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 '매불쇼-시네마 지옥'에 출연하고 있는 전찬일 영화평론가.
성하훈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조선사 편수회의 식민사관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봅니다."
유튜브 방송 '매불쇼-시네마 지옥'에 출연하고 있는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등의 <건국전쟁2> 관람이 극우적인 행보로서 비판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친일청산이 안 된 식민지적 역사관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7월 개봉했던 <망국전쟁 : 뉴라이트의 시작> 기획·제작에 참여했던 전찬일 평론가는 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건국전쟁> 시리즈에 대해서도 '<건국전쟁>은 평론가로서 의무적으로 봤으나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어떤 문제의식이 아닌, 말 그대로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주장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독문과 재학 중 이른바 문화원 세대로 1980년대 프랑스·독일문화원을 오가며 영화를 공부한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고, 유튜브 방송 '매불쇼-시네마 지옥' 프로그램에서 '칸찬일'로 불리고 있다. 칸영화제 등 국내외 주요 영화제를 꾸준히 다니고 있는 국제적 영화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전찬일 평론가를 만났다.
청산 못 한 친일 기득권 흐름의 정점이 윤석열
그는 <건국전쟁>을 비판하는 <망국전쟁 : 뉴라이트의 시작> 제작에 참여하며 평론가에서 영화기획자로 활동 폭을 넓히는 중이다.
"시네필로서 영화를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어떤 영화가 기록으로서 역사적 역할을 일정 정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적 가치와 기록적 가치, 영화가 갖는 역사적 맥락 등에 고민했습니다. 느닷없이 나온 영화가 아니고 <건국전쟁>이 하나의 모티브가 됐는데, <건국전쟁>이 아니었으면 <망국전쟁 : 뉴라이트의 시작>도 탄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전찬일 평론가는 지난 8월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광복절 기념사 발언에 대해서도 뉴라이트 세력의 식민지 근대화론에 바탕을 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945년 독립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막 놀고 있었나? 그건 아니잖아요. 아니 인류 역사에서 대한민국처럼 어떤 식민지하에서 독립 투쟁을 이렇게 치열하게 한 나라는 내가 알기로는 없어요. 그런 얘기는 쏙 빼고 맥락 다 거두절미하고 '연합국의 선물이다'라고 이야기하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말이 안 되는 거지요"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기획과 제작에 참여해 지난 7월 개봉한 <망국전쟁 : 뉴라이트의 시작>
한류역사문화티브이
이어 <망국전쟁 : 뉴라이트의 시작>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에서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던 김태효가 2024년 8월 18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실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던 발언도 뉴라이트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효가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다'라는 말을 했을 때는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지를 몰랐었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그 맥락을 알게 된 것이지요. 일본인 출신의 한국인인 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가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를 잘해줬어요. 한국인 중에 3명이 나카소네 야스히로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 연배는 극우를 떠나서 아베 신조 이전에 가장 유명한 일본의 총리가 나카소네 야스히로예요. 그런데 우리가 나카소네 야스히로 상이 무슨 의미인지를 어떻게 알겠냐고, 그냥 나카소네 상이 있나 보다 정도였지. 김태효가 그 상을 받았다는 거는 그냥 하나의 프로필이었고요. 그 상을 한국에서 3명을 받았는데 그 3명 중에 세 번째 받은 사람이 2009년에 받은 김태효고 첫 번째 받은 사람이 2024년 윤석열이 일본대사로 임명했던 박철희 대사인데, 그 맥락을 들으면서 모든 게 이해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윤석열 아버지가 문부성 장학 일본 장학생 1호라는 것도 영화를 통해 몰랐던 것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뉴라이트 세력이 떠받들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그의 징용 카드에서 국적으로 일본이라고 재팬이라고 썼던 거는 이번에 알았다"며 '하와이 가서 독립투쟁한다면서 박용만 선생 등과 갈등한 문제'도 지적했다.
이승만의 과오로 지적되는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와해 문제도 비판하면서 그 흐름의 정점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와해시키면서 빨갱이 프레임으로 우리 친일 적어도 반민족 행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다 없애버리고 친일 부역자들을 보호했다는 건 다 아는 내용이고, 그 사람들이 지금 기득권자로 거기에 이제 지난번에 정점이었던 게 윤석열이라고 봅니다. 김태효나 (뉴라이트의 이념적 근거를 만든) 안병직, 이영훈 교수 같은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역사 왜곡 현실에 자각 생겨
▲유튜브 방송 '매불쇼-시네마 지옥'에 신작을 소개하고 있는 전찬일 영화평론가유튜브 매불쇼
전찬일 평론가는 한국영화에서 꽤 잘나가는 비평가로 평가받으며 유튜브 방송 등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역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릴 때부터 습관적 크리스천이었는데 한경직 목사가 있던 영락교회의 청년부가 서북청년단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최근에 안 거예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너무너무 분노와 충격이 일었어요. 왜냐하면 오래 개신교를 신앙생활을 해왔는데 아무도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고 그 정점에 있는 사람이 전광훈이나 김장환 같은 이들이잖아요. 결국에 우리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역사 교육을 얼마나 제대로 받지 못해 왔는가를 절감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영화 평론가의 삶이라는 거는 사실 말과 글로 살아온 거잖아요. 영화 공부를 수십 년을 하면서도 크게 비평과 이론과 역사에서 나는 비평가로 평론가의 삶을 살아왔지만, 그 큰 영화 연구의 세 분야 중에 가장 관심 있고 애정 가지고 열심히 공부한 게 사실은 역사 분야였습니다. 이것이 이제 현실 역사까지 끌어들이다 보니까 대한민국의 역사 왜곡 현실에 대한 평상시 문제의식이 이렇게 결합이 된 것이고요. 평론가는 말과 글을 중심으로 하는데 내가 조금 더 행동하는 실천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어느 정도의 자각이 어느 날 생겼어요. 그래서 예를 들면 올해 같은 경우 세월호 참사도 그동안은 계속 마음으로만 연대했지만 올해 단원고를 처음 갔던 것이고. 팽목항은 몇 년 전에 갔다 왔고요.
최근에는 반민특위 기념사업회에도 가입해서 문화위원장으로 활동하고 하는 것도, 이제는 나이 60대 중반을 바라보면서 남들은 뒷선으로 물러날 때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자는 자각이 생기면서입니다. 지속적으로 역사 콘텐츠를 만들고 역사 투쟁하는 데에 남은 삶을 바치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전찬일 평론가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에 대해 "백범 연대기, 도산 안창호 연대기, 반민특위 관련된 연대기 등을 지속적으로 영화를 포함한 다채로운 콘텐츠로 만들고 싶고, 예를 들면 반민특위 관련해서는 김상덕 위원장의 삶에 굉장히 관심이 크고, 그 아들이 반미특위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90세를 넘긴 김정륙 선생이라며 그분 돌아가시기 전에 결실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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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국전쟁' 아니었으면 '망국전쟁'도 안 나왔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