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 운명처럼 얽힌 두 남녀, 벌써부터 반응 뜨겁다

[리뷰] tvn드라마 <태풍상사>

드라마 <태풍상사>가 제목처럼 흥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tvn의 새 토·일 드라마로 지난 11일과 12일 각각 1화와 2화가 공개됐다.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동시 방영 중이다. 13일 기준 '오늘의 TOP10' 2위에 오르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의 대한민국이다. 주인공은 20대 청춘 강태풍(이준호)과 태풍상사의 말단 경리직원 오미선(김민하). 태풍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압구정 일대를 주름잡던 '오렌지족'의 전형이다. 반면 미선은 일찍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두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적인 가장이다.

가정환경은 달랐지만,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 미선은 대학 진학을 미루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고, 태풍은 아버지와 늘 충돌하지만 내심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들이다. 겉으론 무심한 듯하지만 매일 아버지의 구두를 닦는 모습에서 그 마음이 드러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IMF라는 시대의 거센 폭풍 속에서 운명처럼 얽히게 된다. 국가 전체가 흔들리며 계열사들이 줄줄이 부도에 빠지고, 태풍상사 또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설립자이자 태풍의 아버지 강진영(성동일)은 그 충격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이 일을 계기로 태풍과 미선의 인연이 시작된다.

태풍은 아버지가 남긴 비밀 금고를 통해 그가 회사와 직원들을 위해 어떤 신념으로 살아왔는지를 깨닫는다. 그는 무너진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로 결심하고, 미선에게 도움을 청한다. 수에 밝고 기억력까지 뛰어난 미선은 태풍의 진심을 믿고 그 곁에 남는다. 두 사람은 뜻을 모아 위태로운 회사를 지켜내려 고군분투한다.

드라마의 진짜 매력

 과거에는 직장인들이 더 붐볐던 을지로
과거에는 직장인들이 더 붐볐던 을지로tvN드라마 유튜브 공식 채널 갈무리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은, 그 시절 한국의 풍경을 놀라울 만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는 데 있다. 태풍상사의 사무실은 서울 을지로의 한 상가에 자리한다. 지금은 '힙지로'로 불리지만, 당시 을지로는 무역업체와 제조업체가 몰려 있던 대표적인 중소기업 밀집지였다. 카메라가 비추는 공간마다 90년대의 공기가 그대로 살아 숨 쉰다.

오랜만에 등장한 삐삐와 숫자로 마음을 전하던 메시지(486=사랑해)는 반가운 추억을 자극한다. 가운데 가르마에 브릿지를 넣은 헤어스타일, 레더 재킷과 체인, 셔츠 위에 조끼를 겹쳐 입은 직장인 룩 등 세기말 감성이 곳곳에 묻어난다. 회차마다 붙는 부제 역시 90년대 드라마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1화: 폭풍의 계절, 2화: 아스팔트 사나이) 그 자체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사도 인상적이다. "~든요"로 끝나는 말투나 당시의 억양을 세밀하게 복원해 디테일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배우 이준호와 김민하의 연기는 탁월하다. 표정과 눈빛의 감정선이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아 드라마의 전체 톤과 완벽히 어우러진다. 20여 년 전 서울 어딘가에 있었을 법한 두 청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시청자 반응 뜨겁다

 미선(김민하 배우)과 태풍(이준호 배우)은 다른듯 닮아 있다
미선(김민하 배우)과 태풍(이준호 배우)은 다른듯 닮아 있다tvN드라마 유튜브 공식 채널 갈무리

요즘처럼 초반에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운 시대에, 1,2화를 단숨에 보게 될 만큼 흡입력이 있다. 실제로 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첫 방송 시청률이 5.9%(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해, 최근 종영한 <폭군의 셰프> (1화 4.9%)를 제쳤다. 2025년 tvn 토일 드라마 중 최고 오프닝 성적이면서, 공중파 포함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특정 시대가 주는 향수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어우러져 '좋은 드라마'의 조건을 고루 갖췄다.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지만 어느새 아득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힘들고 아팠던 시절이었지만, 그만큼 뜨겁게 살아냈던 시간이기도 했다.

요즘 유행의 정점엔 여전히 '레트로'가 있다. 실제로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더 열광하는 현상도 흥미롭다. 불편했던 시절임에도 우리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 안에 분명한 온기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 잊고 있던, 그러나 다시 갖고 싶은 그 시절의 감성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되살려낸 드라마 <태풍상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SNS에도 실립니다.
태풍상사 TVN 드라마리뷰 김민하 이준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