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5만 2천번 연습" 김우빈의 '다 이루어질지니' 비하인드

[인터뷰]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

 김우빈 배우
김우빈 배우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는 천여 년 만에 깨어난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감정 결여 인간 수지(가영)를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더 글로리>로 사랑받은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

지난 1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우빈을 만나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작품마다 캐릭터가 입었던 의상을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던 김우빈은 지니 의상도 당연히 몇 벌 보관하고 있다며 감사와 함께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 선택 기준은 매번 달라진다. 장르를 규정하고 선택하기보다 그때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 어떨 때는 캐릭터를 보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대본이다. 제가 이 대본의 첫 번째 관객이니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메시지를 갖춘 작품이라면 그 메시지에 동의하는지를 떠올린다. 함께 한 제작진이기도 한데, <다 이루어질지니>는 대본, 캐릭터, 스태프 모두 좋았다."

김우빈은 데뷔 초부터 반항기 가득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비인두암으로 2년여 공백기를 갖은 후 생각이 달리진 듯했다. 완치 후부터 최근까지 판타지물에서 두각을 보였다. 조심스레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아직 못해 본 게 많다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공백기를 길게 둔 이후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살아가는 게 삶의 목표가 되었죠. 그래서 큰 목표는 건강 말고는 없어요. 과거에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목표 지향적인 인생이었다면 요즘은 오늘을 위해 하루를 충실하게 살고 있습니다. 사실 사극도 한 번도 안 해봤고, 언젠가 형사였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전문직도 아직 못 해봤어요.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글이다.

김은숙 작가, 세 번째 협업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 스틸컷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 스틸컷넷플릭스

-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에 이어 세 번째 김은숙 작가와 만났다. 작품에 합류한 소감이 어떤가.
"대본이 너무 좋아서 매 장면마다 아끼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제가 생각했던 지니와는 다른, 동양인의 얼굴을 한 새로운 지니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만큼 작가님도 저를 잘 알고 계셨다. 재미있게 연기하도록 써 주신 게 역력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만큼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사이코패스 기질을 타고난 인간의 독특한 성격을 탐구해 볼 수도 있었고, 인간의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구조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메시지 전달자인 지니를 신나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 가영 역의 수지와는<함부로 애틋하게> 이후 9년 만에 재회했다. '혐관 로맨스'를 펼치며 천 년에 걸친 사랑 이야기로 절절함을 그려냈다.
"친해질 시간에 바로 작품, 캐릭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략 회의도 많이 나누었다. 감정 과잉 지니와 감정 결여 가영의 만남부터가 운명적이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초반에 드러나야 전체적인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과장되게 연기하고 수지씨는 무표정을 주로 보여 주었다. 수지씨는 무표정 같아 보여도 미묘하고 디테일한 연기를 펼치던데 리액션을 지켜보면서 기가영 자체라고 생각했다. 저랑 성격도 비슷해서 어떤 생각을 할지 대충 알겠더라. 오래전에 만났지만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했다."

- <스물> 이후 이병헌 감독과 재회로 화제가 되었고 중간에 안길호 감독으로 교체되는 일이 생겼다. 작품의 톤이 달라졌다는 반응부터 호불호 반응이 이어졌다.
"모든 작품에서 호불호가 생기는 건 당연하고 다양한 의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불호의 반응도 어쨌거나 작품을 봐주신 거니까 감사하다. 모든 의견, 솔직한 의견도 귀담아듣고 존중한다. 다만, 몇 화부터 감독님이 바뀌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시간 순서가 아닌 장소에 맞춰 촬영하기 때문인데 베테랑 스태프의 도움으로 감독 교체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스물> 이병헌 감독님과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안길호 감독님이 다행히 후반부를 잘 잡아 주셔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두 분의 디렉팅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스태프와 소통도 자주 하시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 램프의 정령 지니의 비주얼도 화제였다. 긴 머리부터 중기장 등 지니로서의 헤어스타일과 패션 스타일도 파격적이었다.
"긴 머리나 패션 등 외모 설정이 대본에 자세히 적혀 있었다. 예전에 머리카락을 길러본 적 있어서 낯설지 않았는데 가발이라 얼굴에 닿으면 간지럽고 불편했다. 천 년 전 지니의 복장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웠으면 했고, 현대의 지니는 불편해 보였으면 했다. 통통 튀는 지니의 성격이 반영된 원색 계열이라 더 불편해 보이도록 의도했었지만 정작 본인은 편한 듯 보이도록 했다. 의상팀에서 멋진 옷을 제작해 줘서 덕을 봤다. 농사 장면은 <콩콩팥팥>이 생각나기도 해서 엉덩이 깔개 쿠션이나 토시를 해 달라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특히 장화에 지니 콘셉트에 맞게 그림을 그려 주셔서 장화가 잘 보이는 자세로 연기했다."

