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주년 광주극장영화제 개막작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김동호 감독이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하훈
광주극장 개관과 탄생 연도가 엇비슷한 김동호 감독의 개막작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는 영화관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울림이 컸다. 상영 후에는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프로듀서 중 한 명인 나선 김동현 피디의 진행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김동호 감독은 광주극장에 대한 애정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오래됐지만 전통을 유지하는 극장들이 기억에 남는다"며 "일본 극장들은 코로나 때도 관객이 7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극장이 특징적인 고유의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갖고 있으면서 관객이 왔다"면서 "광주극장도 그런 영화관 중 대표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관극장 유지가 어려운 이유로 '세금 문제'를 들었다. "재산세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이를 버텨내고 있는 것이 광주극장인데, 90년 전통 유지해 나가면서 문화공간이자 시민의 공간으로 단순한 극장이 아닌 문화적 자산이자 시민의 자산이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광주극장 어려운 과정에서도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우리의 것이다' 생각해 와주시고 후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만든 극장
김동호 감독의 말대로 광주극장은 단순히 상영관을 넘어 한국영화의 귀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주인이었던 극장과는 다르게 조선인 대상의 극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세워진 극장으로 1928년부터 광주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영화관 설립의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1933년 영화관 설립을 위한 주식회사가 만들어졌고 2년 뒤에 완성돼 개관했다.
김형수 광주극장 이사에 따르면 '조선인이 주인인 극장으로서 광주극장은 영화 상영 외에도, 창극이나 판소리 등의 공연, 조선인 단체들의 회합 장소로 활용되면서 조선인 지역극장의 정체성을 지켰고 해방 후에는 김구의 강연회를 포함한 정치집회, 음악회, 연극제를 여는 등 문화교육운동의 장소'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지역극장으로서의 특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임검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맨 뒷줄 가운데 자리에 위치한 임검석은 별도의 출입문도 있는데, 현장 검열의 흔적이었다. 임검은 사전 검열이 아닌 상영이나 공연이 진행되는 현장을 점검하는 것으로 행정단속 절차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상영이나 공연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90주년 광주극장영화제'를 찾아준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광주극장 김형수 이사성하훈
단관극장의 역사는 가장 오래된 극장이었던 서울 단성사가 2008년 문을 닫은 이후 광주극장이 이어오는 중인데, '90주년 광주극장영화제'는 극장의 가치와 함께 역사적 의미를 기리기 위해 마련했다.
오는 11월 16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90주년 광주극장영화제는 20세기 영화사의 전환점이자 수많은 감독에게 영감을 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집중 조명한다. 그 원류에서 출발해 이후 어떻게 계승·발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통해 네오리얼리즘의 의미와 역사적 울림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다.
상영작 중에는 예술가 장 르누아르 감독에서 동시대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까지 시대의 범위를 넓힌 작품들과 봉준호 감독의 연출작 3편과 함께 직접 추천한 영화들도 포함됐다. 영화제 기간 중에는 봉준호 감독도 직접 광주극장을 찾는다.
광주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을 만들어낸 두 편의 작품과 초저예산 블랙코미디로 한국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한 노영석 감독의 데뷔작도 상영되며 정성일, 한창욱 영화평론가의 시네토크, 그리고 뮤지션 성기완, 최고은 등 다양한 게스트가 함께하는 토크와 콘서트 등 관객과의 다채로운 만남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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