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 길어지는 롯데, 8년 연속 가을야구 좌절이 남긴 것

롯데 자이언츠, 8년 연속 가을약구 탈락 확정

올해도 부산 갈매기의 기적은 없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8년 연속으로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됐다.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8-8-8-5-7-7(최종순위)'의 비밀번호 시대로 요약되는 1차 암흑기를 넘어서는 불명예 기록을 달성했다.

롯데는 9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롯데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25 프로야구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전에서 2-7로 패했다.

롯데는 올 시즌 잔여 2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66승 6무 70패(승률 .485)를 기록해 7위 자리에 머물렀다. 5위 kt(70승 67패 4무)와는 3.5게임차로, 롯데가 잔여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kt가 모두 지더라도 순위를 뒤집을 수 없게 되어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전반기를 3위로 마치며 기대감을 높였던 롯데는 한때는 LG, 한화와 선두 다툼을 하며 3강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8월들어 갑작스러운 12연패 수렁에 빠지며 중위권으로 내려앉았다. 9월 들어서도 5연패와 4연패를 한 차례씩 당하는 등 4승 11패(.267), 월별 승률 최하위에 그치는 부진으로, KBO리그 역사상 손꼽히는 역대급 불명예 역주행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또한 올해 가을야구 탈락으로 롯데는 달갑지 않은 각종 묵은 진기록들까지 덩달아 경신하게 됐다. 롯데는 1992년 창단 2번째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33년째 더 이상 정상과 인연을 맺지못하고 있다. 이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장 기관 무관 1위' 기록이며, 현재 2위인 한화 이글스(1999년 마지막 우승)의 25년과도 격차가 크다. 한국시리즈 진출 역시 1999년(준우승)이 마지막으로 벌써 26년째 인연이 없다.

롯데보다 훨씬 늦게 2010년대 이후에 창단한 NC 다이노스, KT 위즈 등도 이미 모두 한번씩 우승을 경험했다. 프로야구 원년이래 44년간 페넌트레이스 1위를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기록도 롯데가 유일하다.

단일리그제 도입 이후 8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 역시 구단 역사상 최초다. 종전 구단 기록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기록한 7년 연속이었다. 롯데의 1차 암흑기로 불리던 시기동안 롯데는 4년연속 최하위(2001-2004)를 기록하는 등, 약팀 이미지가 굳어졌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양승호 감독 체제를 거치며 구단 역사상 최초이자 최장인 5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1차 암흑기를 탈출하고 짧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때도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롯데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5-7-8-8'위에 그치며 다시 4년연속 포스트시즌에 탈락했다. 프랜차이스타 이대호(은퇴)가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2017년, 5년만에 3위에 오르며 모처럼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으나 거기까지였다. 롯데는 당시 준PO에서 NC에 2승 3패로 업셋을 당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지금까지 롯데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이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롯데는 '7-10-7-8-8-7-7-7'위에 그치며 새로운 비밀번호를 완성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3시즌중 2017년 한 해를 제외하면 모두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다. 이 기간 롯데를 거쳐간 감독만 9명(감독대행 2명포함)이 거쳐갔지만, 승률 5할 이상과 가을야구 무대를 밟아본 것은 조원우 감독 한명 뿐이었다. 그야말로 2000년대 초반을 훨씬 능가하는 '2차 암흑기'의 도래였다.

롯데와 함께 만년 하위권을 전전하던 한화 이글스는 올시즌 현재 2위를 기록하며 2018년 이후 7년만에 가을야구 복귀를 확정지었다. 이로서 8년연속 탈락을 기록한 롯데는, 현재 프로야구 10개구단중 가장 오랫동안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는 팀이라는 바통도 넘겨받게 됐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구단으로 꼽힌다. 올해도 롯데 홈경기를 찾은 관중은 구단 역대 최초로 150만명(150만 7704명)을 돌파하며 지난 2024년(123만2840명)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시즌 중반까지 호성적을 기록하며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효과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가을야구 에 대한 희망은 용두사미로 마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초중반 반짝 돌풍에 가려진 롯데 전력의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 롯데는 올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력한 5강후보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확실한 거포와 에이스 부재, 얇은 선수층의 단점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전반기 잘나갔을 때는 .280로 팀타율 1위를 기록하며 '소총부대'의 힘이 돋보였다. 그러나 후반기만 놓고보면 .252로 리그 공동 8위로 추락했다. 팀 홈런은 75개로 10개구단 유일하게 세 자릿수 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두 자릿수 홈런을 넘긴 타자가 빅터 레이예스(13명) 단 한명 뿐이었다.

확실한 거포가 없는 롯데는 먼저 실점을 허용하면 분위기를 반전시킬수 있는 뒷심이 없었다. 9월에 롯데는 15경기중 12경기에서 먼저 상대에게 실점을 내줬고, 여기에 고작 2승 10패에 그쳤다.

선발진 역시 정상적인 로테이션이 이뤄지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김진욱과 찰리 반즈가 선발에서 이탈했다. 터커 데이비슨이 10승을 거뒀지만 이닝소화능력과 구위가 압도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빈스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벨라스케즈는 1승 4패 자책점 9.93이라는 참혹한 성적을 남기고 시즌 막바지에는 불펜 추격조로 강등당했다.

원투펀치 역할을 해줘야할 알렉 감보아와 박세웅 역시 후반기에 급격하게 무너지며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하여 시즌 막바지 4선발 체제로 전환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오히려 자충수가 됐고 전반기에 많은 이닝을 던졌던 불펜진의 과부하와 수비진의 연쇄실책이라는 악순환까지 불러왔다. 롯데의 시즌 평균 자책점은 4.78로 8위에 그쳤다. 또한 심리적으로는 롯데의 불안정한 세대교체와 경험부족이 불러온 압박감이, 후반기에 선수단을 스스로 자멸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에서 7년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의 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뤄내며 명장으로 꼽혔지만, 롯데에 와서는 두 시즌 연속 7위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특히 올시즌 후반기에 3위에서 7위까지 내려앉는 역대급 역주행으로 인하여 롯데 팬들 사이에서 김 감독을 향한 여론이 많이 악화된 상황이라 시즌 후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6일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마친 뒤 팬들 앞에 서서 "많이 아쉬운 시즌이다. 선수들도 열심히 했는데 마지막에 힘을 발휘하지 못해 팬들께 실망을 끼쳤다. 내년에는 꼭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일부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지만 또다른 일부 팬들은 김 감독을 향해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과연 롯데는 내년에는 기나긴 암흑기를 탈출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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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자이언츠 김태형감독 박세웅 가을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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