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베니스 넘어 할리우드로... 배우 유태오 "보폭 넓혀가는 중"

베니스영화제 골든글로브 임팩트상 첫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유태오

배우 유태오의 최근 여정은 특별하다. 그의 이름 혹은 그가 참여한 작품을 찾다 보면 떠오르는 단어를 하나 대자면 종횡무진 아닐까. 최근까지 그는 예능 프로(<태어난 김에 음악일주> 등)에 모습을 비췄고,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나 싶더니 넷플릭스 첩보 드라마 <리쿠르트> 시즌2에 모습을 드러냈고, 최근엔 할리우드 영화 <카로시>의 촬영을 마쳤다.

액션 블록버스터로 알려진 해당 작품은 <존 윅> 제작사인 87 일레븐 엔터테인먼트가 협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유태오는 이 작품의 콜 시트(Call Sheet) 1번, 즉 가장 중요한 주연이다. 그간 여러 배우가 할리우드 작품에 참여했지만 제 1주연으로 발탁된 건 유태오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그의 기록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국 작품이 그를 찾지 않았을 때도 그는 일찌감치 칸영화제 경쟁 부문을 경험했고(키릴 세레브렌티코프 감독 <레토>, 2018), 한국인 최초로 베트남 영화를 경험했고(<비트코인을 잡아라>, 2016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인 벨지움>)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초 폐막한 제82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골든글로브 임팩트상'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그를 지난 10일 서울 이태원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문화 배경이 무기가 되다

 배우 유태오가 2025년 9월 3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The Voice of Hind Rajab)'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배우 유태오가 2025년 9월 3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The Voice of Hind Rajab)'의 시사회에 참석했다.EPA/연합뉴스

올해 신설된 해당 상의 공식 명칭은 'Golden Globes Impact Prize for Documentary'다. 아르테미스 라이징 재단(Artemis Rising Foundation)이 주관하고, 싱크-필름 임팩트 프로덕션(Think-Film Impact Production)에서 후원하는 상이다. 베니스영화제 공식 상영작 중 창의적 시각과 저널리즘을 통해 사회문제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들이 심사 대상이었다. 유태오와 함께 영화 <문라이트>로 잘 알려진 배우 자렐 제롬, 헬렌 회네 골든글로브 회장이 함께 했다

지난 9월 1일부터 4일까지 베니스에 머물렀다는 유태오는 "심사한 영화들이 정치나 종교 문제 등 요즘 뜨거운 이슈를 소재로 한 게 많았다"며 "배우로서 공개적으로 그런 얘길 꺼내지 않았기에 심사가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심사 제안이 왔을 때 막 <카로시> 촬영을 마친 직후라 좀 쉬고 싶기도 했는데, 어차피 쉬어도 영화를 보면서 지낼 거였다. 최근 경향을 따라잡는 게 제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들 작품이 많았다. 사회 이슈의 중요도보단 전 다큐멘터리라도 영화인 만큼 얼마나 재미를 주는지를 봤다. 상을 받은 로스 맥켈위 감독 <리메이크>는 모든 심사위원들 의견이 일치한 결과였다. 잘 몰랐는데 서브컬쳐계에서 인기 많은 분이더라. 자신의 삶과 가족관계를 주제로 삼았는데 사적 다큐가 사회적 다큐가 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심사위원 제안이 왔을 때 유태오가 들은 취지는 그가 지닌 문화적 다양성에 있었다고 한다. 알려대로 독일 태생인 유태오는 파독 광부 부친과 간호사였던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농구선수를 꿈꿨지만, 부상으로 좌절된 후 미국 및 영국에서 연기를 배웠다. 그는 "헬렌 회네 대표가 이 상을 주도했는데 그가 말한 다양성이 아마도 한국 사람인데 독일에서 자랐고,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한 제 배경 때문인 것 같다"며 "심사 대상이었던 작품들이 리비아나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사태 등 저와 접점이 없는 영화라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 부문에 올랐던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수상 실패 소식에 유태오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전작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된 유태오는 "9월 2일에 다른 심사위원들과 만났을 때 연기도 좋고 작품도 훌륭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오락성도 좋은데 뭔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 이슈가 있을 때 더 주목받는 면이 있더라"고 나름의 분석도 내놓았다.

"감독님껜 연락드렸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못 뵀다. 언젠가 감독님 작품을 다시 해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베니스에 3일 머물고 산책하면서 그 생각을 좀 했다. 베니스라는 도시와 영화제가 생긴 배경에 대해서 말이다. 1800년대 뱅킹 시스템을 개발한 곳이고 자연에서 나온 걸 팔아먹어서 자본을 쌓은 도시잖나. 제 철학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곳이다. 근데 여기서 인류 역사의 최초 영화제가 탄생했다. 자본에서 태어난 예술의 양면성인데 어떤 영화를 어떻게 봐야할지 여러 생각이 들더라.

