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도 뿌실 수 있는 귀여움, 긴 연휴 나를 살릴 유튜브

7일간의 추석 연휴, 우리에게 '귀여운 피난처'가 될 유튜브를 소개합니다

 귀여움이 긴 추석 연휴를 구한다. (위 이미지는 구글 제미나이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귀여움이 긴 추석 연휴를 구한다. (위 이미지는 구글 제미나이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박혜경, 제미나이

"어떻게 하면 소시지나 커피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비결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지난 여름 한 라디오에 이런 문자가 도착했다. 선물을 받기 위해 쏟아지는 문자 가운데 어떻게 해야 뽑힐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해당 라디오 프로의 DJ인 가수 이상순은 "이게 비결입니다" 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귀여우면 됩니다. 귀여우면 끝이라고 했어요." 귀여운 문자를 보낸 청취자는 원하던 소시지에 커피까지 받았다. 역시 귀여움이 최고다.

우린 이미 '귀여우면 끝'인 세상에 살고 있다. 애인이 귀여운데 짠하기까지 하다? 그럼 진짜 끝난 거다. "귀여움으로 지구 뿌셔"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귀여움이 이렇게나 무섭다.

곧 있으면 7일 연속으로 쉴 수 있는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덕담과 덕담으로 위장한 잔소리가 오가는 일주일. 우리에게는 귀여운 피난처가 절실하다. 지구도 '뿌실' 수 있는 귀여움으로 긴 추석 연휴 스트레스도 한번 부숴 보자.

김햄찌 모르는 사람 있어요?

 유튜버 ‘정서불안 김햄찌’
유튜버 ‘정서불안 김햄찌’정서불안 김햄찌

요즘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김햄찌가 점령했다. 정확한 채널명은 '정서불안 김햄찌(https://www.youtube.com/@정서불안김햄찌)'. 영상은 너무 귀엽지만 구독자는 60만 명을 바라보고 있어 전혀 귀엽지 않다.

뉴스에서 AI의 발전을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하고 있는데, 나는 기술의 발전을 김햄찌를 보며 체감하고 있다. '아니 언제 이렇게 기술이 발전했데, 근데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근데 이건 '어른의 귀여움'이다. 큰 헤드셋을 끼고 보송보송한 털을 자랑하지만 직장생활하며 찾아오는 '빡치는' 순간에 언제든 육두문자를 날릴 준비가 돼 있다. 귀여운데 짠하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여기서 이미 게임은 끝났다. 나와 같은 직장인들의 열렬한 환호에 김햄찌는 카카오페이, 샐러디 등 기업 광고도 섭렵했다. 귀여움은 이렇게 성공까지 부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어지는 직장 내 눈치싸움을 그린 '선빵의 법칙'처럼 발빠르게 영상을 제작하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직장인 모두가 겪는 '애환'이 에피소드마다 담겨 있어 귀여우면서도 슬프다. 그중 백미는 수습 3개월 차 실수를 담은 '대형사고'다. 옥상에서 흐느끼는 토실한 엉덩이를 보고 있자면 진짜 너무 짠하고, 진짜 너무 귀엽다. 주옥같은 귀여움과 통쾌함에 웃다 보면 일주일 정도는 '순삭'이다.



조조캠핑-캠핑쥐님 미안합니다… 분홍이랑 벤 보려고 봐요

시작은 코로나였다. 모여도 안돼, 밖에 나가기도 무서워… 이런 시국에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자연스레 유튜브 캠핑 채널에 눈이 갔다. 호젓한 자연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 한 잔하고 힐링하는 영상이라니.

여러 유튜브를 보다가 현재 캠핑 채널계를 주름잡고 있는 조조캠핑캠핑쥐 두 채널에 정착했는데, 시작은 자연과 음식과 술 한 잔과 영상미… 그런 것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데 더 빠져있다. 바로 분홍이와 벤.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분홍이(왼쪽)와 벤.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분홍이(왼쪽)와 벤.조조캠핑, 캠핑쥐

분홍이는 조조캠핑이 키우는 강아지로, '말티즈는 참지 않긔'의 말티즈인데, 너무 잘 참는다. 진짜 참지 않는 말티즈를 부모님이 키우는 입장에서 분홍이는 정말 신기했다. 분홍 배를 드러내고 자거나 쉬거나 애교 부리고, 발을 닦아도 옷을 입혀도 너무나 얌전했다. 분홍이는 내가 최초로 본 '참는 말티즈'였다. 화면 한 켠에 그 뽀얀 털이나 무해한 표정의 얼굴이 나오면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분홍이만 찾고 있다. (미안합니다 조조캠핑님)

우아한 여우를 닮은 벤은 분홍이와는 또다른 매력의 강아지이다. 전남 광양 시보호소 유기견이었던 벤을 캠핑쥐가 데려와 사랑으로 키웠다. 어느덧 듬직한 강아지가 된 벤은 주인이 고기를 구워도 엎드려서 얌전히 있는! 내가 또 처음 보는 강아지였다. 벤이 행복한 얼굴로 들판을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가 다 행복해져서 또 화면 한편에 있는 벤만 찾게 된다. (캠핑쥐님도 미안합니다)

밤비냐, 띵똥이-띵구냐… 그것이 문제로다

 제주 밤비(왼쪽)와 띵무리(띵똥, 띵구, 엘리).
제주 밤비(왼쪽)와 띵무리(띵똥, 띵구, 엘리).제주 밤비, 띵무리

귀여움은 유튜브에만 있지 않다. SNS에도 넘쳐 흐른다. 물론 이 두 친구들도 유튜브 계정을 갖고 있지만, 인스타그램에서의 활동이 더 활발하다.

나는 원래 제주에 사는 유명한 강아지인 밤비(@bambi__jeju)파였다. 흰 양말 신은 것 같은 양발로 나뭇가지를 잡고 야무지게 뜯는 모습을 보거나 그 짧은 다리로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행복해졌다. 그런데 친구가 띵똥이와 띵구(@ttingmoori)를 소개해주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띵똥이와 띵구는 또 너무 해맑고 너무 의젓한 다른 매력의 강아지들이었다.

"그래서 넌 띵똥이-띵구야? 밤비야?"

나는 이제 이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다. 어느 날은 천방지축 띵동이 남매였다가 어느 날은 제주 바람에 코를 휘날리고 있는 밤비에게로 향한다. 그러니까 이건 짜장면 vs. 짬뽕, 산 vs. 바다… 이런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선택인 거다. 그냥 양쪽 다 귀엽다. 귀여움에는 우선 순위가 없으니까.

어느 때보다 긴 추석 연휴, 공항은 또 붐빌 거라는데 바다 건너 저 멀리로 떠날 수 없다면 귀여움의 바다로 떠나보자. 지구를 뿌실 정도로 강력한 이 귀여움들이 나를 구원할 것이다.
김햄찌 분홍이 띵똥이 귀여움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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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