대역전극으로 1세트를 가져왔다. 특히 표승주는 1세트에만 8득점, 55%의 놀라운 공격성공률로 맹활약했다.
2세트도 슈지츠가 앞서가면 원더독스가 따라가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4-8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부른 김연경은, 슈지츠의 그물망 수비를 뜷기 위하여 페인트 활용과 중앙푸싱 전략을 주문했다. 상대적으로 슈지츠의 약점인 중앙으로 공을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이번에도 표승주가 김연경의 전략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원더독스는 2세트 중반 15-14로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이제는 원더독스가 근소하게 앞서고 슈지츠가 추격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김연경은 슈지츠가 높이가 낮은 이나연 쪽을 집중공략하는 것을 간파하고, 수비 강화를 위하여 182cm의 장신세터 구솔을 투입했다. 그동안 벤치멤버였던 구솔은 투입되마자 날카로운 토스로 표승주의 공격을 도운 데 이어 중앙공격으로 직접 득점까지 성공시키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내며 원더독스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기세를 탄 표승주의 밀어넣기 연타 공격이 적중하며 25-21로 2세트 역시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3세트를 앞두고 니시하타 감독은 "원더독스의 약점은 좌우 사이드"라며 공격루트 변화를 주문했다. 슈지츠의 전 선수들이 사이드로 넓게 벌리며 공격을 시도하면서 원더독스는 어디를 수비해야할지 타이밍을 잡는데 애를 먹으며 고전했다.
김연경은 백채림에게 슈지츠의 낮은 블로킹을 이용하여 라인 쪽으로 길게 보고 때리는 스트레이트 공격을 주문했다. 여기에 이나연과 윤영인의 콤비플레이가 잇달아 적중하며 다시 역전에 성공한 원더독스는 14-11로 앞서나갔다.
다시 작전타임을 신청한 니시하타 감독은 원더독스의 높은 블로킹을 극복하기 위하여 '연타 페인트' 작전을 들고 나왔다. 원더독스가 3인 블로킹 전략으로 인하여 후방에 빈 공간이 발생한다는 약점을 간파한 전략이었다. 니시하타 감독의 작전이 적중하며 슈지츠는 사이드 공략으로 연속 득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원더독스는 경기가 풀리지않자 더블 체인지로 2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세터와 아포짓 스파이커의 전후 위치를 변경하고 전위에는 3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면서 공세를 강화하는 전술을 들고나왔다. 16-16 동점 상황에서 백채림이 공격후 착지 도중 발목을 삐끗하는 부상을 당했다. 설상가상 혼란한 상황에서 네트터치 실점 판정까지 내려지며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담담하게 "사람이니 실수할 수도 있다. 판정을 포함한 코트 안의 모든 일들은 경기의 일부"라며 흥분한 선수들을 다독였다. 원더독스가 18-21로 끌려가며 3세트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그동안 전술수행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김연경의 속을 태웠던 인쿠시가 투입되어 결정적인 원맨 블로킹을 성공시키고 포효하면서 흐름을 반전시켰다.
또한 문명화의 블로킹에 이어 슈지츠의 리시브 범실까지 벌어지며 원더독스는 다시 1점차로 바짝 추격했다. 과연 원더독스는 3세트 역시 역전승으로 3-0 셧아웃 승리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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