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학생이 동시에 실종된 교실, 입 다문 유일한 생존자

[리뷰] 영화 <웨폰>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웨폰>은 데뷔작 <바바리안>으로 이름을 알린 잭 크레거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제목부터 의뭉스러운 <웨폰>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미스터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치 도시 전설을 누군가가 들려주는 것처럼 실제로 일어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는 모호한 경계를 탐험하도록 한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미국의 한마을. 평범한 어느 날 반 학생 17명이 동시에 실종되는 일이 벌어진다. 마치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연상케 하는 이상한 이야기다. 18명의 학우 중 유일하게 등교한 아이 알렉스(캐리 크리스토퍼)는 입을 다물고, 모든 책임을 떠안은 담임 저스틴(줄리아 가너)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된다.

실종 학생의 학부모인 아처(조슈 브롤린)는 학부모의 집단 항의 선봉에 서 저스틴을 범인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단서 부족으로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들은 사라졌는데 범인은 오리무중이니 경찰도 신뢰를 잃고 엄한 학교를 탓한다. 이에 교장 마커스(베네닉트 웡)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사건이 커지지 않도록 중재한다. 그러던 중 외부인이 찾아오고 마을에서는 이상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며 혼란에 빠진다.

하나의 사건, 다양한 시선

 영화 <웨폰> 스틸컷
영화 <웨폰> 스틸컷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새벽 2시 17분에 영문도 모른 채 자다가 어둠 속을 뛰쳐나갔던 아이들의 존재를 쫓는다. 초반부터 관객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에 엇갈린 시선으로 답한다. 일곱 명의 인물은 각자 12여 분 동안 주인공이 된다. 담임 선생 저스틴, 실종 아이의 부모 아처, 금단 증상을 보이는 경찰, 동네를 배회하는 노숙자, 사건을 키우고 싶지 않은 교장, 살아남은 아이의 심리, 그리고 의문의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중반부터는 사건과 상관없어 보이는 인물이 등장한다. 경찰 폴이 등장하고 술을 끊은 사람의 불안한 심리 묘사가 이어진다. 폴(올든 에런라이크)과 얽히는 인물 제임스(오스틴 에이브람스)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 절도를 저지르다 잡힌다.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인물의 관계성이 서서히 드러난다. 조각난 퍼즐이 완성되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충격, 안도, 통쾌, 슬픔의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에 이른다. 각자의 생각과 편견에 갇혀, 놓쳐 버린 정보와 오해 조금씩 풀어 놓는다.

신선하지만 기시감은 어쩔수가 없다

 영화 <웨폰> 스틸
영화 <웨폰> 스틸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할리우드 호러 영화로서 꽤 신선한 방식이긴 하나 기시감은 어쩔 수 없다. 한 사건에 얽힌 여러 인물의 관점을 들여다보는 다중 시점은 <라쇼몽>을 닮았다. 무슨 일인지 모를 미스터리한 방식으로 다루는 주술적 설정은 아리 에스터나 조던 필 작품의 오마주로 보인다.

또한 니콜라스 케이지의 기묘한 비주얼로 호러 팬을 놀라게 한 <롱레그스>와 분위기도 비슷하다. 한국 관객은 <곡성>을 떠올렸을지 모르고, 상실과 사랑을 테마로 생각한다면 <브링 허 백>과 맞닿는다.

그래서일까. 이해하기 힘든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행동은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 맥거핀으로 작용한다. 같은 시각 아이들이 사라졌고 당황한 선생님과 분노한 학부모에게 이입해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무엇을 쫓고 있었는지 잊게 된다.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보였는데 중반 이후 오컬트적 요소로 전환되며 진폭은 더 커진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영화로 보일 것이다.

중의적 제목의 함의

 영화 <웨폰> 스틸컷
영화 <웨폰> 스틸컷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목 '웨폰'이 주는 중의적이고 추상적인 설정도 영화의 장점을 부각한다. 단순히 '무기'라는 뜻으로 직역하면 명확하지 때문이다. 무기가 등장인물 각자의 마음에 어떠한 장치로 쓰이는지, 관객 또한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해석하길 유도한다. 무기는 총알, 화살, 폭탄이라 생각하지만 선입견을 버리면 사람일 수 있고, 무기의 방향이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무게감을 어떤 식으로 감당하고 이겨나갈지는 황폐해진 잔해를 재건하는 단단함과도 연결된다.

또한 사라진 아이들의 부재를 통해 관심을 촉구한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아이가 받은 상처와 함께 집단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 한국의 '개구리 소년'과 겹치며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향한 외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따라서 <웨폰>은 단순한 호러 영화가 아니다. 불편하고 불안한 질문은 영화가 끝나도 오랫동안 잔상을 남기며 다양한 감정을 부른다.

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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