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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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죽을 때마다 괴로워하고, 다른 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그에게 생존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남는 것이다. 그의 곁에는 현실 세계에서 암벽등반을 즐기던 여성 우사기가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결핍을 메우며, 게임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끊임없이 죽음과 마주하는 공간에서,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유일한 희망임을 보여준다.
게임을 클리어할수록 아리스는 깨닫는다. 결국 게임을 만든 것도, 게임을 이기는 것도 사람이다.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그는 한 가지 진실에 다가간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생존의 기술이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의 불안, 그리고 인간의 도피 본능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표면적으로는 게임 액션물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일본 사회의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숨어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내일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집단적으로 경험했다. 보더랜드는 그 불안의 시각화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대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일상. 작품 속 세계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또한 시리즈는 흥미로운 대립축을 제시한다. 하나는 현실로 돌아가려는 자들, 또 하나는 이 세계에 남고 싶어 하는 자들이다. 현실로 돌아가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하는 인물들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그럼에도 현실을 선택한다. 이 갈등은 결국 '현실 회피'와 '직면' 사이의 싸움이며, 현대인의 일상에도 그대로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한 장면.넷플릭스
아리스는 끝내 선택한다. 모든 불합리와 상처에도 불구하고, '돌아가겠다'고 말이다. 그 선택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마지막 존엄이자 의지다. 시즌 3는 이런 서사의 외전격이라 할 수 있다. 시즌 2에서 거대한 반전과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보여준 후, 시즌 3는 보더랜드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는 후일담에 가깝다. 일부 팬들에게는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시리즈의 철학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다.
인간 존재를 묻는 일본식 SF 스릴러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매력은 화려한 액션이나 잔혹한 게임의 설정에만 있지 않다. 그 안에는 철저한 인간 탐구의 시선이 녹아 있다. 아리스의 여정은 곧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경쟁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사회라는 보더랜드,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밀어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시부야의 화려한 네온 아래, 모두가 사라진 도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요한 종말의 게임.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미세한 인간성의 불꽃이야말로, 이 시리즈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진짜 이유다. 하여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잔혹하고도 아름답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이야기를 전하니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여전히 스크린 앞에서 '보더랜드'의 다음 게임을 기다리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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