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셰프' 이채민 "긴급 투입된 만큼 잘해야 할 이유 많았다"

[인터뷰] tvN <폭군의 셰프> 이채민 배우

"작품이 잘되면 기쁘지만 다음 작품의 부담이 크죠. 그럴 때일수록 '변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기억하려고 해요. 시청률 같은 수치에 연연하기보다 어떤 장르든, 대본이든,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워 내려고 합니다. 부담 때문에 할 수 있는데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요. 배우로서 목표는 '나를 잃지 말자'였어요.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일이잖아요. 앞으로도 저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9월 30일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의 폭군 연희군을 연기한 이채민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채민은 나이보다 성숙한 말투와 태도로 맞이했다. 폭군 연희군의 그림자 때문일까. 제2의 변우석이란 타이틀을 단 이채민은 2000년생, 데뷔 5년 차 신예의 느낌 보다 어른스러움이 가득했다.

긴급 투입, 부담과 행운

 이채민 배우
이채민 배우바로엔터테인먼트

이채민은 촬영 일주일 전 박성훈의 하차로 생긴 빈자리에 긴급 투입되어 연희군 이헌을 소화했다. 조선 최고의 미식가이자 절대적 군주를 이질감 없이 표현해 큰 호평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연연하기보다 차분하게 상황을 돌아보는 노력이 먼저라고 말했다.

"짧은 기간 동안에 촬영이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컸다. 하지만 반대로 열심히 만들어 보자, 해내자, 피해 끼치지 말자고 곱씹었다. 주변의 스태프와 선배님들이 도와주셨다. 촬영 초반부터 그룹 리딩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성실히 임했다."

군주 연희군과 인간 이헌의 차이점에 대해 "주변에서 '이헌, 그 자체다', '이헌처럼 보인다'라고 할 때 뿌듯하고 성취감도 들었다"며 노력을 보상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헌은 벽이 존재한다. 지영과 지영이 아닌 사람에게 다르게 비추어지는 태도 차이도 크다. 지영과 함께 할 때의 모습과 눈빛, 행동이 제대로 드러나길 바랐다. 마음에 상처와 아픔이 있는 인물이지만 누구보다 순수해서 매력적이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츤데레 같은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장태유 감독의 팬이었다며 마치 성덕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감독님이 기본기가 잘 되어 있는 배우라고 해주셨고 이후 캐릭터를 맞춰 나가길 바라셨다. 감독님에게 캐릭터 해석력,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을 습득했다. 당일 배우고 연습해서 액션 장면을 찍었다. 무술 감독님이 순간 암기력도 좋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자신감을 얻었다. 훗날 액션에 도전한다면 더 많이 연습해서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폭군의 셰프는> 굵직한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장태유 감독의 신작이자, 임윤아의 드라마 차기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첫방 시청률 4.9%로 시작해 꾸준한 상승세를 타다 마지막 방송은 17.1%로 종영했다.

이채민은 모든 성과는 부족한 자신을 도와준 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저희끼리 초반에 4% 정도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분 좋은 스타트를 했다"며 안도했다. "부모님은 어떤 작품을 하든 즐겁게 봐주시는데 마지막 화를 슬프게 봐주셨다"며 지인, 가족, 친지의 반응을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사극이자 메인 주인공으로 우뚝 선 이채민은 사극 특유의 발성과 복장, 연기 톤을 짧은 시간에 체화해야 했다. 어려움이나 부담감은 없었을까. "사극 발성은 4년 전부터 꾸준히 다닌 학원 탓이다"라며 왕 역할에 최적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감독님이 먹고 난 후 표정 묘사를 만화처럼 해달라는 디렉팅에 거울 보면서 많이 연습했다. 애니메이션이나 먹방 영상, <흑백요리사> <고독한 미식가>의 평가와 리액션을 참고하면서 분석했다. 다 맛있었는데 명나라와 1차 경합 때 나온 우대 갈비와 마카롱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포장해 갔었다"라고 밝혔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본인은 행복했다지만 과식의 괴로움도 있었을 것 같았다. 이채민은 "제가 일을 하는 이유는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맛이 까다로운 편이기도 하고 먹는 데 진심이라 기왕이면 맛있는 걸 먹자 주의다. 촬영하면서 식단 관리보다는 먹어야 하는 기간이 많아 덜 먹을 기회가 생기면 차라리 좋았다"고 솔직 고백했다.

이어 "제때 식사를 한 후 촬영에서 또 먹어야 해서 3kg 정도 쪘다.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부드럽고 포근한 인상이더라. 여러분들은 못 찾으시겠지만 제가 안다(웃음). 특히 음식이 메인일 때도 많았는데 NG가 날 것 같으면 최대한 음식을 망치지 않았을 때 내려고 했다. 괜히 음식을 소비하면 안 되니까 최대한 효율적으로 찍으려고 노력했다"며 한쪽에서는 계속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카롱 CG, 빵 터진 장면

 tvN <폭군의 셰프> 스틸컷
tvN <폭군의 셰프> 스틸컷tvN

판타지와 회귀물을 넘나드는 대체 역사 장르인 <폭군의 셰프>의 매력을 묻자 "드라마적 묘미, 달달한 로맨스, 음식이 주인공이라 다채롭게 즐길 거리가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이런 매력이 각자의 취향에 녹아들어 12화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라고 곱씹었다. 인기를 실감했냐고 묻자 "지인에게 사인 요청을 받거나 스포일러 질문 등 방영 내내 관심이 컸다. 음식 맛 평가나 만든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더라"라며 화제성을 전했다.

