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람과 고기> 관련 이미지.
영화사 도로시㈜
칠순을 훌쩍 넘긴 우식(장용)은 꽤 알려진 시인이었다. 팔순을 맞이한 형준(박근형) 또한 서울 중심가에 손수 단독 주택을 짓고 두 아들을 해외로 유학 보낼 기반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화진(예수정)은 비록 둘째 부인이긴 했지만, 남부럽지 않은 재력에 호화로운 생활을 맛보기도 했다. 영화 <사람과 고기>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의 과거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골목에서 폐지를 줍거나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며 홀로 외로움을 삼키며 살고 있다는 것. 자녀들과 인연이 끊겨 독거하며 늙어가고 있는 처지다. 그런 이들이 우연찮게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있으니 바로 함께 고기를 구워 먹게 되면서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사람과 고기>는 제목에서 오는 낯선 질감과 달리 삶에 대한 오랜 고민과 관찰, 특히 고령화 사회에 이미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노인 세대의 현실과 심리를 예리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동시에 제목처럼 사람의 존재를 고기와 함께 곱씹으며 끊임 없이 생각하게끔 한다.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이 세 노인이 처한 현실은 분명 고달프다. Kg당 60원인 폐지를 쟁취하다가 형준과 우식이 드잡이를 할 정도로 팍팍한 삶이다. 사고로 아들과 며느리를 잃고 홀로 손주를 키워온 화진 또한 남에게 신세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쉽사리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산다. 싸우다가 친해진 형준과 우식, 그리고 함께 소고기 뭇국을 먹자는 두 사람 제안에 마지 못해 끼게 된 화진은 이후 서로를 알아보고 애잔한 마음을 품는 관계가 된다. 그 누구도 자세한 사연을 터놓진 않았지만 홀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처지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기 때문.
비루해 보일 수 있고, 객관적으로 보아도 행복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이들의 존재를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안전망과 복지 사각지대를 떠올리게 된다. 직접적으로 고통스럽게 제시하는 게 아닌 세 사람이 고깃집을 돌며 무전취식, 즉 일탈과 불법을 반복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코믹함과 진솔함은 덤
▲영화 <사람과 고기> 관련 이미지.
영화사 도로시㈜
반복되는 불법행위로 동네에서 요주의 인물이 된 세 사람의 남은 삶은 과연 행복할까. 각 벌금 300만 원이라는 법의 응징을 받고 난 뒤 겨우겨우 그 대가를 치른 이들의 표정은 왠지 전과 다르다. 독거라는 형태에서 느슨한 형태지만 누구보다 깊은 마음의 정을 나눈 친구들이 존재한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특유의 코믹함과 진솔함으로 가족들이 함께 볼만한 영화로 손색없다. 특히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 기간에 문득 자신의 미래와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면, <사람과 고기>를 보아야 할 것이다. 잔잔한 웃음 속에 서린 외로움과 슬픔, 하지만 묘하게 희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2025년 대한민국 사회를 사는 이들에게 가족의 존재, 대안 가족의 가능성, 그리고 미래의 삶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좋은 영화가 없어 극장가가 어렵다는 상황에 <사람과 고기>에 주어진 개봉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은 양면적이다. 추석 연휴에 개봉하는 대형 상업 영화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가족적이고, 만듦새 또한 좋다.
한줄평: 유쾌함 속에 품은 깊은 성찰, 마음을 충분히 울린다
평점: ★★★★(4/5)
| 영화 <사람과 고기> 관련 정보 |
감독: 양종현
출연: 박근형, 장용, 예수정
제작: 영화사 도로시㈜
공동제작: ㈜오아시스 스튜디오
배급: ㈜트리플픽쳐스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개봉: 2025년 10월 7일 |
▲영화 <사람과 고기> 관련 이미지.영화사 도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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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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