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첫 경쟁부문 대상 장률 '루오무의 황혼'... 남은 숙제는?

부산어워드 수상작 발표로 막 내린 30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어워드 대상 수상한 <루오무의 황혼> 장률 감독
부산어워드 대상 수상한 <루오무의 황혼> 장률 감독부산영화제

경쟁영화제로 전환한 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어워드 대상에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을 선정하면서 26일 막을 내렸다. 대상으로 선정된 장률 감독은 2005년 <망종>으로 10회 부산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년 만에 경쟁 첫 대상을 받으며 의미를 더했다.

장률 감독은 20년 전 부산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수상하고 이 자리에 섰다며 100회 때에도 이 자리에 서 있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제 작품이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적도 있는데, 이번에 폐막작으로 선정돼 큰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장률 감독의 2016년 작품 <춘몽>은 21회 부산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다. 올해 부산어워드 대상을 수상하면서 <루오모의 황혼>은 자연스럽게 폐막작이 됐다.

부산어워드 감독상은 대만의 대표 배우인 서기가 첫 연출작 <소녀>로 수상했다. 서기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저에게 조금의 행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첫 연출작에 투자해준 투자자들과 부모님, 남편 등에게 감사를 전했다. 특히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잠시 고개를 돌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현재 치매를 앓고 있는 중이다.

부산어워드 심사위원 특별상은 <충충충>의 한창록 감독에게 돌아갔다. 부산어워드 배우상은 <지우러 가는 길> 이지원 배우와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키타무라 타쿠미, 아야노 고, 하야시 유타(앙상블) 배우가 부산어워드 예술공헌상은 중국 비간 감독이 연출한 <광야시대> 류창, 투난 미술감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30회 부산영화제 부산어워드 수상자들. 왼쪽부터 장률 감독, 서기 감독, 한창록 감독, 이지원 배우, 키타무라 타쿠미 배우
30회 부산영화제 부산어워드 수상자들. 왼쪽부터 장률 감독, 서기 감독, 한창록 감독, 이지원 배우, 키타무라 타쿠미 배우부산영화제

배우상 수상자인 이지원 배우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 집행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고, 개막식 사회를 몇 년간 도맡아 맡기도 했다. 이번 수상은 청소년 영화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BIKY의 결실과도 같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지원 배우는 수상 소감에서 "오늘 아버지가 '지원아 사람 일 모른다. 수상소감을 준비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아버지 말씀 잘 듣겠다"면서 "앞서 유재인 감독님이 뉴커런츠상을 수상하셨을 때 준비해야 되나? 라는 생각에 조금 준비했는데, 다 잊어버렸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과 함께 박수를 받았다.

올해 처음 시작된 경쟁부문은 기존의 '아시아의 유망한 신인 감독'에 초점을 맞추던 방향성에서 '아시아 최고영화를 선정하겠다'는 것이었으나, 결과는 '아시아의 새로운 영화언어'를 찾는 모양새가 됐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감독의 작품들이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영화제를 첫 상영지로 선택하는 특성상 부산영화제 경쟁이 갖는 한계성이 도드라진 모습인데, 앞으로 경쟁 부문이 가야 할 방향성에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대상과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은 부산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월드프리미어 작품이라는 점에서 첫 수상작 선정에 나름 체면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감독상과 예술공헌상은 프리미어가 아닌 작품이었지만 세계적인 배우 서기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 등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5개 부문 수상작을 배출한 국가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전통적인 아시아 영화 강국들이었다는 것은 경쟁 첫해 특징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1회 초청 이후 30회 만에 다큐멘터리상 수상

