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현진의 서울식 공연] '직장인들' 백부장님의 놀라운 노래 음악가 겸 배우 백현진의 단독 공연 '백현진의 서울식'이 11~12일 서울 홍대 무신사 개러지에서 열렸다. ⓒ 신나리
"안녕하세요, 백현진입니다. '안녕하세요'만 했을 뿐인데, 여러분 이게 웃기세요?(웃음) '직장인들' 이후에 사람들이 존재로 웃긴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홍대에서 30년 동안 음악하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어제 공연 리뷰를 찾아봤는데요, 내가 뭐 하는 사람인 줄 모르다가 < 직장인들 2 >보고 공연이 있대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내가) 말 한마디도 안하고 노래만 부르더라고 후기를 남겼더라고요.(웃음)"
백현진의 말에 관객들이 폭소했다. 17곡을 내리 부르던 그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그의 "안녕하세요"에도 "감사합니다"에도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말에도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현실 고증을 제대로 했다"는 평을 받은 < 직장인들 2 >의 '백부장(후장)'의 말투가 담겨서일 테다. 하지만 관객들은 모두 그의 본캐를 안다는 듯 금방 음악에 심취했다.
종합예술인 백현진
영화와 TV 드라마 배우, 행위예술가, 감독과 디자이너 등 전방위 예술가로 활약하는 수식 많은 '종합예술인' 백현진이 12일 저녁 서울 홍대 무신사 개러지에서 단독공연 '백현진의 서울식' 무대에 올랐다.
"두 시쯤에 교보에서 나와서 삼십 분쯤 걸어 너에게 갔지. 한 네 시쯤에 을지면옥에서 나와서 길을 건너 오비베어로 갔지."
말하는 듯 찬찬히 읊조리는 백현진의 목소리에 관객들이 집중했다. 친근한 서울의 지명들이 등장하는 노래는 "남산으로 함께 걸었지"의 후렴으로 이어진다. 가슴속 응어리를 터뜨리려는 듯 성대를 긁으며 부르는 모습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직장인들2 > 속 '백부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백현진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에서 '백현진의 서울식’을 공연했다.
신나리
사실 그는 1997년에 데뷔한 한국 인디밴드 1세대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 멤버이자 솔로 가수다. 가끔은 밴드(어어부 프로젝트, 방백 등)로 가끔은 솔로로 록과 블루스, 재즈, 국악 등이 합쳐진 음악적 장르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오묘한 음악을 펼쳐온 30년 차 음악가이기도 하다.
2023년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영입 이후 처음 열린 공연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반응했다. 11,12일 단 이틀 동안 열린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전석 스탠딩인 공연에 모인 관객의 연령대는 꽤나 다양했다. 혼자서 공연을 즐기는 사람도 상당했다. 평소 '연남동 사는 1972년생 쥐띠 미혼 아저씨'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백현진은 이날 여러 정체성 중 '음악가'에 집중해 무대를 즐겼다.
관객들은 조용히 감상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음악에 심취했다. 손을 들어 백현진과 함께 리듬을 타는 이들도 많았다. 백현진은 작은 무대의 오른쪽과 왼쪽을 오가며 관객과 호흡했다. 오랜 팬인 듯 전곡의 가사를 따라 부르는 이도 여럿이었다. 이날 공연에 모인 300명이 넘는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백현진의 노래를 감상했다.
멜로디가 담긴 이야기
▲백현진은 이날 여러 정체성 중 '음악가'에 집중해 무대를 즐겼다. 신나리
이날 공연에서 백현진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그의 스타일로 편곡해 부른 것 외에 모두 백현진의 이름으로 낸 앨범의 곡을 선보였다. 지난 6월 발표한 <서울식: 낮 사이드>와 <서울식: 밤 사이드>의 수록곡 '남산'·'낮잠'·'핑크'·'모과'·'빛23' 등도 불렀다. 백현진은 음악에만 집중하겠다는 듯 노래 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17곡을 내리 불렀다.
백현진과 수십회의 즉흥 연주를 함께했던 이태훈(기타), 진수영(건반), 손성제(색소폰·클라리넷), 브라이언 신(수자폰·트럼펫), 전제곤(콘트라베이스), 김다빈(드럼)이 곁을 지켰다. 백현진은 "내 이름으로 올린 공연이지만, 우리 연주가들을 포함해 음향 엔지니어 류호건을 포함해 총 8명의 한 팀이 함께 만들어낸 무대"라고 강조했다.
100분여 공연명처럼 서울의 방식을 자기의 시선대로 담고 또 해체한 음악이 이어졌다. 평소 홀로 완성도 있는 작업물을 내놓은 개성 강한 예술가로 알려진 그이지만, 무대 위에서 함께하는 동료들과의 합도 즐겼다.
"횟집에서 싸움이 났는데, 한 남자가 부엌에 가서"로 시작하는 곡 '횟집'이 마지막 곡으로 울려 퍼졌다. "이 다음 장면은 너무 끔찍해서 너무 자극적이라서 이 노래는 여기까지만 부르는 게 적당하겠어"의 후렴이 이어졌다. 횟집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은 음을 덧댄 이야기로 펼쳐지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백현진은 공연 내내 그랬던 것처럼 자기만의 리듬을 타며 관객에게 짧은 시나리오를 선보이듯 하나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백현진이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살펴가세요"라며 관객들을 보냈다. 떠날 생각 없는 관객들은 다시 그의 이름을 외치며 '앙코르'를 청했다. 다시 채워진 무대에서 "고독에 대한 이야기, 상실에 관한 이야기, 절망에 관한 이야기"라는 가사가 담긴 곡 '고속도로'가 나왔다. 백현진이라는 예술가는 또 한 번 자기만의 무대를 세워 20곡을 펼친 후 담담히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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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마디에 폭소, '직장인들' 백부장님 본캐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