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찾은 이 신인... "연기 미쳤다 소리 듣고 싶어"

[첫 인터뷰] 니키 리 소속사 '비트닉' 영입 1호 배우 오규희

"연예인 해야할 것 같은데?"

중고교생 때 주변 사람들이 종종 했던 말을 가볍게 흘려 들었다. 꽤 성실하게 공부해 대학교에서 아동청소년심리상담을 전공하려 했다. 실제로 알만한 대형 소속사에서 연락 와 연기 의사를 묻기도 했단다. 말로만 듣던 원석의 발굴이 이런 걸까. 아직 대중에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신인 오규희는 그 직후 무엇에 꽂힌 듯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원석을 작가이자 영화감독 니키 리가 알아봤다. 아니 오규희와 니키 리가 서로를 알아봤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내로라하는 소속사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홀로 오디션을 보러다니던 오규희는 니키 리의 한마디에 계약을 맺었다. 소속사 영입 1호 배우로 말이다.

지난 10일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비트닉 사무실에서 오규희를 만났다. 인생 첫 인터뷰라는 말에 질문하는 기자 또한 자세를 가다듬게 됐다.

될성싶은 나무의 자기 성찰

 비트닉 영입 1호 배우인 오규희. 매력이 돋보이게끔 하는 화장도 좋지만, 해당 배우가 지닌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담기 위해, 노메이크업 사진을 택했다고 한다. 소속사 대표인 니키 리는 "이것이 비트닉 정신"이라 설명했다. 1950~60년대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에서 따온 이름이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아웃사이더 정신이 해당 세대의 특징이다.
비트닉 영입 1호 배우인 오규희. 매력이 돋보이게끔 하는 화장도 좋지만, 해당 배우가 지닌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담기 위해, 노메이크업 사진을 택했다고 한다. 소속사 대표인 니키 리는 "이것이 비트닉 정신"이라 설명했다. 1950~60년대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에서 따온 이름이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아웃사이더 정신이 해당 세대의 특징이다. 비트닉

스스로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던 오규희는 니키 리와 인연을 맺은 3년 전부터 연기 수업을 전전하며 내공을 쌓고 있었다. 우연히 한 사진작가 SNS에서 발견한 오규희를 보고 니키 리가 직접 메시지를 보냈고, 직접 만났다. "예쁜 것도 예뻤지만, 태생부터 배우의 눈이 있었다"는 게 니키 리의 전언이다. 그때 간접적으로 연기 수업 지원을 했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2년 여가 지날 때까지 다른 회사와 계약하지 않았던 걸 신기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게 정말 웃긴 얘긴데 절 보자고 하셨던 회사들도 뭔가 제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저도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같이 일하는 건데 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르네 싶더라. 어떤 곳은 너무 겉모습만 보려고 하고, 어떤 곳은 또 너무 연기만 강조하고 그랬다. 그래서 계속 혼자 연기수업을 받으며 오디션을 보곤 했다. 그러다 니키 리 대표님의 메시지를 받은 것이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중학교 3학년, 비교적 이른 나이에 SNS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떻게 사진을 찍고 올리면 반응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습득했고, 우연히 지인을 따라 나선 서울패션위크 행사에서 유독 사진을 찍자는 요청이 오는 걸 보고 의아해하기도 했다고. "대체 뭘 보고 그러시는 거지? 그리고 SNS로도 연락이 많이 왔는데, 그때만 해도 그냥 지나가는 일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오규희는 회상했다.

"그런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니키 리 대표님을 만나기 전 소속사에서 뭔가 제 생각에 균열이 생긴 것 같았다. 내게 뭔가 있어서 찾는 건 아닐까? 재능이란 게 있을 수도 있겠다. 그때부터 필름메이커스(영화인 구인구직 및 정보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오디션을 60개 정도 본 것 같은데 두 개 정도 합격했었나 그랬다."

물론 소속사 계약 후 모든 게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김경래 감독의 전작 오디션에 붙어 출연 기회가 생겼지만 돌연 스스로 준비가 안됐다는 생각에 포기했다고 한다. 니키 리와도 격론을 벌일 정도로 자기 생각이 강했다. "깊은 연애를 길게 해본 적이 없기에 그 연기를 스크린에서 보면 스스로 힘들어질 것 같았다"는 게 이유였다고.

각지고 거친 부분을 두고 다른 회사였다면 다듬었겠지만, 현재의 소속사는 달랐다. 니키 리는 "황당한 면도 있었지만 그런 패기가 좋았다"며 "회사를 차리게 되면서 여성 신인, 남성 신인 한 명씩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오규희라는 친구가 다른 회사에서 스타가 되면 배가 아플 것 같았다"고 영입 당시 속마음을 전했다.

지금의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둥지를 찾은 뒤 삼성 갤럭시, LG생활건강 광고 및 뮤지션 윤지영과 B.I의 뮤직비디오 등에 참여했던 오규희는 이번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무대를 밟으며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김경래 감독이 차기작 <우아한 시체>에 출연하게 된 것. 시각적 요소 없이 사랑과 믿음이 지속될 수 있는지 추적한 이 판타지 영화에서 오규희는 쌍둥이 남매 중 동생을 연기했다. 비전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기에 오규희는 올해의 배우상 후보로도 오르게 됐다.

사실 이 배우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다. 영화, 드라마 등의 투자가 얼어붙은 최근 업계 흐름에서 신인이 눈에 띄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성 배우들 틈에서도 치열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다. 이 말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침체기든 호황기든 잘하는 사람은 찾을 것이기에 딱히 크게 고민하진 않는다"며 그는 "제가 고민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기에 꾸준히 찾아주는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 <악마를 보았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의 장르 영화를 좋아한다던 오규희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여러 차례 탐독할 정도로 스릴러 마니아기도 하다. 피아노 연주를 즐기고, 독학으로 작곡을 하던 터에 심적으로 힘들 때마다 좋아하는 노래의 악보를 사보하곤 한단다. 하이 소프라노로 합창단 활동을 한 경험도 있었다.

도무지 예상이 되지 않는 신인의 등장이다. "연기를 진짜 잘해서 미쳤다는 소릴 듣고 싶다"는 그의 말에 오규희의 근미래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오규희 비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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