그 외 얘기까지 하는 건 좀 조심스럽다. 한국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좀 더 외부에서 뭘 기대하고 궁금해 하는지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영화제마다 성격이 다르기도 하고. 다만 칸영화제 프로그래머인 크리스티앙 쥬느(Christian Jeune)는 좀 더 로컬(local) 이야기가 통한다고 하더라. 그게 아마 <기생충>의 사례겠지. 아니면 아예 동양적 철학으로 가든가. 이창동 감독님 작품처럼 말이다."

다양한 해외 작품 협업

 올해 8월 열린 제82회 베니스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골든글로브 임팩트 상' (Golden Globes Impact Prize for Documentary)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배우 유태오. 30주년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올해 8월 열린 제82회 베니스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골든글로브 임팩트 상' (Golden Globes Impact Prize for Documentary)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배우 유태오. 30주년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이기도 하다.비트닉

자연스럽게 그가 최근 참여한 작품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팬들 입장에서도 <로시>에 대한 궁금증이 큰 상황. 전작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유태오의 콜 시트는 2번이었다. 이때도 당당한 중심 캐릭터였는데 이젠 1주연, 그것도 액션 블록버스터에서의 주연이다. 지난해 초 캐스팅 이야길 들었다던 유태오는 1년간 몸을 만들고 액션 연기를 준비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는 속사정을 전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저예산에 속하는 작품인데 제 입장에선 부상으로 제외될까 겁이 났다. <미션 임파서블> <존 윅> 등 홍보할 때 보면 그런 말들 있잖나. 부상투혼을 보였다고. 진짜 굳게 마음먹고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 제작사에서 재활 치료사를 붙여줬고 진짜 매일 운동했다.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 무릎부상도 좋아졌다. 현장에선 절 두고 미친 사람 같다고 하더라. 제 치료를 담당했던 치료사가 매일 운동하는 걸 보고 한국에서 데리고 온 스턴트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1번 주연이었다고 놀라워했다. 한국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정말 치열하게 하긴 했다(웃음)."

<로시>에 이어 출연이 성사된 스파이 스릴러물 <스트라타젬>(Stratagem)까지. 유태오의 글로벌 활약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 배우로 그처럼 무대를 달리하며 종횡무진하는 배우를 꼽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비결을 물으니 그는 일본 대표 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말을 빌렸다.

"모든 문화에서 놀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어디서 연기를 공부했는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등 그 모든 게 시간이 걸리지만 삶이잖나. 삶과 경험이 제겐 총알이 되는 것 같다. 여기에 꾸준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기타노 다케시가 노력은 복권과 같은 거라 말했잖나. 당첨되면 좋은 건데 안된다 해도 계속 준비해야 하는 것과 같다. 기회가 왔을 때 난 무엇이 준비됐는지를 철저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제가 아내 니키 리 때문에 한국에 왔지만 그때 주변에선 다들 제 정신 아니라고 했다. 연기하려면 미국 뉴욕에 계속 있지 왜 가냐 이건데 내 감정과 경험을 넓히려면 내가 잘 모르고 불편한 문화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와서도 더 로컬한 세상이 있잖나. 그 첫 단추가 <레토>였다. 그리고 제 상황과 조건으로는 한국 작품에서 당장 주연하긴 힘드니까 1회에서 죽고 사라지는 역할, 다음 작품엔 3회까지 출연하다 죽는 역할 등을 해나갔다. 그게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와 <초콜릿>이었지."

유태오는 지금까지 과정이 희망대로 되었다고 고백했다. 조금씩 한국에서 보폭을 넓혀가게 한 여러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그는 철저하게 공부하고 파고들었던 숨은 과정들을 전했다.

"할리우드도 비슷하다. 제가 꿈꾸는 배우, 롤모델이 어떻게 단계를 밟아갔는지를 열심히 공부했다. 7만 달러 예산의 작품의 주조연에서 시작해 2000만 달러의 제 1번 주연이 되기까지 말이다. 다음은 벤 스틸러나 아담 샌들러 같은 긍정적이고 가벼운 가족 코미디를 하고 싶기에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연구하고 있다. 롤모델을 공부해야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자 또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걸 보이고 싶은지 솔직해져야 한다. 동경했던 감독이 어떤 학교를 다녔고 어떤 영화부터 했는지를 알아야 로드맵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혹자는 SNS 시대니까 그런 노력의 과정을 하나하나 공개하라고도 하는데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준비하는 게 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보이기 위해 공부하고 연습하는 순간 목적이 바뀔 수도 있거든. 보여주지 않으면 남들의 피드백이 없으니 스스로 왜 공부하는지 질문하게 되는데 보여주게 되면 보여주기 위해서 공부하게 된다. 일론 머스크가 그런 얘길 했다. 자신이 지원하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지, 선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부산영화제 일정을 끝으로 유태오는 차기작 준비 및 본인이 직접 연출할 작품 기획에 들어간다. 음악 예능 프로로 촉발된 컨트리 앨범 작업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제작한 독일 콘스탄틴 필름과 드라마 또한 기획 중이다. 유태오는 "내 몸이 악기라고 생각하고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세계 무대와 한국을 가리지 않고 계속 갈고 닦을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유태오 베니스영화제 부산영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