 30회 부산영화제 비프메세상을 수상한 <이슬이 온다> 김태일 감독
30회 부산영화제 비프메세상을 수상한 <이슬이 온다> 김태일 감독부산영화제

경쟁 부문 외에 폐막식에서 발표된 수상 중 돋보인 것은 다큐멘터리 상인 비프메세나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슬이 온다> 김태일, 주로미 감독 부부였다. 특히 김태일 감독은 1980~1990년대 정치적 탄압으로 감옥에 간 양심수 가족들을 다룬 <어머니의 보랏빛 손수건>으로 1996년 1회 부산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후 해군 기지에 반대하는 제주 강정의 주민들, 노동자, 농민 등 약자들의 모습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아왔다. 2010년부터는 세계 민중사 기획으로 201<오월愛>를 시작으로 베트남, 팔레스타인, 캄보디아, 보스니아 등을 돌며 그 지역 민중들의 삶을 담은 <웰랑 뜨레이> <올 리브 올리브> <또 바람이 분다> 등을 제작했다. 30년 넘게 꾸준히 이어온 창작 활동이 30회 부산영화제에서 비프메세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김태일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독립영화를 하는 젊은 친구들이 힘들고 어렵지 않은 나은 제작 환경과 구조 속에서 지속으로 창작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부산영화제의 독립영화 지원에 감사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로미 감독은 "<이슬이 온다>는 탄광의 역사에 대한 작품으로 40년 전 돌아가신 탄광 노동자에 대한 기록도 담고 있다"며 "마음을 열어주고 이야기 해주신 분들 덕분에 대신해서 상을 받게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수상기준이 '불평등 부정의에 투쟁하는 영화'

부산영화제는 경쟁으로 전환하면서 상을 줄이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더 늘어난 모습이었다. 경쟁영화제는 경쟁에 집중하는 게 기본이지만, 기존 한국과 아시아 독립영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성에 맞게 늘어난 상은 한국과 아시아 독립영화인들에게 큰 격려가 됐다.

대표적으로 폐막 전날 열린 비전의 밤 시상 부분은 한국 독립영화인들의 축제에서 아시아 독립영화인으로 넒혀지면서 더욱 풍성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 7월기념상을 받은 <쿠락> 에르케 주마크마토바 감독(왼쪽)이 시상자인 방글라데시 인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7월기념상을 받은 <쿠락> 에르케 주마크마토바 감독(왼쪽)이 시상자인 방글라데시 인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부산영화제

특히 인도국제영화제, 비슈케크국제영화제, 타이베이영상위원회, 방글라데시 7월기념상 등 새로 신설된 상이 눈에 띄었다. 아시아국가의 다른 영화제나 영화기관들이 부산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아시아 영화를 격려하는 의미였는데, 아시아영화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박선영, 박성호 프로그래머 등의 노력이 돋보였다.

이 중 방글라데시 7월기념상은 방글라데시 문화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수상작 선정 기준은 표현의 자유나 불평등 부정의에 맞선 투쟁을 담은 영화다. 수상작은 여성 인권을 주제로 한 에르케 주마크마토바, 에밀 아타겔디에프 감독의 <쿠락>이었다.

<쿠락>은 고 김지석 수석 프래그래머의 아시아 친구들을 대표해 베트남 영화사가 후원하는 '비전오브지석어워드'로도 선정됐다. 에르케 주마크마토바 감독은 "김지석의 의미를 알고 있다"며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를 선정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수상자 명단

부산 어워드 - 대상
<루오무의 황혼> 장률 감독

부산 어워드 - 감독상
<소녀> 서기 감독

부산 어워드 - 심사위원 특별상
<충충충> 한창록 감독

부산 어워드 - 배우상
배우 이지원 <지우러 가는 길>

부산 어워드 - 배우상
배우 키타무라 타쿠미, 아야노 고, 하야시 유타 (앙상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부산 어워드 - 예술공헌상
류창, 투난 (미술 감독) <광야시대>

뉴 커런츠상
<지우러 가는 길> 유재인 감독

비프메세나상 (한국)
<이슬이 온다> 주로미, 김태일 감독

비프메세나상 (아시아)
<노래하는 황새 깃털> 헤멘 칼레디 감독

비프메세나상 (특별 언급)
<이어달리기> 고효주 감독

선재상 (한국)
<비 오는 날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김상윤 감독

선재상 (아시아)
<마음이 열리는 시간> 왕한쉬안 감독

선재상 (특별 언급)
<명암의 벌레> 가와조에 아야 감독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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