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풍성하게 한 '전국1등'... "대표 브랜드가 되고 싶어"

[이영광의 '온에어' 381] <전국1등> 연출 최원준, 신해원 MBC PD

지난 추석 연휴 때 MBC에서 추석 특집으로 방송된 <전국1등>이 화제였다. 김대호 전 MBC 아나운서와 방송인 문세윤, 박나래 씨가 진행하는 <전국1등>은 지역의 특산물을 가져와 맞붙는 프로그램이다. 1부는 한우 2부는 쌀을 놓고 대결을 펼쳤다.

<전국1등>의 제작 과정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5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전국1등> 연출한 최원준, 신해원 PD를 만났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전국1등> 포스터
<전국1등> 포스터MBC

- 추석 특집으로 <전국1등> 2부작 방송하셨잖아요. 연휴 때 많은 화제였는데 방송 끝내니 어때요?

최원준 PD(이하 최): "주변 반응은 제가 파일럿이나 특집 프로그램 해본 이래로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회사 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라든지 편성 쪽 그리고 프로모션 팀 등부터 오는 얘기도 긍정적인 얘기가 많아서 사실 처음에는 되게 얼떨떨했고 지금은 즐기고 있는 편이고요."

- 이유가 뭘까요?

신해원 PD(이하 신): "제작진 모두가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명절 대잔치 느낌 나는 프로그램을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나름 성공했던 것 같아요.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피드백도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였고요."

- <전국1등>은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최: " 시사교양 PD 자체가 지방을 많이 돌아다니잖아요. 직전에 <PD수첩>와 <빈집살래> 시즌 3를 했었어요. 그때 지역이 가진 매력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고속도로에 입간판들이 있잖아요. 거기 보면 지역 특산물을 선전하고 있단 말이죠. 어떤 지역은 한우 어떤 지역은 쌀 또 어떤 지역은 사과더라고요. 근데 여러 지역에 한우가 있어요, 그래서 이 중 제일 좋은 한우는 뭘지 이야기해 볼 수 있으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그러니까 그 지역이 갖고 있는 매력들을 다 보여주고 또 사람들이 좋아하는 1등 뽑기를 그 구조에 넣으면 재미있게 사람들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신 PD님은 이 프로그램으로 입봉한 거잖아요?

신: "저에게도 명절 선물 세트 같은 입봉작이었다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역에 직접 가서 제가 VCR을 연출하기도 하고 스튜디오 녹화 하면서 어쨌든 다양한 포맷들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고요. 또 선배님께서 저에게 많은 걸 믿고 맡겨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진행을 문세윤 씨, 박나래, 씨 그리고 김대호 전 아나운서가 했죠. 섭외 관련 이야기가 있을까요?

최: "진행자 섭외는 당연히 회의를 통해 제일 잘 어울릴 진행자들을 찾았어요. 경합할 지역을 세 군데로 정한 뒤 통상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MC 후보자 리스트를 만들죠. 제가 <빈집 살래> 시즌3 할 때 나래 씨와 같이 했었어요. 그 당시 제작자로서 리스펙하는 지점이 생겼었어요. 이번에 특히 지역에 있는 사람들도 만나야 되고 또 먹는 이야기도 잘해야 했는데 가장 적합한 MC로 나래 씨가 떠올랐습니다."

신: "문세윤 선배님도 워낙 잘 드시고, 나래 선배님과도 친분도 있으시니까 잘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이야기했고요. 또 김대호 아나운서님은 농부의 아들로 야외에서 농사짓는 콘텐츠도 당시에 하고 계셨고 농사 관련된 지식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정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 진행을 세 분이 했는데 김민호 아나운서도 있었어요. 왜 그렇게 한 건가요?

최: "초창기에 강력하게 가져가려고 했던 콘셉트는 일종의 선거전 같은 거였어요. 저희가 중간 투표 사전 투표, 중간 투표, 최종 투표가 있잖아요. 스타 MC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지 전체 구조를 끌고 갈 수는 없잖아요. 전체를 진행할 사람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닿았고, 김민호 아나운서를 섭외하게 된 거죠."

- 1부가 한우였고 2부는 쌀이었죠. 소재를 정하는 것도 고민이었을 것 같아요.

신: "사실 한우는 되게 쉽게 정했어요. 누구를 대접하거나 잔칫날이거나 명절이거나 한우를 먹곤하니까 1회는 한우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무조건 스튜디오에서 직접 바로 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있었고요. 쌀 같은 경우는 원래 고기 먹고 식사도 해야 되잖아요. 사전 취재 해 보니까 쌀도 너무 재밌는 거예요."

- 스튜디오에서 고기 굽는 거나 밥 짓는 데에 전문가를 섭외했잖아요. 그 이유도 있을까요?

최: "냉정한 승부의 세계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고기도 제일 잘 굽는 사람들이 구워줘야하죠. 밥도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해야 명확하게 승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신: "그리고 지역 농민분들께서 특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강하세요. 저희가 아무래도 요리 프로가 아니고 원물로 대결하다 보니까 재료 본연의 맛을 가장 잘 살려서 100인에게 직접 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무조건 최상의 상태로 나가게 하고 싶었고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지역은 어떻게 선정한 거예요?

