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영화, 한계 있지만..." '중간계' 감독의 솔직한 심경

[현장] 영화 <중간계> 언론시사회

최초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은 이 감독과 배우들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장편 상업영화로 AI(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첫 한국영화 <중간계>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첫 공개된 가운데 작품 주역들이 그 심경을 전했다.

<중간계>는 거액의 돈을 두고 서로 다른 이유로 한 장례식장에서 엮이게 된 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현생과 저승 사이 세상에 갇히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길 다룬다. <롱 리브 더 킹>의 강윤성 감독이 6년 만에 영화 연출을 맡았고, 제작 과정 중 상당 부분을 생성형 AI 등을 활용해 만들었다.

시작은 단편 영화였다. AI를 활용해 5분에서 10분 분량의 영화를 만들자는 KT 측의 제안을 강 감독이 적극 수락했고, 본인이 차기작으로 염두에 두고 있던 장편을 수정해 지금의 작품을 내놓았다. 2시간 분량이었으나 AI 기술의 한계 등으로 절반으로 나눠 1편과 2편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게 됐다.

AI로 만든 영화, 의문과 한계점

 강윤성 감독이 13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AI 활용 장편 영화 '중간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윤성 감독이 13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AI 활용 장편 영화 '중간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강윤성 감독은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 촬영 때 제안받았는데 마침 여러 AI 영상을 보았다. 영화계에서도 AI 기술을 적극 사용할 날이 머지 않겠다 싶어 수락했다"며 "정확히 제작비가 얼마나 절감됐는지는 복합적인 요소가 많아 단정할 순 없지만 차량 폭발 장면 같은 경우 4-5일 걸리던 게 AI를 활용해서, 1-2시간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제작 과정의 한 사례를 전했다.

그간 상업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CG)과 VFX(visual effect, 시각 및 특수효과)을 주로 활용해왔던 제작 방식에서 AI 기술을 도입했을 때 분명 차이는 있었던 셈. 강윤성 감독에 따르면 차량 충돌 및 폭발, 12지신 저승사자의 액션, 광화문 광장 싱크홀 장면 등에 AI 기술이 대거 활용됐다. 강 감독은 "그린 스크린을 깔고 스튜디오에서 배우들이 연기한 것과 실사를 합성하던 방식에서 AI를 활용하니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뒤 효과를 입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의문과 한계점도 있었다. 저승사자 캐릭터 및 사천왕 캐릭터를 AI로 구현하면서 기성 배우 및 창작자들의 영역이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 VFX(visual effect)와 CG 기술이 밀리며 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 등이다. 기술적으론 극장용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하기에 AI 영상의 색온도나 섬세함이 아직 뒤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AI 연출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으로 주목받았던 권한슬 감독이 맡았다.

강윤성 감독은 그런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AI를 주도적으로 사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VFX와 CG로 보완해갔다"며 "철저하게 도구이기 때문에 창작자의 영역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강 감독은 "여러 과정을 거치는 VFX 쪽은 아무래도 AI가 대체할 부분이 많겠지만, 전통적인 창작의 영역은 여전히 AI가 할 수 없는 부문"이라 덧붙였다.

변요한 "AI 기술 통해 효용 체감했다"

 13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AI 활용 장편 영화 '중간계'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강우, 방효린, 변요한, 강윤성 감독, 임형준.
13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AI 활용 장편 영화 '중간계'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강우, 방효린, 변요한, 강윤성 감독, 임형준.연합뉴스

변요한 또한 "촬영하면서 AI가 영화 산업에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선까지 넘어올 수 있는지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의 상상력 없이는 AI가 존재할 수 없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영화는 곧 시간과 자본의 싸움인데 AI 기술을 통해 그 효용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소회를 말했다.

"촬영 전 우리 직업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겁도 났다"고 고백한 김강우는 "경험해보니 아직 대체할 수 없다는 감독님 말씀에 동의한다"며 "강윤성 감독님 보고 참여한 것도 있지만, 우리가 처음 시도하는 AI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기대 반 우려 반인 마음으로 참여한 것도 있다"고 출연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임형준은 "배우 연기보다 AI 연기를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시장이 온다면 대체되겠지만, 아직은 배우의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군중이 필요하다거나 특히 저예산 영화들이 겪는 한계를 AI를 통해 넘을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상상력만으로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효린은 "짧은 시간, 적은 회차에 촬영을 진행하고 AI를 활용했기에 그만큼 감독님, 배우분들과 더 많이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었다"며 "상상에 기대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더욱 감정이나 반응을 섬세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중간계>는 총 60분 분량이다. 관람료 또한 절반 수준은 8천원으로 책정됐다. 개봉은 15일로 국내 멀티플렉스 CGV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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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