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뛰어넘은 막내 김제덕, 세계양궁선수권 동메달

[2025 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 김제덕, 리커브 남자 개인전 동메달... 세계선수권 개인전 첫 메달

 11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선 라운드에서 김제덕이 화살을 쏘고 있다.
11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선 라운드에서 김제덕이 화살을 쏘고 있다.박장식

리커브 양궁 대표팀의 '막내' 김제덕이 한국 양궁의 자존심을 살리는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로 거듭났다.

11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5 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남자 개인전에서 김제덕(예천군청)이 동메달을 땄다. 김우진·이우석 등 대표팀 동료들이 각각 32강과 16강에서 탈락하며 홀로 남았던 김제덕은 본인의 '세계선수권 8강 징크스'를 벗고 메달리스트로 거듭났다.

전날 혼성 단체전, 그리고 이날 남자 개인전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딴 안드레스 테미뇨 메디엘에 4강에서 덜미를 잡혔지만, 김제덕은 이탈리아의 마테오 보르사니를 꺾으며 구릿빛 메달을 손에 거머쥐었다. 김제덕은 "만족스럽고 즐겁게 경기했다. 손도, 심장도 떨릴 정도로 타이트했던 경기를 치렀다"며 즐거움을 드러냈다.

김우진·이우석 탈락... 홀로 살아남은 '막내'

이변이 꽤나 적잖은 대회였다. 10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린 남자부 첫 토너먼트. 전날 열린 예선에서 김우진과 이우석은 상위 8명 안에 드는 데 성공하면서 32강을 첫 경기로 치렀지만, 김제덕은 11위로 예선을 마친 탓에 96강부터 두 경기를 더 치렀다.

김제덕은 이스라엘의 니브 프렌켈을 세트 스코어 6대 0(30-26, 26-22, 29-27)로 누른 데 이어, 48강에서 캐나다의 브라이언 맥스웰에 우승했다. 슛오프에서는 두 선수 모두 8점을 쐈지만, 김제덕이 더욱 9점 과녁 가까이에 화살을 쏘면서 극적으로 32강에 올랐다. 최종 세트 스코어 6-5(27-29, 27-28, 28-26, 28-27, 29-29, 8-8).

32강에서는 '맏형' 김우진이 아쉬움을 남겼다. 김우진은 브라질의 마르쿠스 달메이다에 세트 스코어 4대 6(28-28, 28-28, 28-30, 29-29, 30-30)으로 아쉽게 패배했다. 다섯 엔드 중 네 번이나 동점을 기록했던 두 선수는 단 한 번의 엔드에서 승부가 갈렸다.

반면 김제덕은 칠레의 안드레스 갈라르도를 세트 스코어 7대 3으로, 이우석은 일본의 아오시마 테츠야를 세트 스코어 6-4로 이기며 16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11일 5.18민주광장 특설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치른 16강에서는 김제덕과 이우석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제덕은 일본의 카와타 유키를 상대로 치른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7대 1(29-25, 29-27, 28-28, 30-29)로 승리했다. 반면 이우석은 멕시코의 마티아스 그란데에 세트 스코어 2대 6(28-29, 29-27, 27-28, 26-29)로 패배하며 메달 레이스에서 낙마했다.

김제덕, 생애 첫 개인전 메달

 11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선 라운드에서 김제덕이 송승현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11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선 라운드에서 김제덕이 송승현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박장식

김제덕에게는 그간 세계선수권에서 '8강 징크스'가 있었다. 김제덕은 지난 2021년과 2023년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했지만, 개인전에서는 모두 8강을 넘지 못하고 상대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번 8강 상대도 쉽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로 만났던 대만의 탕치천. 탕치천을 상대로 김제덕은 징크스를 뛰어넘는 선전을 펼쳤다.

김제덕은 탕치천을 압도했다. 첫 엔드 10점-10점-8점을 쏘며 8점-9점-10점을 쏘는 데 그친 탕치천을 따돌리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2엔드에서는 두 선수가 '신궁'다운 활약을 펼쳤다. 모두 10점 과녁 안에 화살을 쏘아 넣으며 세트 스코어를 한 점씩 나누어 가진 것. 3엔드에서도 김제덕은 9점-10점-10점을 쏘며 9점-10점-9점을 쏘는 데 그친 탕치천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를 가져갔다.

마지막 엔드. 김제덕이 자신의 징크스를 씻어냈다. 탕치천이 8점과 10점을 쏠 때, 김제덕은 9점과 10점을 쏘며 승기를 잡았다. 탕치천이 마지막 발에서 9점을 쏴 27점을 얻는 데 그친 반면 김제덕은 마지막 엔드 10점을 쐈다. 세트 스코어 7대 1(29-27, 30-30, 29-28, 29-27). 완승이었다.

준결승에서 김제덕은 지난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김우진-안산 듀오를 상대로 승리했던 스페인의 안드레스 테미뇨 메디엘을 만났다. 역시 쉽지 않았다. 5엔드까지 가는 풀 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4대 6(29-29, 28-29, 28-28, 30-29, 29-30)으로 아쉽게 석패했다.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한 김제덕. 3·4위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의 마테오 보르사니를 만난 김제덕은 개인전 통산 첫 메달을 위해 마테오 보르사니를 넘어야 했다.

첫 번째 엔드. 마테오 보르사니가 9점-10점-10점을 쏘자 김제덕도 10점-10점-9점을 쏘며 승점을 한 점씩 나눠 가졌다. 두 번째 엔드에서는 마테오 보르사니가 9점-10점-10점을 쏘며 주춤한 사이, 김제덕은 모든 격발에서 엑스텐을 곁들인 10점을 쏘아 올리며 세트 스코어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세 번째 엔드. 마테오 보르사니가 9점-9점을 쏜 사이 김제덕도 9점-9점을 연이어 쏘며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마테오 보르사니가 당긴 3엔드 마지막 활시위는 9점. 반면 김제덕은 마지막 당긴 활시위가 10점을 기록하며 28대 27로 3세트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제덕은 4엔드 두 번의 9점을 기록하며 '퍼펙트 엔드'를 기록한 마테오 보르사니에 엔드를 내줬다.

마지막 5엔드. 마테오 보르사니가 첫 발에서 8점을 쏜 사이, 김제덕은 9점을 쏘며 선전했다. 이어 김제덕은 10점-10점으로 승리를 확정 지었다. 마지막 엔드 스코어는 29대 27. 김제덕은 한국에서 생애 첫 세계선수권 개인전 메달 획득이라는 기쁨을 만끽했다.

"즐겁게 경기 치렀다"

 11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선 라운드에서 김제덕이 화살을 쏘기에 앞서 준비하고 있다.
11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선 라운드에서 김제덕이 화살을 쏘기에 앞서 준비하고 있다.박장식

김제덕은 "경기를 즐겁게 치렀다. 손도 떨리고, 심장도 떨릴 정도로 타이트한 경기가 많았다. 그래도 내가 준비했던 과정 등을 생각하면 만족스럽다"면서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이렇게 동메달을 딸 수 있지 않았나 싶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이어 김제덕은 "이번 동메달이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아직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이 없는데, 이 동메달을 발판으로 삼아,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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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