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3개월 만에 3000만원 써" 결혼 앞둔 커플의 위기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MBC

자폐 스펙트럼과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 외국인 아내, 이 모든 상황을 알고서도 아내와의 사랑을 선택한 남편,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행복한 생활에 확신이 없다는 예비 국제부부의 고민이 그려졌다.

9월 29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한프커플 결혼생활 미리보기, 예고부부'편이 방송됐다.

장세모-줄리엣 부부는 한국-프랑스 국제커플로, 프로그램 최초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예비부부 출연자였다. 아내는 결혼 직전 혼인신고를 앞두고 남편에게 출연을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3개월 만에 3000만 원 쓴 아내

예비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먼저 프랑스인 아내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국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수입이 불규칙한 아내는,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통장잔고가 바닥이었고 무절제한 소비 패턴을 일삼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카드를 받아 외출하여 친구와 만나서, 비싼 외식에다가 선물 공세까지 카드 잔고가 소진되도록 돈을 쓰고 돌아왔다. 남편은 아내가 무엇에 지출했는지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의 위험한 경제관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3개월 만에 3000만 원을 지출한 적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아내는 남편과 동거를 시작한 후에도 , 원래 거주하던 고시원에 7개월째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월세를 꼬박꼬박 지출하고 있었다. 아내가 몰래 받은 대출까지 전체 채무를 모두 합치면 약 5000만 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안정감을 중시하는 남편은 아내의 낭비벽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아내는 "그냥 저도 모르게 돈을 쓰게 된다. 소비를 할 때 도파민이 터지는 기분이 든다. 돈이 없어도 사고 싶은 마음이 앞설 때는 무조건 방법을 찾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또한 아내는 '돈이 없을 때 소비한 후의 불안감'보다도 '사고 싶을 때 못 사는 불안'이 더 크'고 밝혔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소비는 '필요한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다. 아내는 돈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얻고, 대인관계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아내에게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말라고 하면 '왜 나의 즐거움을 뺏어가지?', '왜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못만 나게 하는 거야?'라고 받아들인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아내는 남편의 '매정한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관찰 영상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특별히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아내는 남편이 카메라를 의식하여 조심한 것이라 주장했다.

아내는 '6월 13일'의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에도 갈등의 원인은 돈 문제였다. 바쁜 남편을 대신하여 혼자 서울에 집을 구하기 위하여 왔던 아내는 친구를 만나서 어울리느라 전셋집 계약금의 일부를 써버렸다. 다행히 아내의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계약은 무사히 해결했지만, 화가 난 남편은 아내에게 장문의 메시지로 쓴소리를 했다고.

남편은 "내가 돈 없는 것도 아닌데 내가 스트레스 받아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다. 돈이 없는 건 잘못이야. 돈 없으면 먹지 말고 사지 말고 행복하지마. 돈 없으면 불행한 게 당연한 거니까"라고 독설을 날렸다. 이외에도 남편은 아내와 다툴 때마다 편지에 가까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남편은 화가 나면 일단 말문을 닫고 생각을 정리한 후 문자로 보내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자를 받은 아내의 감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됐다.

남편은 "작은 불만들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폭발할 것 같다. 어떤 게 트리거가 될지 모르겠다"며 스스로의 감정조절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저한테 이렇게 심하게 말하는 게, 아내를 때리고 꽃 선물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며 남편이 글로 주는 상처가 쌓이다보면 언젠가 한계가 오지 않을까 두렵다고 밝혔다.

부부가 서로 안고있는 진짜 문제점

오은영리포트 예고부부
오은영리포트예고부부MBC

부부의 또다른 고민은 아내의 자녀 양육 문제였다. 사실 아내는 과거 또다른 한국인 남성과 프랑스에서 동거하다가 딸을 낳았다. 아내는 프랑스에 있는 딸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어했지만, 아이 친부 측에서는 반대하고 있는 상태라고.

