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옥황상제 이선호, 큰딸아기 연승아, 외딸아기 서율, 임박사 박두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무대는 음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장치와 의상, 병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 이미지가 삶과 죽음, 신과 인간의 경계를 상징한다. 이 무대 위에서 국악과 양악의 라이브 연주가 시간의 결을 만든다. 장면과 장면 사이, 관객의 숨과 인물의 숨이 맞물리는 순간마다 음악은 이야기를 한 걸음 더 이끈다.
외딸아기는 철갑을 타고 긴 시간을 건너 인간 세상에 도착한다. 배운 적 없는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서툴음 사이에서 흔들리고, 큰딸아기는 무엇이든 잘하지만 정작 자신을 모르는 혼란 속에 있다. 두 소녀가 친구가 되고, 서로의 마음을 듣는다. 꽃피우기 대결 같은 경쟁 끝에 결국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자신을 발견한다. 음악은 이 여정을 조화의 문장으로 엮는다.
<저승할망>의 음악은 단순히 귀엽거나 가벼운 소품이 아니다. 라이브가 주는 생생함과 전통 현악의 울림은 국악과 양악이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자리이자, 신화와 오늘을 이어주는 통역대다. 그래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가야금과 양금을 꼭 넣자고 주문한 것이다. 여기에 전통 타악의 호흡이 더해지며 음악은 장면의 추진력을 얻고, 관객의 몸은 자연스레 박자에 반응한다.
"쉬움과 얕음을 혼동하지 않으려 했어요." 따라 부르기 쉬운 선율이라도 감정의 농도와 이야기의 방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이 노래는 아이들의 입가에 앉았다가 금세 부모의 마음으로 날아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자신만의 씨앗을 피워내도록 이끄는 설득이다.
가을 무대가 열리면, 객석을 채울 어린이들은 각자의 모습으로 두 소녀와 만날 것이다. 외딸아기의 서툼을 닮은 아이, 큰딸아기의 완벽주의를 품은 아이. 그들 사이로 음악이 흐르며, 신화는 동시대의 얼굴을 얻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씨앗으로 피어날 수 있다." 이 작품이 거듭 전하는 메시지는 음악의 문장과 한몸이다. 안예은의 선율과 라이브 앙상블의 호흡은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 아이였던 모든 어른들에게 그 말을 건넨다. 같은 기준을 강요하지 않는 세계, 서로 다른 씨앗이 제 빛으로 피어나는 정원. <저승할망>의 노래는 그 세계로 가는 길을 가리킨다.
▲저승할망 포스터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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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