- 김은숙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패러디 장면이 다수 등장해 즐거움을 주었다.
"작가님만이 쓸 수 있는 대사가 반가웠던 유머였다. <더 글로리> 문동은 패러디는 똑 단발부터 의상도 똑같이 만들려고 신경 쓰던 중 수정된 대본에서 삭제되는 일이 생겼다. 바로 전화해서 오해를 풀고 다행히 다시 살려냈다. 송혜교 선배님 대사도 찾아보면서 똑같이 하려고 열심히 준비했다. (웃음)

<상속자들>의 최영도도 잘해 내고 싶었다. 그때 입었던 교복을 찾았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아 명찰하고 단추만 복원했다. 사실 <신사의 품격> <학교> <상속자들> 교복은 다 가지고 있다. <신사의 품격> 교복을 입고 <학교> 오디션을 보러 가기도 했던 소중한 기억이다. 아무튼 영도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 저로서는 반가웠다. 스태프들이 영도의 등장을 너무 기다렸다. 막상 교복까지 입고 나가려니까 부끄럽고 이상했다. 최대한 그때 모습으로 연기해 보려고 했는데 악한 눈빛이 살아나지는 않더라. (웃음)"

아랍어, 5만 2000번의 기적

 김우빈 배우
김우빈 배우넷플릭스

- 지니의 출신답게 아랍어도 소화해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익숙한 언어가 아니라 큰 도전이었다. 돌아서면 잊어버려서 통으로 외웠고, 연기까지 더해야 해서 부담이 컸다. 편집된 부분까지 합쳐서 아랍어 대사가 총 52마디다. 한 마디에 천 번 정도 연습했으니까.. 결국 5만 2000번 말한 끝에 제가 '해냈다'. (웃음)"

- 두바이 로케이션 에피소드가 있다면.
"생각보다 두바이 같은데 한국이고, 한국 같은데 두바이 같은 장면이 많다. 황금비 장면은 두바이 같지만 한국의 광장에 세트를 지어서 4일 정도 촬영했다. 지니의 여자 친구였던 지니야 장면을 촬영하러 송혜교씨가 두바이까지 날아오기도 했다. 두바이 시장 장면은 두바이지만 시장은 아니다. 시장처럼 세팅된 장면이다. 사막 신은 모두 두바이 같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장비 불충분 등 사정이 있어 한국에서 찍었던 장면도 많았다."

- 특별출연자 중 가장 기억나는 인물은 누구인가.
"다니엘 헤니 선배님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 봤다. 너무 멋진 분이셨다. '김개' 역할은 선배님이 아니라면 설명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연기(강아지 설정) 해 주셔서 김개의 마지막 소원에 설득력이 생겼고 가치 있게 쓰였다. 작은 분량에도 작품을 빛내러 오셨던 분들에게 모두 감사하다."

- 결국 성악설, 성선설을 묻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해피엔딩에 만족하나.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눠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가영은 의로운 선택만 하다가 죽었는데 이번 생에 사이코패스로 태어났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다는 편견을 깨고 좋은 선택을 한다. 그렇다면 가영은 나쁜 사람인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저는 해피엔딩이라 좋았다. 앞서 두 사람의 사연으로 눈물이 흘렀는데 유쾌하게 마무리된 것 같다. 가영이 '지니야'가 되어 죽지 않으니 둘은 계속 잘 지내지 않을까 상상했다."
김우빈 다이루어질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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