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vs "어렵다"... 우직함으로 꽃피운 '믹스팝'의 결실

[리뷰] 엔믹스 정규 1집 < Blue Valentine >

 정규 1집 'Blue Valentine'을 발표한 엔믹스
정규 1집 'Blue Valentine'을 발표한 엔믹스JYP엔터테인먼트

케이팝 대표 그룹 중 하나인 엔믹스(NMIXX, 해원-릴리-설윤-배이-지우-규진)가 첫번째 정규 음반 발표와 더불어 인기 정조준에 나섰다. 지난 13일 발표된 새 음반 < Blue Valentin >은 엔믹스가 데뷔 3년 8개월만에 완성한 정규 1집이면서 올해 3월 내놓았던 미니 4집 < Fe304:Fast Forward >이후 약 8개월여만에 공개하는 신작이다.

그동안 엔믹스는 서로 다른 2개의 이상의 악곡을 접합시킨 믹스팝과 함께 '믹스토피아'라는 세계관을 앞세우고 독특한 콘셉트을 자랑해온 4세대 케이팝 인기 그룹 중 하나로 손꼽혀왔다. 발군의 가창력과 댄스 퍼포먼스를 겸비하면서 밴드 라이브를 지향하는 우직스러운 면은 남들과는 차별화된 엔믹스만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동시에 난해하다는 평가 속에 다소 높은 '입덕' 진입 장벽을 지녔다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믹스는 자신들의 장기를 늘 극대화시켜왔고 올해 상반기엔 국내외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낸 'High Horse' 'Know About Me' 등이 수록된 < Fe304:Fast Forward >로 케이팝 팬들을 사로 잡았다. 그리고 이번 첫 정규 음반을 통해선 "이래야 엔믹스지!"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굳건한 의지 드러낸 타이틀곡

 엔믹스 'Blue Valentine'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엔믹스 'Blue Valentine'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JYP엔터테인먼트

앞선 전작이 '필드'로 불리는 현실 세계에 안착한 6명의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 Blue Valentine >에선 믹스토피아로 도달하기 전 '발렌타인 스테이지'라는 곳에 도착했으며 이번 모험이 사실은 N번째 모험이며 매번 이 장소에서 실패했었다는 과거를 알게 되었다는 SF 판타지 영화스러운 구성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계속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에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돌아온 경로로 회항할 것인지 서로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벌어지는 감정의 갈등과 폭발을 한 장의 음반에 녹여낸다.

동명 타이틀곡 'Blue Valentine'는 그중에서도 가장 엔믹스 답고 동시에 앞으로도 이들이 나아갈 방향과 굳건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트랙이다. 간결하고 느린 템포의 전반부를 지나 질주하는 중반부의 폭발, 그리고 또렷한 후렴구의 등장은 이번 음반의 줄거리를 음악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완성도 높은 수록곡

 엔믹스 'SPINNIN' ON IT'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엔믹스 'SPINNIN' ON IT'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JYP엔터테인먼트

신보 발매 10일전 뮤직비디오 공개를 시작으로 기대감을 높인 수록곡 ''SPINNIN' ON IT''은 타이틀곡 못잖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유튜브 한국 인기 뮤직비디오 순위 Top3에 진입하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거친 질감의 베이스와 파괴력 있는 드럼 비트를 전면에 앞세웠다. 동시에 멤버들의 탁월한 가창력과 고난이도의 안무가 단숨에 케이팝 팬들을 사로 잡았다. 그동안 발표했던 주요곡의 인상적인 사운드가 절묘하게 접합되면서 엔믹스표 믹스팝의 고급스러운 업그레이드가 병행된 것이다.

뒤이어 울려퍼지는 'Phoenix' 역시 조금도 한눈 팔 여지를 주지 않으면서 몰입감을 키운다. 라틴 팝 형식 속에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힘을 빌어낸 음성 변조를 적절히 활용하고 속도감 있는 멜로디의 전개로 정규 음반의 전반부를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EDM 형식을 적절히 녹여낸 'Reality Hurts'까지 소위 전반부 4연타에 이르는 강력한 파괴력이 신보의 완성도를 높였다면 마지막을 장식하는 'O.O' Part1&2는 엔믹스의 초심을 되돌아보게 한다. 데뷔 싱글 < AD MARE >의 타이틀 곡으로 활용되었던 2개의 악곡을 분리, 개별 수록곡으로 다시 선보이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정규 음반이 주는 의미를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비로소 결실 맺는 엔믹스표 믹스팝

 정규 1집 'Blue Valentine'을 발표한 엔믹스
정규 1집 'Blue Valentine'을 발표한 엔믹스JYP엔터테인먼트

그동안 엔믹스는 "잘한다", "재밌다"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동시에 "어렵다"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아왔다. 보컬 및 퍼포먼스 능력을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엔믹스는 늘 인상 깊은 라이브 무대를 연출해왔고 동시에 깨방정 이미지의 예능감까지 갖춘 보기 드문 집단으로 인식됐다.

이와 달리 2개 이상의 이질적인 장르와 음악을 결합시킨 믹스팝의 낯선 풍경은 엔믹스표 음악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으로도 작용했다. 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들고 나와도 가벼운 분위기의 노래를 선호하는 이들에겐 후순위 선택지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

어느덧 데뷔 4년차가 되면서 케이팝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엔믹스로선 이와 같은 분위기의 조성이 결코 달가울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집스러울 만큼 엔믹스는 믹스팝이라는 자신들의 개성을 십분 발휘한 장르를 포기하지 않았다.

평론가들의 호평이 이어진 < Fe304:Fast Forward >의 뒤를 잇는 < Blue Valentine >는 그래서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무모할 수도 있지만 팀의 방향성 만큼은 한결같이 유지해온 집념은 연이은 수작 음반 발표와 더불어 멋진 꽃송이 마냥 만개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정규 음반이 주는 무게감까지 이겨내면서 '믹스팝 장인'은 그렇게 한번 더 훌륭한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엔믹스 NMI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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