그는 이헌과의 싱크로율을 두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아픔, 대령숙수와의 로맨스 등 제가 이헌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막중한 무게감이 생겼다. 폭군이란 설정은 정치 세력의 입김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극대화된 것일 뿐. 본체 이헌은 음식을 좋아하고 천진난만한 소년미 가득한 인물이다. 불합리함에는 그렇다고 말할 줄 아는 탓에 폭군처럼 보인 건 아닐지"라며 이헌이 느꼈을 솔직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내는 장면이 유독 많아 어려웠던 점을 말했다. "제가 보여주지 않은 모습, 숨기고 싶은 모습을 이헌을 통해 표출해 내려 했다. 저는 평화주의자라서 화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헌으로서는 분노를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혼자 소리도 질러보고 발악도 해보면서 편안하게 분노 표출을 해봤다"며 인물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전했다.

<폭군의 셰프>는 웹 소설을 기반으로 만화적인 CG가 웃음을 유발했다. 특히 명나라 숙수와 대결할 때 마카롱 시식 리액션은 엄청난 화제성을 이끌었다.

그는 "저도 가장 인상적인 리액션 CG가 마카롱 시식이다. 글만 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상상도 못 했다. 디스코풍으로 그려져서 저도 모르게 빵 터졌다. 저도 저지만 명나라 쪽 반응도 재미있어서 기억나는 CG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마 부끄러워 현타 왔던 장면도 기억해 냈다. "현장에서 반응이 가장 좋았던 장면이다. 4회쯤인가 사슴 요리를 먹고 갈대밭에서 큰 사슴을 보며 웃는 장면이 있다. 반나체로 앞섬을 풀어헤치고 텅 빈 곳에서 허공을 향해 웃어야 했다. 저야 철판 깔고 임했지만 현타 와서 NG가 거듭되었다"라며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상대역인 임윤아가 10살 연상이었던 만큼 내외면적인 차이가 기우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연인이자 대령숙수인 임윤아와의 호흡을 두고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고 생각해 주시는 거 같은데 아직 어린애다. 선배님이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 주었기에 불편함 없이, 차이를 느낄 새도 없이 캐릭터로서만 몰입했다. 아이디어를 공유해 준다거나 기회도 많이 주셔서 현장에서 배려를 받았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존경하고 배울 점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데뷔 5년 차, 라이징 스타로

 이채민 배우
이채민 배우바로엔터테인먼트

<폭군의 셰프>의 마지막 반전은 시즌 2를 암시할 뿐만 아닌 다양한 반응을 끌어냈다. 이헌이 돌연 현대로 넘어온 이유를 두고 해피엔딩으로 끝나 만족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이채민은 "여러 버전을 촬영했고 감독님의 선택이 지금의 결말이 되었다. 엔딩을 두고 여러 반응을 알고 있다. 각자 시각과 취향이 다르니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미래로 이헌이 온 이유를 두고 "'(현대로 올 때 도와준) 은인이 있었다', '망운록이 떨어졌다' 등등 버전이 있었다. 아마도 이헌은 절절했으니, 사랑의 힘을 망운록이 알아봐 주었던 거 같다. 망운록도 얼마나 슬펐으면 보내주지 않았을까"라며 상상력을 발휘했다.

이어 "같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인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다. 시즌2는 현대로 간 이헌의 적응기라고 생각해보니 재미있다. 이헌은 사극과 현대어가 섞인 사투리를 쓸 것 같다. 현대 음식에 반응하면서 지영과 현대 적응의 갈등도 있을 거다"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차기작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채민에게는 30여 개 영화 드라마의 대본이 폭주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라이징 스타로 우뚝 선 소감에 대해 "여러 가지가 들어왔다. 진득한 누아르도 하고 싶고 눈물 절절한 로맨스를 하고 싶다"며 "배우는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직업이다. 그러려면 저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영향도 줄 수 있어서 노력 중이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해서 학교 다닐 때 빼고는 책을 즐겨 읽지 않았는데 철학, 심리학, 소설책을 읽으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신예인 탓에 닮고 싶은 롤 모델도 있을 테지만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특정인을 거론하기보다 다양한 선배, 동료 배우에게 배운 노하우를 제 것으로 흡수하고 싶다. 윤아, 귀화 선배님, 대신 선배님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폭군의 셰프>는 연기면에서 성장도 했지만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믿고 따를 분을 만나 선물 같은 작품이다"라며 임윤아 포함 인생의 큰 도움이 된 제작진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작품 하면서 꼭 포상휴가 가는 게 꿈이었어요. 이번에 다낭으로 포상 휴가 가게 되었습니다.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꿈이 이루어진 순간입니다."
이채민 폭군의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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