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이 던졌고 후회없이 떠난다" 오승환의 작별인사

삼성 라이온즈 '끝판왕' 오승환, 야구인과 팬들 축복 속에 은퇴식

'끝판왕'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수많은 야구인들과 팬들의 축복속에 아름다운 은퇴식으로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9월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2025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대 KIA 타이거즈의 경기와 함께 오승환의 은퇴식이 열렸다. 삼성은 이날 5-0으로 완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4위를 확정하고 레전드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삼성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시즌 50호 홈런을 터뜨리며 역대 최초 '50홈런-150타점' 달성이라는 대기록까지 수립했다.

오승환은 5-0으로 앞선 9회초 마지막 수비에서 마운드에 올라 박진만 삼성 감독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마지막이 될 오승환의 등장곡인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장내에 울려퍼지자 벌써 눈물을 훔치는 팬들도 있었다. 오승환이 좌측 담장 밖 불펜에서 힘차게 뛰어나오자, 불펜에 있던 모든 후배 선수들이 도열하여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KIA는 곧바로 최형우를 대타로 투입했다. 최형우는 오승환과 삼성 왕조의 주역으로 함께 활동했던 절친한 후배였다. 양 구단간 사전에 약속된 기용이었다. 최형우는 헬멧을 벗고 선배 오승환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오승환은 4구째 포크볼을 던지며 최형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프로무대에서 21년을 달려온 위대한 전설의 마지막 공이자 마지막 아웃카운트였다. 최형우는 삼진을 당한 뒤 마운드로 올라가 오승환을 껴안았다. 포수 강민호 역시 눈물을 흘렸다. 오승환은 남은 아웃카운트 2개를 김재윤에게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와 함성을 보내며 오승환을 예우했다.

또한 이날 경기장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대거 찾아왔다.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이동현, 채태인, 김강민 등 '1982년생 황금세대'가 한 자리에 집결하는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오승환은 동갑내기 친구들 중에서 가장 오래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하는 선수가 됐다. 82년생 멤버들은 오승환의 등판과 퇴장까지 팬들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내며 친구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오승환을 끝으로 한국야구의 최전성기를 이끈 황금세대가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오승환의 야구인생, 한국 마무리 투수의 역사

 9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은퇴식에서 오승환이 팬들에게 인사하기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9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은퇴식에서 오승환이 팬들에게 인사하기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후 오승환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선물 및 감사패 전달, 은퇴 축하 영상 편지 상영, 오승환의 고별사 낭독, 가족 꽃다발 및 선물 전달, 유니폼 반납과 영구결번식, 팬들을 향한 마지막 그라운드 작별인사 등이 이어졌다. 오승환은 삼성 선수로는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구단 역사상 네 번째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이어졌고, 삼성 선수단은 단체로 오승환을 헹가래 쳤다. 낭만, 감동, 품격이 모두 완벽하게 갖춰진 레전드와의 아름다운 작별이었다.

오승환의 야구인생은 곧 한국 마무리 투수의 역사였다. 2005년 삼성 입단 첫해부터 10승 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로 신인왕·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고, 2006년에는 아시아 단일리그 최다 47세이브를 작성했다. 오승환은 삼성에서 총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며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국제무대에서도 오승환은 빛났다. 일본프로야구 한신(2014~2015)에서 2년연속 구원왕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세인트루이스·토론토·콜로라도(2016~2019)에서 셋업맨과 마무리로 뛰며 한국인 최초로 한국·미국·일본에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가 됐다. 국가대표로도 2008 베이징올림픽(금메달), 2009, 201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무대 등에서 활약했다.

오승환은 KBO 통산 738경기 44승 33패 427세이브 19홀드 803.2이닝간 평균자책점 2.32의 기록을 남겼다. 역대 2위 손승락(은퇴, KIA 타이거즈 코치)의 271세이브와도 격차가 크다. 오승환 마지막 세이브는 2023년 8월 11일 KIA전으로, 이는 KBO 역대 최고령 세이브(만 42세 42일) 기록이었다. 한미일 통산 기록은 총 549세이브다. 당분간 한국 마무리투수중 오승환의 기록을 넘을 선수는 나오기 어렵다.

물론 항상 빛났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 진출 시절인 2015년 삼성의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것이 밝혀지며 징계를 받고 팬들을 크게 실망시킨 사건도 있었다. 말년에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박수칠 때 떠나지 못했다'는 질타를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승환은 한때의 과오를 딛고 함께 활약했던 선수들 중 누구보다 오래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오승환의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관리는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그리고 마무리투수로서는 역대 최초로 '은퇴투어'의 주인공이 될 만큼 수많은 이들의 존중과 예우를 받으면서 아름답게 선수생활의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오승환은 직접 준비해온 고별사에게 자신을 발탁하고 믿어준 삼성 구단과, 함께 했던 수많은 선수들과 직원들,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하여 일일이 고마움과 애정을 드러냈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전할 때는 감정이 북받친 듯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팬들은 오승환의 이름을 연호하며 따뜻하게 격려했다.

"다시 태어나 또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해도, 주저 없이 야구를 택하겠다.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 어떤 팬들은 '박수칠 때 떠나라'고 말했지만, 저는 끝까지 박수를 얻기 위하여 노력한 제 길에 후회가 없다. 공 하나에 끝까지 제 모든 것을 다해 던지는 모습을, 후배들과 제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덕분에 저 오승환, 후회없이 던졌고 후회없이 떠난다. 여러분의 응원 속에서 살아온 시간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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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은퇴 마무리투수 삼성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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