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하루 전날 밤. 끝내 배성재 감독은 충남 아산과 결별을 맞아야만 했다.
충남 아산은 4일 오후 4시 30분 아산에 자리한 이순신 종합 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2 2025' 32라운드서 김길식 감독의 충북청주FC와 격돌한다. 현재 아산은 8승 12무 11패 승점 36점으로 9위에, 청주는 6승 8무 17패 승점 26점 13위에 자리하고 있다. 올해 2번의 맞대결에서는 아산이 모두 승리를 기록(3-1. 0-2), 청주 상대로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마지막 충청 더비를 앞둔 가운데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아산은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다.
내부 승격 승부수→사퇴 해프닝까지, 혼란스러운 아산의 '현주소'
지난 시즌 아산은 경찰청 축구단에서 시민 구단으로 전환된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구단 사무국장이었던 김현석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상승 곡선을 질주했다. 독특한 후방 빌드업 구조와 함께 리그 내에서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한 아산은 리그 준우승을 기록하며 사상 첫 승강 플레이오프로 향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대구에 무너지면서 승격은 좌절됐지만, 아산은 구단 내부에서 할 수 있다는 힘을 확인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2부에서 2025시즌을 다시 시작해야만 했던 이들은 변화의 시간 앞에 놓였다. 팀을 성공 가도로 이끌었던 김 감독이 전남 드래곤즈로 향하며 공백이 발생했고, 이 공석을 수석코치였던 배성재 코치가 내부 승격을 통해 지휘봉을 잡은 것.
기대감은 상당했다. 아직 프로 사령탑 경험은 없었으나 지난해 김 감독을 성공적으로 보좌하며 '팀의 두뇌' 역할을 담당했고, 세트피스 전술까지 도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 또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팀 전술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자원들의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전력을 유지했다. 핵심이었던 강준혁·주닝요·박대훈이 이탈했으나 더 이상의 방출은 없었다.
오히려 손준호·한교원·김종민·최현웅·김정현·미사키 등과 같은 K리그2에서 수위급 실력을 자랑하는 자원들을 품었고, 오히려 전력이 지난해보다 올라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출발은 상당히 불안했다. 개막 후 10경기서 단 2승에 그치며 부진했고, 12라운드부터 15라운드까지는 3승 1무로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했으나 여기까지였다.
18라운드부터는 7경기 무승(4무 3패)으로 고개를 숙이는 기간이 길어졌고, 급기야 22라운드 화성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는 배 감독이 휴가를 내고 경기에 참석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부 불화설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으나, 구단은 침묵하다가 무려 4일 뒤에서야 사건의 전말을 밝히며 논란을 일기도 했다.
구단은 "배성재 감독이 지난 20일 부천FC전 경기 후 최근 성적 및 구단 순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구단에 사퇴서를 제출했다"라며 "이준일 대표이사가 사퇴서를 보류하고 고민의 시간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홈 경기는 감독 자리는 공석으로 진행됐다. 이후 28일 이준일 대표이사는 배성재 감독과 면담을 하며 거듭해 사퇴 표명을 철회해 줄 거를 간곡히 부탁했고, 배성재 감독은 고민 끝에 감독직을 이어 나가기로 결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사퇴 해프닝이 있고 난 이후에도 아산과 배 감독은 급격한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25라운드서 안산을 2-0으로 잡아내며 복귀 후 승리를 기록했지만, 이어진 6경기서 1승 2무 3패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결국 구단은 3일 늦은 밤, 배 감독과의 동행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구단은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배성재 감독은 지난 7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사임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보류되었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충남아산FC와의 동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이어 "조진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성적 부진으로 인해 구단은 배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지만,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시기상의 문제다. 구단이 배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한 시기는 청주와의 경기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경기 하루 전날 밤, 감독 사임 소식을 발표하게 된다면 팬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선수단에 큰 동요가 있을 수도 있는 결정이다.
또 경기 하루 전 감독 사임 발표는 구단의 내부 혼란을 여실히 드러내는 척도이기도 하며, 이는 이미지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향후 다른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배성재 감독에도 이런 결정은 사령탑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즉 이 결정은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배 감독을 떠나보낸 아산은 이번 시즌 사실상 승격은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리그 종료까지 단 8경기가 남은 시점, 현재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5위 부산과의 격차는 13점이다. 물론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선장이 없고 불안정한 흐름을 선보이고 있는 이들이 급격한 반전을 이뤄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그렇기에 조진수 대행 체제를 거치며 이번 시즌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분석하고, 차기 사령탑 선임 과정을 해내야만 하는 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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