남편은 본래 아이가 있는 여성과 교제할 생각이 없었지만 아내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면서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혔다. 하지만 아내의 딸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모로 아직은 버겁게 느껴진다며 마음속 혼란을 고백했다. 남편은 "아내가 딸을 데려오지 못하는 게 나한테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내심 위로를 바랬던 아내는 남편의 지나치게 솔직한 말에 또다시 마음이 상했다. 아내는 "나를 배려해서 거짓말이라고 해주길 바랐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들으면 제가 쓰레기가 되는 기분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패널들은 남편의 표현이 심한 말이라기보다는 '솔직하다' 정도에 가깝다며, 아내의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에 공감하지 못했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그때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어땠을까. 친구를 만나 노는데 돈을 쓴 아내 때문에 전셋집 계약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아내에게 연락받고 남편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라며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볼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말로 화를 내는 것보다 메시지로 표현하는 게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이런 말을 써도 되나'라는 생각조차 안 한다는 게 더욱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아내와 시어머니간의 소통문제로도 갈등을 빚고 있었다. 현재 아내와 시어머니는 남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소통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외국인 예비며느리가 전 남친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까지 수용하겠다는 열린 태도를 보였다. 다만 현실적인 여건들을 고려하여 부부 사이의 아이는 3년 뒤에 가질 것을 당부했다. 남편도 어머니의 결혼승낙 조건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여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남편의 예상과는 달리, 아내는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전달받고 오히려 크게 화를 냈다고. 첫번째 임신 당시 큰 신체적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아내는 차라리 아이를 빨리 낳고 싶어했다. 아내는 "시어머니가 원할 때 아이를 낳으라는 게 저한테는 불편하게 느껴졌다"며 자신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채 전달된 시어머니의 말이 상처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남편이 시어머니와 통화를 하는 내내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는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네가 힘든 선택을 했다'라고 하는 말이, '내가 죄를 지은 건가?', '아이가 있는 게 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남편은 "어머니가 저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에 한 말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있고, 한편으로 내가 용기내서 노력하고 있는데 아내가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라는 양가 감정이 든다"고 복잡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부부가 서로 안고있는 진짜 문제점이 드러났다. 알고보니 아내는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성인이 되고 나서 불과 2년 전에야 뒤늦게 알게 됐다고. 아내는 외출하여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는 것을 힘들어했고, 집에 들어오면 한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움직이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사람이 고장난 것처럼 울기도 한다고. 아내의 충동적인 소비나 극단적인 감정표현도 이러한 자폐 스펙트럼과 관계되어 있었다.

남편 역시 어릴 때부터 'ADHD' 진단을 받으며 많은 아픔을 겪은 과거가 있었다. 다행히 현재는 치료를 잘 받아 좋아진 상태지만, 아직도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종종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그래서 남편은 화나는 상황에서는 일부러 말을 아끼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글로 표현하려 애썼던 것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의 결혼생활을 그려가기에는 서로 불안함을 안고 있었고, 자신들의 문제점에 대하여 확인하고 싶어서 출연을 신청한 이유였다.오은영은 부부의 현재 상태와 건강한 결혼생활을 위한 조언을 전했다.

아내에게는 "자폐 스펙트럼이 맞다. 아내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형성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아내는 사람들과 원활하고 유연하게 잘 지내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안된다. 일상에서 극도로 당황하지 않을 정도로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맞게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해야한다. 원칙에서 벗어나는 건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편에게는 "ADHD가 좋아지면서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목표를 과도하게 붙잡고 있는 면이 있다. 말을 하면서 감정을 공유하길 바라는 아내와, 글을 쓰면서 감정을 진정하려는 남편, 두 사람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담을 통하여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부부는 지난 날을 본보기 삼아 밝은 미래를 그려보자고 함께 약속했다. 부부는 경제권과 아내의 딸을 데려오는 문제에 대하여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의 미래를 기약했다.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 국제부부 예고부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