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감독 김연경, 언더를 '원더'로 바꿀 수 있을까

[프리뷰] 28일 첫 방송되는 MBC 새 배구예능 <신인감독 김연경>

지난 2019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첫 시즌이 방송된 JTBC의 <뭉쳐야 찬다>는 '전설들의 조기축구'라는 부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타 종목의 레전드 선수들이 조기 축구에 도전하는 축구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평생 다른 종목에 몰두했던 선수들인 만큼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많은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새 멤버로 투입되면서 점점 수준이 높아졌다.

지금은 제작진과 방송국의 불화로 두 프로그램으로 쪼개졌지만 2022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최강야구>는 은퇴한 야구 선수들이 승률 7할을 목표로 고교 및 대학, 독립리그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는 프로그램이었다. 초반엔 예능으로 프로그램을 접하던 선수들도 정확한 목표가 나오고 연봉 협상, 방출 같은 프로 구단의 시스템 도입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프로 지명 등이 이어지면서 진지한 야구 프로그램이 됐다.

28일 MBC에서는 새 배구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을 선보인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배구여제' 김연경이 '0년 차 신인 감독'으로 돌아가 방출선수와 실업선수, 은퇴선수들을 모아 배구단을 창단해 배구계 판도를 뒤흔들 8번째 프로구단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연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연경은 감독으로서도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배구여제' 김연경의 은퇴 후 첫 행보는 MBC의 배구예능 <신인감독 김연경> 출연이었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은퇴 후 첫 행보는 MBC의 배구예능 <신인감독 김연경> 출연이었다.<신인감독 김연경> 홈페이지

은퇴 후 다양한 길을 선택하는 레전드 선수들

물론 NBA의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처럼 불혹의 나이가 되고 아들이 같은 팀에 입단할 때까지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도 있지만 모든 스포츠 선수는 나이가 들면 기량이 하락하고 은퇴시기가 다가온다. 선수가 현역 생활을 마치고 은퇴하면 해당 종목의 지도자가 돼 후임을 양성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평생 했던 종목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직업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손흥민(LA FC), 박지성(전북 현대 모터스 고문)과 함께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차범근은 1989년 현역 은퇴 후 1991년 현대 호랑이 축구단 감독을 거쳐 1997년 한국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다. 차범근은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6승 1무 1패로 마치며 한국 대표팀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지만 멕시코전 1-3, 네덜란드전 0-5 패배를 당하며 대회 도중 경질되고 말았다.

22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홈런 기록(56개)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언킹' 이승엽은 2017년 선수생활을 마치고 5년간 현장을 떠나 있다가 2023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의 감독으로 복귀했다. 이승엽은 2022년 9위에 머물렀던 두산을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가을야구에 진출 시키는 성과를 만들었지만 올해 두산이 다시 9위로 추락하면서 지난 6월 2일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한편 농구대잔치 2년 연속 MVP와 남자프로농구(KBL) 역대 최다득점 기록(1만 3231점)을 보유하고 있는 서장훈은 2013년 은퇴 후 돌연 방송인으로 변신했다. 현역 시절 워낙 과묵하고 진지한 선수로 유명했기에 서장훈의 방송인 변신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서장훈은 '일시적인 외도'가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2018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예능상을 수상하며 10년 넘게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3골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축구의 '판타지 스타'로 군림하던 안정환도 2011년 은퇴 후 방송인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물론 안정환은 방송 활동을 하면서도 3번의 월드컵에서 해설을 맡았고 <뭉쳐야 찬다> 같은 축구 예능에도 출연하며 축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푹 쉬면 다행이야>와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안정환의 대표 예능들은 축구와 무관한 프로그램들이다.

은퇴-실업 선수들 주축으로 필승 원더독스 창단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김연경과 격돌했던 표승주는 김연경이 이끄는 필승 원더독스의 초대 주장이 됐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김연경과 격돌했던 표승주는 김연경이 이끄는 필승 원더독스의 초대 주장이 됐다.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5번째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며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독식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한 김연경의 은퇴 후 행보는 배구팬들의 큰 관심 거리였다. 소속팀 흥국생명이나 대표팀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거라는 의견도 있었고 현역 시절부터 <나 혼자 산다>와 <놀면 뭐하니?> 등에 출연해 뛰어난 예능감을 보여줬던 만큼 예능인으로 변신할 거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자신의 전부인 배구를 놓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그리워하는 배구팬들을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MBC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배구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에 출연하는 것이다. '0년 차 신인감독' 김연경의 도전기를 그릴 <신인감독 김연경>은 '패배는 곧 해체위기'라는 정신으로 진짜 구단주가 나타날 때까지 승리로 경쟁력을 증명하려는 김연경과 선수들의 도전을 보여줄 예정이다.

첫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김연경이 지도할 '필승 원더독스' 멤버들의 면면이 공개됐다. 하지만 '필승 원더독스'의 멤버를 보면 프로 8구단이 되기엔 많이 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필승 원더독스 멤버들 중 프로 구단에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표승주와 이나연, 김나희 정도 밖에 없다. 나머지는 대부분 백업을 전전하다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돼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이다.

하지만 <신인감독 김연경>은 약체로 평가 받는 '언더독' 선수들이 '원더'로 도약하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김연경 감독의 열정과 지도력, 그리고 선수 개개인의 사연과 노력들이 잘 전달된다면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인감독 김연경>에서는 김연경에게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예능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 세븐틴의 부승관이 매니저 역할로 출연할 예정이다.

<신인감독 김연경>이 많은 사랑을 받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구단주가 나타나 필승 원더독스 선수들이 주축이 된 8구단이 탄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V리그 여자부에서 8번째 구단 탄생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최종 목표인 8구단 창단까진 가지 못해도 필승 원더독스에서 프로에 재입단해 활약하는 선수가 나온다면 <신인감독 김연경>은 충분히 성공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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