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리그1 울산 HD에서 부임 두달만에 전격경질된 신태용 전 감독이 자신의 SNS를 통해 울산 팬들에게 못다한 작별 인사를 전했다.
신 감독은 지난 10월 15일 SNS에 글을 올려 "처용전사(울산 서포터스)와 울산 HD 팬 여러분 죄송하다. 기대 많이 하셨을 텐데, 반전을 이끌지 못했다.제 잘못이고, 제 불찰이다. 감독으로서 역할을 다해내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8월 초 성적부진으로 위기에 빠져있던 울산의 소방수로 부임했다. 신 감독은 성남FC 시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코리아컵(FA컵) 우승을 이끌었고, 한국 올림픽대표팀과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거쳐 성인 국가대표팀을 두루 지휘했던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독일전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이어 2019년부터 올해 초까지 인도네시아 각급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지난해 AFC 아시안컵 16강, AFC U-23 아시안컵 4강 등의 훌륭한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까지 K리그 3연패를 기록했던 명가 울산은. 올시즌 극심한 성적부진으로 김판곤 전 감독과 결별하고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반등을 기대했다. 신 감독이 K리그1 사령탑으로 복귀한 것은 성남 시절 이후 무려 13년만이었다.
하지만 울산은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오히려 하위스플릿 추락에 이어 리그 10위로 강등권까지 내몰렸다. 설상가상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을 둘러싼 논란, 선수단과의 불화설까지 연이어 터져나오며 팀분위기가 악화됐다.
울산의 일부 베테랑 선수들은 신 감독의 지도방식에 불만을 제기하여 선수단의 의견을 모아 구단 측에 '신 감독과 더이상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울산 구단은 결국 신 감독을 65일만에 전격 경질하고, 잔여시즌 동안 노상래 유소년디렉터에게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신 감독이 경질 이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재임기간동안 울산 구단및 일부 베테랑 선수들과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잇달아 폭로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신 감독은 KBS, MBC와의 인터뷰에서 원정 골프설이나, 구시대적인 훈련방식 논란, 선수들에게 폭언-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 등에 대하여 조목조목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또한 신 감독은 오히려 울산의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감독의 권한을 무시하고 팀분위기를 흐렸으며, 구단도 감독과 일절 소통하지 않고 선수들의 말만 들으며 고립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신 감독은 "지금 생각하면 저는 '바지 감독'이었다. 전임 감독 때부터 이미 감독 패싱이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하여 울산 구단 측은 김광국 대표이사의 발언을 통해, 신 감독의 경질 원인은 '감독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었다고 다시 반박했다. 하지만 울산 측은 신 감독의 폭로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해명이나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주요 쟁점에 대하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서 진실공방이 불가피해졌다.
축구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단 경질의 결정적인 트리거가 된 신태용 감독의 성급한 "선수단 물갈이" 발언이나, 부임 이후 리그 1승에 그쳤던 부진한 성적 등에서는 역시 감독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비정상적인 경질 과정을 둘러싼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울산 선수단과 프런트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울산 선수단은 이번 사태를 통하여 '집단 항명으로 마음에 안 드는 감독을 몰아냈다'는 부담을 두고두고 안게 됐다. 신 감독이 과연 경질 당해야 할 만큼의 과실을 저지른 게 무엇인지 아직 진실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구단과 선수들은 사태의 모든 책임을 일방적으로 감독에게만 떠넘긴 셈이 됐다. 이는 향후 울산에서 베테랑 선수들과 프런트의 영향력이 언제든 감독의 권위를 흔들수 있다는 좋지 못한 전례로 남게 될 가능성도 높다.
더구나 울산의 현재 부진은 신태용 감독 때문에 시작된 게 아니다. 전임 김판곤 감독 시절부터 감독의 전술이나 훈련방식을 탓하기 전에, 울산 선수들이 경기장 위에서 얼마나 집중력 있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는지부터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은 현재 가뜩이나 강등 위기로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과의 논란이 길어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울산은 오는 18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7위 광주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정규라운드 마지막 3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최근 리그 7경기 무승(3무4패)의 늪에 빠져 있는 울산이 신태용 감독 경질 이후 첫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만일 울산이 광주전에서도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다면 파이널라운드에서 승강 PO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필 올시즌 K리그2가 수원 삼성(2위), 전남 드래곤즈 (4위)등 1부리그 경험이 풍부한 강팀들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어서 승강 PO에서 만나게 된다면, 아무리 울산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한편 신태용 감독도 경질 이후 더 이상 울산을 향한 폭로전을 자제하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이다. 신 감독은 이날 SNS에서 "여러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저의 패착이 가장 크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며"단 한 가지, 울산의 비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은 알아주셨으면 한다. "모든 것을 걸고 한다고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다른 변명은 하지 않겠다. 저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의 강경 발언과는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이어 신 감독은 "처용전사, 팬들과 함께한 시간은 울산 HD의 일원으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감독은 팬들의 지지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제 삶의 가치를 높여주셨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저의 자산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구단-선수들과의 갈등과 달리, 팬들과의 관계를 분리시키면서 신태용 감독 나름의 방식대로 울산과의 인연에 종지부를 맺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신 감독은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인도네시아행 등 동남아 복귀설에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으며 향후 다시 K리그 재도전에 대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었다. 시끄러운 이별 끝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울산 구단과 신태용 감독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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