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째 전 세계 투어, '롤링 스톤스' 론 우드의 전성기는 언제였을까?

[B메이저 - AZ 록 여행기] 스타들이 총출동해 만든 그들만의 '내 음악'

록 밴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는 지난해에도 세계를 돌며 실황 공연을 했다. 밴드 결성 후 62년째다. 노익장을 부리는 추억의 밴드가 아니라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밴드다. 입지는 탄탄하다. 창의력은 고갈되지 않았다. 팀워크만 금 가지 않으면, 건강만 잘 챙기면 된다. 그러면 만족할까?

그렇지 않을 듯하다. 멤버들은 솔로 활동을 하고, 자신만의 음반을 낸다. 이룰 것 다 이룬 뒤가 아니라, 젊어서 인기 절정기 때부터 그랬다. 도대체, 왜, 뭐가 부족해서? <로니 우드: 아이브 갓 마이 오운 앨범 투 두(Ronnie Wood: I've Got My Own Album to Do)> 앨범이 우연히 눈에 띄었을 때 홀린 듯 산 이유다.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로니 우드? 록 애호가라도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들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롤링 스톤스, 제프 벡(Jeff Beck),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 에릭 클랩턴(Eric Clapton) 등 영국이 배출한 걸출한 아티스트들과 우드는 얽히고설켜 있다.

로널드 데이비드 우드(Ronald David Wood)는 1947년 영국 런던 서부 힐링던에서 태어났다. 그림을 잘 그렸고,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명성을 얻었다. 일링 예술 대학(the Ealing Art College)을 다녔는데,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후(the Who)의 피트 타운센드(Pete Townshend)가 동문이다.

탁월한 연주력과 작곡 능력

 Ron Wood 솔로 음반 뒷면 커버
Ron Wood 솔로 음반 뒷면 커버최우규

프로 연주자 생활은 17살 때 시작했다. R&B 밴드 버즈(The Birds), 크리에이션(the Creation)에서 리드 기타를 쳤다. 그의 작곡 능력과 연주력을 눈여겨본 제프 벡이 손을 내밀었다. 21살 때 제프 벡 그룹(the Jeff Beck Group)에 세컨드 기타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로 합류했다. 보컬리스트는 당시 무명인 로드 스튜어트였다. < 트루스(Truth) >, < 벡올라(Beck-Ola) > 두 장의 앨범을 녹음했다.

우드가 제프 벡 그룹에서 나온 1969년 많은 일이 있었다. 또 다른 영국 하드록 밴드 스몰 페이시스(the Small Faces)에서 스티브 매리엇(Steve Marriott)이 탈퇴했다. 매리엇은 피터 프램턴(Peter Frampton)과 밴드 험블 파이(Humble Pie)를 결성했다. 스몰 페이시스의 남은 멤버들은 빈자리를 론 우드와 로드 스튜어트로 채웠다. 우드는 다시 리드 기타리스트가 됐다. 밴드 이름을 페이시스(Faces)로 줄였다. 앨범 넉 장이 나왔다.

1975년 우드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롤링 스톤스 기타리스트 믹 테일러(Mick Taylor)가 탈퇴했다. 키스 리처즈(Keith Richards)는 음반을 같이 만들던 우드에게 합류를 권유했다. 우드는 게스트로 들어갔다가 1976년 4월 정식 멤버가 됐다.

쟁쟁한 로큰롤 스타들이 우드를 찾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곡을 잘 썼다. 롤링 스톤스에서 믹 재거(Mick Jagger)와 키스 리처즈가 대부분 노래를 만들었지만, 빈틈을 론 우드가 채워줬다. 그가 쓴 곡은 영국식 블루스 록을 기반으로 R&B와 하드록을 잘 조합했다. 재거와 함께 쓴 '잇츠 온리 로큰롤 벗 아이 라이크 잇(It's Only Rock'n Roll (But I Like It))' 등이다.

또 하나는 기타 실력이다. 롤링 스톤스 리드 기타리스트는 누가 뭐래도 키스 리처즈다. 그러나 우드는 뒤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리듬 기타리스트로서도 훌륭하지만, 공연 때 두 기타리스트는 주거니 받거니 리드 기타 연주를 했다.

