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이경실 조혜련
TVN
"어느 날 박미선 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언니가 '나 완전 치료 끝났고 그동안 날 위해 기도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언니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나한테 해준 게 너무 고마웠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제가 방송을 쉬고 있을 때 '경실 언니가 나에게 이런 마음이었겠구나'라는 걸 이해하게 됐다. 그때 너무 고마웠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구나' 싶었다." (조혜련)
"선배가 된다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 선배라는 비빌 언덕이 있어야 편하고 좋은데, 후배들한테는 실수할까 봐 참 어렵다. 나도 이제 후배들의 눈치를 보는 위치의 선배가 된 거다. 그래서 요즘 혜련이랑 같이 일을 하는데, 만날 때마다 반갑고 고맙다. 하기 싫을 수도 있는데, '나하고 같이 일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이경실)
10월 1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개그계의 센 언니' 이경실과 조혜련이 출연했다.
이경실과 조혜련은 특유의 입담과 개성을 통하여 여성 희극인으로 오랜 세월 꾸준히 활동해오며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인물들이다.
<유퀴즈> 섭외를 그토록 기다렸다는 조혜련은, "섭외 전화를 받고 '단독으로 나가는구나' 좋아했는데, 이경실 언니가 붙어있더라. 살짝 갈등은 있었지만 요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올지 몰라서 수락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경실은 특유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나는 혜련이랑 나간다고 해서 더 좋았다"고 여유있게 받아쳤다.
'고상한 고모-요란한 고모' 이경실과 조혜련의 역사
두 사람은 최근 유튜브 채널 <신여성>을 통하여 변함없는 매운맛 입담과 케미를 과시하고 있다. <놀면 뭐하니>의 한 특집에서 큰 화제를 모은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신여성>은, 본래 멤버였던 박미선이 건강 문제로 휴식기를 가지게 되면서 후배 개그맨 이선민이 대신 합류하여 '2025년 버전 세바퀴'로 불릴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경실은 "댓글 중에 '고상한 고모와 요란한 고모(이경실, 조혜련) 사이에서 눈치보며 가족모임 메뉴 정하는 삼촌(이선민)을 보는 심정'이라고 하던 게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조혜련은 1993년 KBS 10기로 처음 데뷔했다. 데뷔 전 지망생 시절에는 대학개그제 1차 예심에서 김국진, 금병완 등과 함께 팀을 이뤄 출전했음에도, 2차에서 오직 본인만 탈락하는 굴욕을 당했던 흑역사가 있다.
"그냥 심사위원들이 저를 뽑을 마음이 없었던 거다. 그때 이영자도 1차에서 탈락했다. 어떤 스타일(요란하고 과장된 개그)들이 떨어졌는지 알겠지 않나. 그 당시에는 유재석, 김용만, 박수홍, 남희석 같은 스타일(스탠딩 개그)들이 합격하더라. 그때 제가 했던 게 '변비약' 몸개그였는데 보자마자 심사위원들이 고개를 돌리며 질색을 했다."
이경실은 1987년 MBC 희극인 1기로 데뷔하여 <웃으면 복이와요>의 '도루묵여사', <체험 삶의 현장>과 <진실게임>등 1980~1990년대 콩트부터 MC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한창 때는 일주일에 13개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있다고.
가까운 사이지만 조혜련은 선배인 이경실에게 너무 자주 지적을 들어서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고. 이경실은 "지적이 아니라 애정이었다"고 해명하며 "혜련이를 계속 지켜봤는데 잘하더라.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는 마음에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혜련은 이경실의 지나친 잔소리 때문에 종종 버거워서 피해다닐 때도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조혜련은 개그계에서 손꼽히는 도전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유머러스한 측면만 부각되는 여성 희극인의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다이어트 비디오 출시, 가수 도전, 해외 진출 등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다. 1970년대 인기 팝송의 영어가사를 한국어 발음으로 리메이크한 조혜련의 대표곡 '아나까나'는, '수준미달'이라는 사유로 방송국에서 한동안 방송금지곡이 되었던 황당한 일화도 있다.
개그계 대표 의리녀 이경실
▲유퀴즈이경실 조혜련TVN
2004년 이경실과 조혜련이 함께 호흡을 맞춘 <여걸파이브>는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여성 버라이어티 예능'의 선구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히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경실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간을 보내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경실은 "<여걸파이브>를 하고 있을 때가 개인적으로는 이혼을 하던 시기였다. 프로그램 콘셉트상, 남자 게스트에게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쳐야 하는데, 하면서도 방송을 진심으로 하기 어려웠다"며 말 못할 고충을 전했다.
또한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조혜련은 이혼 이후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이경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일화를 고백했다.
"코미디언의 개인적인 삶이 슬프거나 어두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래서 이혼같은 일들을 노출할 수 없었다. 이혼 후 방송활동을 멈추고 중국에서 지낼 때 경실 언니가 연락이 와서 굉장히 마음 아파하며 '그렇게 힘들어하지 말고 돌아와'라고 이야기해줬다. 이혼을 하게 되니까 그렇게 잔소리해서 거리를 뒀던 언니가 떠오르더라."
고민하던 조혜련은 하필이면 치질 수술 전날 이경실에게 연락하여 병원에서 개인적인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고 상담했다고. 이경실은 이혼을 먼저 경험한 인생선배로서 누구보다 진솔한 조언을 들려줬다.
"제가 그 길을 걸어왔지만 같은 길(이혼)을 걸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그 결정을 내리면 모든 총알은 다 네가 받게 되어 있어'라고 이야기해줬다. 아니나다를까. 조혜련이 총알을 다 맞더라. 속사정을 다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조혜련에게는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언니의 진심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언니가 정말로 나를 생각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내 옆에서 지켜주고 돌봐주는 건 경실 언니였다."
개그계 대표 의리녀로 꼽히는 이경실은 강인한 이미지와 별개로, 항상 후배와 동료들의 일에 늘 발벗고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가까운 지인들은 어려울 때 가장 생각하는 사람으로 항상 이경실을 꼽기도 한다.
한편으로 조혜련은 이경실과 같이 있으면 비슷하게 강인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 때문에 친하지만 피곤할 때도 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저와 언니 에너지가 둘 다 되게 크다. 둘이 있으면 힐링보다는 '전쟁터'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늘 불안해한다. 둘이 서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가만 있어봐'다. 그래서 '가만 안 두겠어'라는 유행어도 나온 거다."
이경실과 조혜련은 벌써 30년째 든든한 선후배이자 언니-동생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조혜련은 인생의 동반자로서 이경실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존경심을 전했다.
"경실 언니를 선배로 생각을 안 하고 나한테 늘 잔소리하는 언니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선배더라. 내가 코미디언을 꿈꿀 때 이미 당당하고 멋지게 현역에서 활약하고 있던 그 선배가 지금 내 옆에 계시고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거였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행동을 해도 그냥 웃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언니가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 난 이경실이 최고다. 앞으로도 언니가 하자면 하고, 나아가자면 나아가겠다. 항상 언니 옆에 있겠다.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이경실은 인생의 파도를 겪어본 인생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진솔한 조언을 전했다.
"저도 제 인생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참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그만 나올 만한데 또 나오네?' 이런 생각도 할 것 같다. 그런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저는 나름대로 참 열심히 살았다. 후배나 젊은 친구들이 포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저도 정말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 순간만 넘기면 반드시 웃을 날이 오더라. 부디 버티시라, 버티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버티면 반드시 웃을 날이 오니까 조금만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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