최: "지역을 뽑았다고 표현하는 건 무리가 있는 것 같고요. 근데 기본적으로 유명한 산지가 아니면당연히 접촉하지 않았고요. 여러 가지 기준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지리적 표시제라는 기준도 있고 또 각 지자체가 자신들의 특산물이라고 홍보하거나 또 그것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지자체들이 있거든요. 저희가 아이템을 한우와 쌀로 골랐으니까 그런 지자체에 연락했죠. 근데, 저희 프로그램은 경합이 있잖아요. 등수가 정해진다는 게 지자체에는 큰 부담이 되긴 하거든요. 그런 지점들을 양해할 수 있고, 자부심 가지고 이 프로그램에 나오시려고 하는 지역들이 함께한 거죠."

- 근데 한우의 경우 강원도 횡성이 유명하고 쌀은 김제가 유명하잖아요. 이 지역이 빠졌기에 왜인가 싶었어요.

최: "말씀대로 저와 해원 PD도 한우 할 때 제일 먼저 찾아간 건 횡성이에요. 근데 1등을 뽑는다는 콘셉트가 부담이 됐던 것 같더라고요. 강제로 나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조율 끝에 횡성 쪽에서는 고사를 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쌀의 경우도 유명한 지역은 마찬가지의 부담을 가지고 있었죠."

- 이 프로그램에서 중점 둔 부분은 뭔가요?

최: "결국에는 그 지역과 특산물 그리고 그걸 만드는 사람들의 매력을 최대한 담은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작진들에게 제일 기분 좋은 피드백은 방송 이후 저희가 소개한 지역에 가보고 싶어하거나 특산물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거였죠."

- 거기서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신: "조금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이 경연을 보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고 귀엽게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이 좋아 보였어요. 실제로 농민분들, 저희 미식단 분들, 판정단 분들 다 너무 즐겁게 녹화를 즐기고 VCR 촬영할 때 느꼈던 세 MC와 지역 농민분들 간의 끈끈함을 스튜디오에서도 느낄 수 있었죠. 진짜 명절에 진짜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았나 하는 보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 한우를 다 먹어보셨잖아요. 어느 지역 한우가 PD님들 입맛에 맞았을지 궁금해요. 입맛은 다 다르잖아요.

최: "이건 제작진 입장에서 아무리 취향이라도 말할 수가 없어요."

신: "이걸 맛으로만 볼 수는 없고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스토리나 각 지역의 노력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측면이 있어서 세 지역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렵죠."

- 촬영 에피소드가 있나요?

신: "사실 저희가 8월 중순쯤에 거의 다 촬영했어요. 날씨가 굉장히 더웠는데 방송 시점에는 날씨가 선선해져서 더위가 잘 안 느껴지셨을 거예요. '쌀 편'에서 안동 VCR을 보면 농부님께서 정말 멋진 청상의와 청바지를 직접 입고 오셨어요. 더우실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계속 괜찮다고 하셨거든요. 나중에 스튜디오 녹화 때는 솔직하게 더웠다고 하시더라고요. 역시 멋에 살고 죽는 힙선비 다우셨다고 생각했어요."

최: "그 지역에 뿌리 내리고 사는 분을 저는 장인이라고도 표현하고 싶은데 특산물 생산하시는 분들이 각자의 자부심이 있어요. 때문에 이걸 경합이라는 형태로 붙여놓으니까 상대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식의 질문을 드렸을 때 소위 말하는 <쇼 미 더 머니> 같은 경합이 될 만한 얘기들을 해 주시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더라고요."

- 녹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신: "사실 예상보다 살짝 녹화가 길기는 했는데 다들 즐거워하셨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눈앞에서 고기가 구워져서 그런지 괴로워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한우 편 때는 스튜디오에 고기 냄새가 진짜 안 빠졌어요. 이게 녹화 시작하자마자 굽고 또 마지막에 또 굽고 하다 보니까 냄새가 안 빠져서 진짜로 괴로워했어요."

- 정규 프로그램 편성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최: "연휴가 막 끝난 시점이라 아직 결정은 되지 않았고 다른 부서와의 논의를 통해서 결정될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제작진 욕심은 MBC 예능에 <아육대>가 대표적 브랜드잖아요. MBC 시사교양국에는 <전국 1등>이 있다는 브랜딩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규 편성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저희가 만들어낸 이 포맷은 시즌이나 특집성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 보완할 부분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신: "조금 더 다양한 아이템들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보완할 점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건데 사실 특산물이라는 게 당연히 식재료일 수도 있지만 김치나 굴비처럼 조리된 형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더 확장성 있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최: "저도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시스템적으로도 좀 더 보완해야죠. 사실 파일럿이라는 형태가 항상 고도의 노동력과 시간을 많이 투입하게 되고 정말 힘들게 나오는 거라서 이게 계속 가려면 조금 더 시스템적으로 정비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최원준 신해원 전국1등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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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