<로니 우드: 아이브 갓 마이 오운 앨범 투 두>는 우드가 음악적으로 가장 신선한 감각을 유지하던 시기에 나왔다. 뭘 그렇게 하고 싶었을까.

당시 로니 우드는 페이시스와 로드 스튜어트 음반은 물론 영화 OST를 만들었다. 아이디어는 차올랐지만, 모두 담지 못했다. 우드는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앨범을 내기로 했다. 자신이 메인 보컬로 나섰다. 어쩌면 인기 밴드나 보컬 그룹 멤버가 솔로 앨범을 내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다들 해보고 싶은 것 실컷 해보자

 Ron Wood 솔로 음반 앞면 커버
Ron Wood 솔로 음반 앞면 커버최우규

당대 최고 스타들이 거들었다. 1970년대 로큰롤 명예의 전당 급이다. 키스 리처즈는 기타와 피아노, 백 보컬을 했고,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은 슬라이드 기타와 백 보컬, 믹 테일러는 베이스, 기타, 신시사이저를 맡았다. 믹 재거, 로드 스튜어트가 백보컬이다. 페이시스에서 오르간을 친 이언 맥라건(Ian McLagan), 슬라이 앤드 더 패밀리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 드러머 앤드류 뉴마크(Andrew Newmark), 어리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등 스타들 앨범에 베이시스트로 등재된 친 윌리 위크스(Willie Weeks) 등이 망라돼 있다. 앨범 제목은 조지 해리슨과 믹 재거 등이 "집에 돌아가서 내 앨범도 마무리하게 해달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첫 곡 '아이 캔 필 더 파이어(I Can Feel the Fire)'는 흥겨운 레게 곡이다. 맥 재거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 곡은 우드의 라이브 공연 때 빼놓지 않는 인기곡이다.

두 번째 곡 '파 이스트 맨(Far East Man)'은 조지 해리슨과 함께 만들었고, 해리슨이 슬라이드 기타를 연주했다. 몽롱하고 느린 블루스 록으로, 석 달 뒤 해리슨은 자신의 앨범 <다크 호스(Dark Horse)> 앨범에 재녹음해 수록했다.

'앰 아이 그루빙 유(Am I Grooving)', '액트 투게더(Act Together)', '유 슈어 더 원 유 니드(You Sure the One You Need)'는 통통 튀는 부기우기 피아노와 해먼드 오르건, 트위 기타 등이 귀를 사로잡는다. 롤링 스톤스 음반에 담아도 어색하지 않다.

마지막 곡 '크로치 뮤직(Crotch Music)'은 재즈록으로, 제프 벡과 추억을 회상하는 듯하다.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좀 하자'고 졸라서 만든 듯하다. 천재 영감이 번득이는 곡과 연주가 꽉 꽉 들어차 있다. 당대 로큰롤의 원형질을 모아놓은 듯하다. 롤링스톤스, 크림(Cream), 프리(Free) 등 1970, 80년대 클래식 록 팬이라면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론 우드는 이후 49년간 롤링 스톤즈 공식 멤버로 활동했고, 솔로 활동과 협업을 이어갔다. 우드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두 번 이름이 오른다. 1989년 롤링스톤스 멤버로, 2012년 페이시스 멤버로 각각 헌액됐다.

론 우드와 재거, 리처즈 등 생존한 롤링 스톤스 멤버들은 2023년 < 해크니 다이아몬즈(Hackney Diamonds > 앨범을 냈다. 미 빌보드 200에서 3위, 영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25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록 앨범상을 수상했다. 70, 80대 노장들의 돌은 여전히 굴러가고, 이끼가 낄 틈이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소셜 미디어에도 실립니다.
론우드 RONWOOD 롤링스톤스 솔로음반 스타총집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간지 기자로 23년 일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 연설기획비서관을 했다. 음반과 책을 모으다가 시간, 돈, 공간 등 역부족을 깨닫는 중이다. 2023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룬 책 <대통령의 마음>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