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세계사불교
TVN
불교의 창시자로 꼽히는 부처의 본명은 '가우타마 싯다르타(석가모니)'로 기원전 5세기경 인도의 샤카족이라는 부족 국가에서 출생했다. 샤카족의 왕자였던 싯다르타는, 어머니가 상아 6개가 돋아난 흰 코끼리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꾼 후 태어났다고 한다.
탄생설화에 따르면, 싯다르타는 태어나자마자 두 발로 걷고 말을 했다고 한다. 싯다르타가 걸은 일곱 걸음마다 땅에서 연꽃이 피어나 만개했으며, 하늘로 손가락을 뻗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하늘과 땅에서 오직 나만이 존귀하니, 온 세상의 모든 고통을 내가 마땅히 평안케 하리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샤카족의 지도자였던 싯다르타의 부친은 아들이 수행자의 길보다는 성군이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29세가 된 싯다르타는 호화로운 궁궐밖을 나와서 세상의 어둡고 참혹한 모습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자 큰 충격을 받았고,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싯다르타는 늙음과 병듦, 죽음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몰래 궁궐을 빠져나와 머리를 삭발하고 본격적인 수행자의 길에 나서게 된다.
고대 인도에서는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윤회(輪廻) 사상을 믿었다. 인간이 현재 삶에서 한 행동은 다음 삶에 영향을 주며, 그 과정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었기에 '윤회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느냐'가 수행자들의 화두였다. 싯다르타는 훌륭한 스승을 찾아가 명상을 배우거나, 욕망과 집착을 없애기 위하여 스스로 몸을 혹사시키는 다양한 고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오랜 수행 끝에 싯다르타가 찾아낸 새로운 길은, 중도(中道)였다. 쾌락과 고행의 양극단을 벗어나 조화로운 몸과 마음의 상태를 통하여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싯다르타가 얻은 해답이었다.
35세의 싯다르타는 보리수 아래서 깊은 명상을 하다가, 윤회의 원인은 바로 나라는 '자아'에 있고, 욕심과 분노,어리석음 같은 잘못된 믿음을 버리면 번뇌와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깨달음을 얻게 된 싯다르타는 이때부터 '진리를 깨달은 성인'을 의미하는 부처(붓다)로 거듭난다.
부처는 자신과 고행을 함께했던 다섯 명의 수행자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이렇게 전했다고 한다.
"인간의 삶은 고통이며, 그 원인은 집착과 욕망에 있다. 집착과 욕망을 버리면 고통이 소멸한다. 고통을 벗어나는 8가지 길은 올바른 견해, 올바른 생각, 올바른 말, 올바른 행동, 올바른 생활, 올바른 노력, 올바른 마음, 올바른 집중이다."
부처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들은 그의 제자가 되어 '승가'라는 공동체를 결성하게 되고, 평생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우리가 아는 '불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불교의 어원은 '깨달음을 얻은 자'를 의미하는 '붓다'를 한자로 옮긴 것이다.
당시 고대 인도를 지배하던 종교는 브라만 교였다. 철저한 계급사회였던 인도에서, 브라만교는 제사를 통하여 삶의 복을 받고 내세에 구원을 얻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제사는 종교적 권한을 독점한 상류층인 사제 계급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부처는 '누구든지 수행을 통하여 윤회를 벗어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으며 신분제에 반감을 가진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불교에 귀의하며 교세는 빠르게 확산된다.
80세가 된 부처는 세상을 떠나게 되자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지는 법이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부처의 죽음은 '생사의 고통과 윤회에서 벗어나 번뇌가 완전히 소멸한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대반열반(大般涅槃)으로 불렸다.
민간에서 영향력 이어간 불교
▲벌거벗은세계사불교TVN
부처의 사후, 불교는 오히려 더욱 융성하게 된다. 마우리카 왕조의 제 3대 군주인 아쇼카 왕는 인도 대륙을 최초로 통일하고 불교를 국가적으로 전파한 인물이다.
아쇼카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았던 '칼링가 전쟁' 이후 깊은 회한을 느끼고 브라만교 대신 불교로 개종한다. 불교의 핵심 교리인 '자비(慈悲)'에게 크게 감화된 아쇼카는, 국민들을 위한 인도적이고 비폭력적인 정책들을 대거 추진했고 최초의 동물학대금지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한 아쇼카는 불교 선교사들을 여러 나라에 파견하여 동남아시아 일대가 불교의 중심지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오늘날에도 동남아 국가들은 대부분 불교를 신봉하며 신도의 전체 숫자는 약 2억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가 전세계로 확산되는데 인도와 함께 결정적인 역할을 한 또다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과 인도를 오가던 상인들을 통하여 불교 경전과 불상 등이 중국에 처음 전파되기 시작했다.
310년에서 380년까지 중국이 내부적인 전란으로 인하여 외부와의 교류가 한동안 단절된 시기에 중국 불교는 오히려 융성했다. 오랜 전란에 지친 중국인들에게 불교의 사후 세계관은 많은 위안과 공감을 자아내며 승려와 신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 시기에 활동한 중국 동진시대의 고승 석도안은 인도 불교 경전을 번역하고 중국 불교 사상과 조직을 체계화한 인물이다. 또한 불교에 심취한 중국 후진의 요흥왕은 인도에서 불교를 배운 쿠차왕국(현재의 위구르 일대)의 승려 구마라집을 초청하여 불교 경전 번역을 맡기면서 서민들도 쉽게 읽을수 있는 대중화된 불교 경전을 완성하게 한다. 구마라집이 완성한 경전은 오늘날까지 알려진 불교 용어와 경전의 기본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나라 시대에 활동한 현장법사는,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의 스승 삼장법사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이다. 그는 실제로 인도에서 방대한 불경을 직접 운송해와서 번역하며 이후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불교 사상을 전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중국에서 성행한 불교는 한국과 일본에도 전파되며 동아시아 역사와 사회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민족은 삼국시대부터 불교를 수용하여 거대 사찰들이 곳곳에 설립되었고, 통일신라 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에는 국교로 크게 융성했다.
비록 조선시대에 이르면 유교가 성행하면서 위상이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불교는 민간에서 높은 영향력을 이어갔다. 또한 삼국시대인 백제 26대 국왕인 성왕 시절에 불상과 경전을 일본에 전파하면서 상류층을 중심으로 불교가 성행하는 기원이 되었고. 현지 토속신앙과 결합된 고유의 일본 불교가 융성하게 된다.
현대에 이르면, 이제 불교는 아시아를 넘어 서구 사회에도 전파되며 '대안 종교'로서 주목받게 된다. 20세기 중후반에 미국에서 등장한 '히피(Hippy)' 세대는,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을 표방하며 좋은 직장과 돈보다 내면의 행복을 중시했다. 히피들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불교의 '무소유' 사상과 '명상' 문화에 깊이 공감했으며, 이는 미국의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마약의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기어와 키아누 리브스 등 젊은 시절부터 불교 사상에 깊이 심취했거나 아예 신자까지 된 유명인들도 다수다.
최근 한국에서도 젊은 세대와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불교 관련 베스트벨러와 전시회, 굿즈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불교 재조명 열풍이 불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와 경쟁 사회에 지친 오늘날의 MZ 세대에게, 시대를 뛰어넘은 부처의 가르침은 치유와 안식을 전해주는 '힙한 불교'로서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는 중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