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제게도 좋을 때도, 신날 때도, 행복할 때도, 보람 있을 때도 있지 않겠나.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반지하방에서 불끄고 혼자 소주마시고 있던, '그 친구(과거의 자신)'의 뒷모습을 떠올리려고 한다. '나 조심해야지, 너무 허투루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잘하고 있나' 하면서 그때의 초심을 돌아보려고 한다."
9월 17일 방송된 tvN <유퀴즈온더블럭>에서는 배우 조우진이 출연했다.
▲유퀴즈조우진
TVN
신작 코믹액션 영화 <보스>로 돌아온 조우진은, 조직 내 능력자 이자 차기 보스 0순위이지만, 중식 셰프를 꿈꾸는 조폭 역할을 맡았다. 극중 요리사 역할을 실감나게 소화하기 위하여 중식 대가인 여경래 셰프에게 요리을 배웠다. 실제로는 요리에 서툴다는 조우진은 "짜장면을 좋아하는 딸에게 만들어줄 수있는 실력을 갖추고 영화가 마무리되면 좋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임했다고.
고교를 졸업하고 배우를 꿈꿨던 조우진이었지만, 하필 당시는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사태가 나라가 직격탄을 맞이하던 시절이라 조우진 역시 바로 생업에 뛰어들어야했다.
"그때부터 삶을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한번 사는 인생, 나라는 사람을 찾고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그럼 나를 찾을 수 있는 직업이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다가 동경하던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들을 경험하면서 쌓여있던 꿈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실천하는 행동파였던 스무살의 조우진은 50만원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고, 서울예술종합대학 연극과에 입학하면서 배우로서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현실적인 생계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 활동을 전전하면서 무대를 오고가는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조우진은 "도리를 너무 못하고 사는 게 스스로도 자괴감이 생기더라. 그대로 그 자괴감 때문에 동력을 잃으면 안되니까"라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16년간 조우진은 물류공장, 인쇄소, 편의점, 노래방 등 안해 본 일이 없을 만큼 수많은 직장을 전전했다. 그중에서도 방위산업체 복무시절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처음 해보는 일도 많았다.인간관계마저 버거웠다. 성장통이라고 해야 할까,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그런데 한분이 '네가 하고자하는 목표에 분명히 도움될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시더라. 그때 갑자기 느낌표가 띵 하고 떠올랐다. 나는 다양한 인물과 호흡을 담아내야 하는 배우를 꿈꾸고 있으니까, 이 모든 것이 내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 이후 마음과 에너지가 바뀌더라."
반지하 원룸에서 혼자 소주 마시기도
▲유퀴즈조우진TVN
조우진은 30세가 되던 2009년부터 배우로서 자신을 알리기 위하여 제작사와 광고 에이전서를 돌아다니며 직접 프로필을 돌렸다. 당시 박진영(JYP, 가수겸 제작자)의 미국 에이전시 도전기에 영감을 얻어 "한국 최고 가수도 미국 가서 저렇게 활동하는데 '내가 왜 방구석에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이렇게 있으면서 꿈을 이루겠다고?'라는 생각이 들어서 큰 자극점이 됐다"고.
한번은 에이전시를 통하여 드라마에 작은 단역으로 캐스팅됐다. 드디어 TV에 출연한다는 사실에 한참 들떴던 조우진은, 정작 다음날 현장에 가서 섭외 담당팀의 오류로 중복 캐스팅이 됐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촬영이 취소되자 힘없이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소주 두병을 사들고 반지하 원룸으로 돌아온 조우진은 어두운 방에 불을 꺼놓고 혼자 술만 마셨다고.
"너무 싫었다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바보 같았다. 대사가 딱 한두마디 하는 것이었는데, 몇몇 분들에게 연락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좌절보다 더한 자괴감이 오더라."
조우진의 배우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된 것은 2014년 영화 <내부자들> '조 상무' 역할에 캐스팅된 순간이었다. 사실 조우진이 오디션 당시 처음 지원했던 배역은 단역에 가까운 조상무의 비서 역할이었다. 당시 조우진은 무려 2년전에 돌린 프로필 사진을 보고 영화 오디션에 참가하라는 제의를 받았다.
조우진은 뛰어난 연기로 우민호 감독과 최종 오디션까지 보게 됐다. 그때가 조우진에게는 무려 배우 인생 15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감독과의 첫 미팅겸 최종 오디션이었다고.
"열심히 준비해갔는데 막상 오디션에서는 '하지말라'는 게 너무 많아서 연기를 하고 온 건지, 오디션을 보고 온 건지 너무 헷갈리더라. 오디션을 마치고서는 '또 떨어졌구나'라고 생각했다. 3일 후에 다른 오디션을 보러 가는 도중에, 갑자기 조감독님에게 전화가 와서 '조상무 역할에 합격하셨습니다'고 하더라. 지하철 안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눈앞에 한강이 보이는데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내부자들>에 합류하게 된 조우진은 이병헌, 조승우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며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부자들> 이후 조우진은 <도깨비>,<수리남> 등 여러 화제작에 연이어 출연하여 훌륭한 연기를 통하여 믿고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관찰을 좋아하는 조우진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주변의 실존인물을 많이 참고한다며 "주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인물이라면 관객들이 감정 이입하기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노하우를 전했다.
2019년 <국가부도의 날>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을때 조우진은 아내와 딸에 대한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아내는 무명시절부터 무려 11년간 조우진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조우진은 시상식을 마치고 아내에게 무릎을 끓고 트로피를 선물했다고.
"지금 이 순간에 가장 기뻐할 사람을 떠올리자 아내 얼굴이 생각났다. 10여년 전에 아내가 응원의 의미로 작은 모형 트로피를 제게 선물해줬던 기억도 떠올랐다."
어느덧 배우생활 27년이 된 조우진은 무명 시절의 힘들었던 자신을 떠올리며 초심을 다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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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진 "50만 원 들고 서울 상경, 무명 시절 힘들었지만 밑거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