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48초짜리 '빵 노래'로 대박 친 그녀의 매력

[최해린의 물건너 유튜버들] 유튜브 'Anya Nami'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영상 플랫폼이지만, 음악가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도 톡톡히 제공해 왔다. 유명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를 유튜브에 제공해 접근성을 높였고, 신예 주자들은 매력적인 뮤직비디오를 통해 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여기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한 가수가 있다. 바로 '아냐 나미(Anya Nami)'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27만 구독자를 보유한 아티스트로 성장한 그녀의 비결은 무엇일까.

'빵 노래'로 단숨에 바이럴

 유튜브 'Anya Nami' 갈무리
유튜브 'Anya Nami' 갈무리Anya Nami

아냐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24년 3월경이다. 그 이전에도 게임 캐릭터를 뮤즈로 삼은 자작곡을 공개하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는 있었지만, 정작 그녀를 인터넷 스타로 만들어 준 것은 반쯤 장난으로 만든 '빵 노래'였다.

노래 < Bread >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자신이 인생에서 원하는 것은 잘 구워진 빵밖에 없다는 소소하고도 공감 가는 가사가 중독적인 신시사이저 비트의 힘을 빌려 거듭 반복된다. 아냐가 우스꽝스러운 빵 복장을 하고 찍은 뮤직비디오도 그 특유의 오묘한 매력으로 순식간에 305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48초 분량의 짧은 노래던 < Bread >는 1개월간의 추가 작업을 거쳐 1분 42초가량의 곡으로 재탄생한다. 숏폼 영상을 통해 바이럴(viral)해진 음악이 짧은 유행기를 거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과 달리, < Bread >는 길어진 버전이 더욱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원본 뮤직비디오 조회수의 4배를 웃도는 1천3백만 조회수를 달성한 것이다. 아냐가 단순히 중독적인 리듬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음악적 구조 역시 갖췄다는 사실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무거워진 주제, 선명한 방향성

안무와 자막, 수화를 결합한 아냐 나미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Anya Nami' 갈무리
안무와 자막, 수화를 결합한 아냐 나미의 뮤직비디오유튜브 'Anya Nami' 갈무리Anya Nami

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을 증명한 아냐가 내디딘 두 번째 발걸음은 더욱 강렬하다. 바이럴의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또다른 유행가를 만드는 대신,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연이어 공개하며 선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 Bread >의 성공 직후 공개된 < A Song About Revenge on Your Abuser >는 말 그대로 교재 폭력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모의하는 노래다. 다소 무거워진 주제는 여전히 발랄하고 매혹적인 비트와 융화되어 매력적인 곡으로 거듭났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 Dirty Dream >은 유튜브를 통해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의 강점을 살려 주류 음악 시장에서 꺼내기 어려운 관능적 꿈에 관한 이야기를 펼쳤는데, 해당 두 곡은 연달아 공개되면서 교재 폭력 피해자 역시 성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말 한마디 없이 노래만으로 여성의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관습을 지적한 것이다.

아냐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음악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대부분 노래는 청력이 온전한 이들만을 겨냥하기 마련인데, 아냐는 가사만으로도 시적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한다. 그녀의 뮤직비디오에는 오독을 막는 정확한 가사 자막이 매번 첨부되며, 안무와 ASL(미국 표준 수화)을 조합해 창의적인 '시각적 음악'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전자음악에 러시아 민속무용을 결합한 자전적 노래 < Folk Rush >를 공개하는 등, 아냐의 음악적 저변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맨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마스크 가수'라는 점, 그리고 인상적인 푸른색 단발머리는 이러한 음악적 개성과 맞물려 아냐를 '척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아이콘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이처럼, 유튜브를 기반 삼아 성장한 아냐 나미에게는 기성 음악인 못지않은 구성력과 음악의 경계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획력이 있다. 단순한 '바이럴 음악'을 넘어 뜻깊은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직조해 내는 능력은 아냐 나미의 향후 커리어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이다.

날이 갈수록 비슷해지는 것만 같은 주류 팝 음악에 지쳐 새로운 노래를 찾는 중이라면, 혹은 마찬가지로 유튜브 등지에서 활동하는 '재야의 음악 고수'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아냐의 채널을 방문하는 것으로 탐색을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유튜브 아냐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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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