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공연 취소, '이스라엘 보이콧' 전방위 확산

유대인 지휘자 오케스트라 공연 취소... 할리우드도 보이콧 서명 '활활'

전 세계 문화예술계의 '이스라엘 보이콧'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벨기에의 '플란데런 헨트 축제' 주최 측은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라하브 샤니 지휘 독일 뮌헨 필하모닉의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국적 유대인 샤니는 현재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직을 맡고 있으며, 뮌헨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로 내정되어 내년 9월에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다.

"유대인 지휘자 안 돼"... 오케스트라 공연 취소

 2018년 5월 8일 빈에서 열린 야외음악회에서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 이스라엘 지휘자 라바흐 샤니. (Photo by HANS PUNZ)
2018년 5월 8일 빈에서 열린 야외음악회에서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 이스라엘 지휘자 라바흐 샤니. (Photo by HANS PUNZ)연합뉴스/AFP

주최 측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정권과 분명하게 거리를 두지 않는 파트너들과는 협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며 "현재의 비인간적 상황과 우리 사회의 감정을 고려할 때 이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샤니 측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고, 그의 소속사가 "샤니는 뮌헨 필하모닉의 유럽 투어 중 남은 공연에 전념하고 있으며, 현재 인터뷰를 할 수 없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볼프람 바이머 독일 문화장관은 "독일 최고 오케스트라와 유대인 수석 지휘자의 초청이 취소된 것은 유럽의 수치"라며 "이는 순전한 반(反)유대주의"라고 주최 측을 비난했다.

뮌헨 필하모닉 측도 "유럽의 심장이자 유럽연합의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서 열리는 축제가 상상할 수도 없는 결정을 내린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샤니는 과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와 화해를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몇 차례 낸 적 있으나 우리는 그에게 더 분명한 견해를 요청했고, 답을 얻지 못했다"라며 "반유대주의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할리우드 4천 명 서명... "이스라엘 영화계와 협력 안 해"

영화계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영화인들'(Film Workers for Palestine)이라는 단체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보이콧 서명 운동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감독, 작가 등 영화계 종사자 1천200여 명으로 시작한 서명 운동은 현재까지 4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앤드루 가필드, 호아킨 피닉스, 릴리 글래스스톤 등 A급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라고 전했다.

서약서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집단학살과 인종 분리에 연루됐다고 판단되는 이스라엘 영화관, 방송사, 제작사 등과 영화 상영 및 출연 또는 기타 활동에 협력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지난 1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의 위험이 상당하다고 지적했으며, 7월에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계속 주둔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한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서약서에 서명한 영화감독 모건 스펙터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예술가인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살의 종식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의와 자유를 요구할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서명 운동을 주도한 단체는 "이스라엘 영화계가 서약서에 서명한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면 가자지구에서의 대량 학살과 인종 분리를 비판하고, 국제법에 따라 팔레스타인 주민의 모든 권리를 지지해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이 밖에도 유럽 최대 규모의 팝 음악 축제 '유로비전'을 앞두고 스페인, 아일랜드, 슬로베니아 측은 이스라엘이 내년 대회에도 참가한다면 불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음악계에서도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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