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용산CGV에서 미쟝센단편영화제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렸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햇수로 치면 4년 만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등으로 20회째였던 2021년엔 사실상 작품 공모 없이 회고전 성격으로 행사를 치렀기에, 본격 행사론 5년 만인 셈. 초기 후원사였던 아모레퍼시픽 또한 동해년도에 후원 중단을 결정하며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암흑기에 들어갔었다.
새로운 후원사와 주관사를 만난 미쟝센영화제는 장재현, 엄태화 공동집행위원장 및 윤가은, 이상근, 이옥석, 조성희, 한준희 집행위원 등 7인 체제로 거듭났다. 개그우먼 장도연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서 집행위원 이하 감독들은 벅찬 마음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What's Next?'라는 슬로건답게 차세대 감독들이 꾸려가는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를 열며 엄태화 공동집행위원장은 "미쟝센단편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영화제들이 자취를 감추게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영화의 미래가 있을까' 말했지만 이 자리에 선 7인의 감독은 동의하지 않았다"며 "혼란의 시기마다 늘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났고, 창작자들은 틈새로 새로운 빛을 밀어 넣었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감독들의 상상력과 용기가 한국영화의 다음 장을 열어갈 때"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미쟝센단편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끈 감독들의 요람이었다. 나홍진, 엄태화, 윤종빈, 이상근, 김보라, 장재현 감독 등이 해당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대중영화 창작자들의 허리 역할을 해오고 있다. 김성수, 김지운, 류승완, 봉준호, 박찬욱, 최동훈 감독 등도 꾸준히 후원하며 영화제 운영에 힘을 실을 만큼 신진, 기성 감독들의 축제의 장 성격이 강하다.
이를 기념하며 공로상은 미쟝센단편영화제 산파 역할을 해온 이현승 전 명예집행위원장에게 돌아갔다. 시상자로 나선 이상근 감독은 과거 미쟝센영화제 초청 당시 자신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 준 이현승 감독과 관련 추억을 꺼내들었다. "털이 많고 약간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영화 잘봤다고 칭찬해주셨는데 이후 영화를 만들면서 그때의 엄청난 감정을 재현하긴 어렵더라"며 이상근 감독은 이현승 감독을 호명했다.
무대로 오른 이현승 감독은 감사의 말과 함께 은행에서 뽑아왔다며 500만 원의 현금 뭉치를 들어 보였다. "자기 돈을 들여 영화를 만들고 출품해주신 단편 감독들이 이 공로상의 주인공이 돼야 할 것 같다"며 "제가 돈이 많진 않지만 단편 하나 찍으려면 500만원이 든다고 생각하는데 후배 감독들 작품 제작의 초석이 되는 지원 체계를 장재현, 엄태화 집행위원장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성수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와 이현승 감독은 동음이의어였다"며 객석의 박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4년 만에 돌아온 영화제, 출품작 역대 최다
▲미쟝센단편영화제 개막식에서 김성수 감독이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국내 유일의 장르 단편영화제를 표방하는 만큼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각 섹션명도 장르를 대표하는 영화 제목을 붙여 운영해오곤 했다. 올해는 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들을 '고양이를 부탁해', 로맨스 및 멜로영화들을 '질투는 나의 힘', 코미디 장르 영화를 '품행제로', 공포 및 판타지 장르물을 '기담', 액션과 스릴러물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구분했다. 출품작은 역대 최다인 1891편이며, 이중 65편이 각 부문별로 나뉘어 2명의 감독과 1명의 배우로 구성된 심사단이 수상작을 선정한다.
4년 만에 돌아와서일까. 심사위원들의 소감도 발랄했다. '고양이를 부탁해' 섹션 심사를 맡은 김성훈 감독은 "한없이 가벼운 날 왜 여기에 넣었나 싶었는데 18편의 영화를 보면서 그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며 "한평생 개인의 영달과 입신양명, 부귀영화만 노리며 살았던 제게 준엄한 가르침을 주기 위한 심오한 뜻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봤고, 전 계몽되었다"고 말해 좌중을 크게 폭소케했다.
