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황정민 이전에 연극배우 황정민이 있었다. 영화로 대박을 터뜨리고 '천만 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황정민은 이후에도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2023년 <서울의 봄>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세 번째 천만 영화를 추가한 이후 지난해 연극 <맥베스>를 통해 무대에서 관객을 만났다. 이번에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통해 다시 무대에 선다. 2015년 <오케피> 이후 10년 만에 이루어진 뮤지컬 복귀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주인공 '다니엘'은 '미란다'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아내와 이혼하고, 인생의 전부였던 아이들을 일주일에 하루밖에 보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다니엘이 일자리를 구하고 상황을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양육권은 전부 아내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에 다니엘은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미란다의 집에 가정부로 지원한다. 이때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할머니로 변장하고 스스로를 '미세스 다웃파이어'라고 소개한다. 그렇게 다니엘은 가정부 할머니가 되어 미란다와 아이들 앞에 나타나고 가족, 사랑 등의 주제를 바탕으로 유쾌한 소동이 시작된다.
'천만 배우' 황정민, 뮤지컬에서도 통한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사진
(주)샘컴퍼니, (주)스튜디오선데이
무대는 황정민의 놀이터다. 무대를 뛰어다니며 자유분방한 다니엘에 완벽히 녹아들고, 특유의 에너지를 발휘하며 유쾌하고 발랄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표현한다. 할머니로 분장하기 위해서는 얼굴과 몸에 둘러야 할 소품들이 많을 뿐더러 작품의 특성상 수시로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는 탓에 황정민의 셔츠에는 어느새 땀 자국이 선명하다.
다니엘과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소화해야 할 퍼포먼스는 종류도 많고 강도도 높다. 몸으로는 탭 댄스와 브레이크 댄스, 플라멩코 등을 수시로 선보여야 하고, 입으로는 랩과 비트박스, 루프스테이션 등을 감각적으로 소화해야 한다. 황정민은 뮤지컬 무대를 떠나있는 10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황정민과 함께 다니엘과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연기하는 배우는 정성화, 정상훈이다. 정성화는 2022년 <미세스 다웃파이어> 한국 초연에 참여한 '경력직'이고, 정상훈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뮤지컬 3편을 소화하는 등 무대에서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코미디의 색채가 짙은 뮤지컬인 만큼 배우에 따라 다른 애드리브와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황정민의 경우에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명대사를 애드리브로 선보였다. 필자가 관람한 날에는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영화 <서울의 봄>),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영화 <베테랑>), "드루와, 드루와!"(영화 <신세계>) 등의 명대사를 상황에 녹여냈다. 천만 배우의 애드리브는 그 자체로 무대와 객석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유쾌한 소동 끝에 피어난 사랑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사진
(주)샘컴퍼니, (주)스튜디오선데이
미란다는 다니엘의 자유분방한 성격에 매료되어 결혼을 결심했다. 다니엘의 성격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란다는 남편 다니엘의 자유분방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에 진절머리를 낸다. 미란다가 보기에 다니엘은 현실 감각이 부족한 말썽꾸러기이자 심각한 문제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한량이다.
하지만 다니엘은 미란다와 아이들을 사랑한다. 다니엘의 사랑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변한 건 다니엘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모습이다. 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 다니엘의 모습과 낭만적인 연애를 즐기던 다니엘의 모습은 달라야 한다. 안정적인 직장과 소득을 바탕으로 경제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기대, 부부 사이의 갈등을 책임감 있게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남편의 모습은 자유분방하고 우유부단한 다니엘의 모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니엘은 자신을 향한 미란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한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 법원도 다니엘이 아버지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증명하지 못한다면 양육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다니엘은 그 누구보다 미란다와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문제는 사랑을 표현하는 모범 답안을 따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여기서 갈등이 발생하고, 가정이 파괴되고, 가정부 할머니로 변장해 아이들을 만나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이 비롯된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소동의 전 과정에 걸쳐 모범 답안, 정상의 문제를 건드린다. 후반부에 이르러 미란다와 아이들이 다니엘의 진심 어린 사랑을 발견하고 문제를 봉합하지만, 그 방식이 '정상가족'으로의 회귀는 아니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유쾌함 속에서 진지한 사랑이 피어난다.
한편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12월 7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다니엘'과 '다웃파이어'를 연기하는 황정민·정성화·정상훈에 더해 '미란다' 역에 박혜나·린아가 분한다. 여기에 이지훈·김다현('스튜어트' 역), 하은섬·윤사봉('완다' 역) 등 실력파 배우들이 힘을 보탠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사진(주)샘컴퍼니, (주)스튜디오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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