▲명예심사위원으로 '고양이를 부탁해'에 참여하는 배우 주지훈.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명예심사위원으로 '고양이를 부탁해'에 참여하는 배우 주지훈은 "제가 사실 심사위원인 김성훈, 변영주 감독님보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선배인 만큼 제가 고른 영화가 상을 받을 것 같다"며 호기롭게 덧붙여 분위기를 달궜다. '질투는 나의 힘' 부문을 심사하는 배우 박정민 또한 "15년간 멜로영화 근처에도 못 가봤다. 장재현 집행위원장께 웬만하면 액션이나 코미디 쪽으로 부탁드렸는데 로맨스에 들어간 갈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유쾌함을 더했다.
개막식 직후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선 후원사인 네이버(주), ㈜오리온 및 투자배급사 NEW 관계자들과 신진 감독, 심사위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김성수 심사위원장은 테이블을 돌며 격려의 말을 전하는 모습이었고, 주지훈, 전종서 등 배우 심사위원들도 오래 자리를 지켰다. 최동훈 감독은 "각 부문별로 심사가 매우 까다롭고 길게 진행된다. 11시간 동안 갇혀서 도시락만 먹으면서 치열하게 심사한다"고 기자에게 귀띔하기도 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각 부문별 최우수상을 선정하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 수상작 1작품을 정한다. 지난 20년 역사에서 대상 수상작은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신재인 감독, 1회), <남매의 집>(조성희 감독, 8회), <숲>(엄태화 감독, 11회), <나만 없는 집>(김현정 감독, 16회)로 단 4편이었다.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17일부터 19일까지 초청작이 상영되고 20일 시상식과 함께 폐막한다.
|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경쟁 부문 상영작(가나다순) |
고양이를 부탁해(18편)
<BUM> 한태정
<꽃놀이 간다> 이정현
<당신이 상상한 것 그 이상으로> 권지용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남소현
<릴리스> 박민해
<버섯이 피어날 때> 이종서
<살처분> 서예인
<선행학습> 손솔
<식사> 박선영
<안경> 심규원
<어느새 부는 바람> 박지윤
<엄마수업> 곽재민
<엉망이 흐른다> 강은정
<오른쪽 구석 위> 이찬열
<잠들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 전예은
<잠수금지> 장현빈
<조금 긴 독백> 양희웅
<혹> 유희련
질투는 나의 힘(10편)
<거짓거짓거짓말> 황진성
<고라니 아이돌과 나> 이상화
<나만 아는 춤> 김태양
<밀애> 정재서
<벚꽃 종례> 권영민
<봄매미> 강민아
<서울 사랑 정도> 이종우, 신정우, 박지훈
<실낱 같은 마음> 허윤
<엉겅퀴 사랑> 김여로
<오후의 손님> 김유리
품행제로(13편)
<THE TOASTER> 함동민
<근본 없는 영화> 박윤우
<나쁜 피> 김형태
<다음 중 마리아가 전화를 건 목적은?> 김수하
<막세판> 조은상
<미미공주와 남근킹> 이재원
<섹시파리> 김은서
<아다댄스> 이소현
<옷장 속 사람들> 정다희
<음어오아> 최나혜
<자매의 등산> 김수현
<탄피> 김재민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임지선
기담(14편)
<갈비뼈> 임하연
<괴인의 정체> 박세영
<미트> 정성락
<뿌리가 자란다> 김상구
<소용돌이> 장재우
<스포일리아> 이세형
<엔진의 심폐소생> 정혜인
<엔터티> 정휘빈
<유니폼> 강다연
<체화> 홍승기
<탈피각> 정길우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 이재혁
<핑크몽키> 우종빈
<확장기> 김나영
인정사정 볼 것 없다(10편)
<#1-1초소> 박준혁
<갤로퍼> 오한울
<건투> 신유석
<고라니> 심운용
<나쁜피> 송현범
<아주 먼 곳> 오은영
<완벽한 정산> 박인덕
<층> 조바른
<쿠데타> 김경미
<포섭>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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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미쟝센영화제, 500만 원 현금 뭉치 들고 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