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깃든 춤의 본질, '이곳'서 마음껏 누리세요

[프리뷰] 2025 서울국제음악제 'Dance with Me'

"음악 속에 깃든 춤의 본질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일주일간 펼쳐질 '2025 서울국제음악제(S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SIMF)'의 류재준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의 숨은 의도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춤이라는 원초적 언어와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으로 관객을 초대하며,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여섯 번의 무대를 준비했다.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류재준류재준

"음악은 리듬에서 시작됩니다. 심장의 박동이 원초적인 춤이고, 거기에 소리가 더해지는 순간 음악이 되죠. 우리가 즐기는 이 짧은 순간은 긴 역사의 축약본과도 같습니다."

류재준 예술감독은 올해 SIMF의 주제를 'Dance with Me'로 정한 이유를 이렇게 덧붙였다.

"개막음악회부터 춤이 두드러집니다.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는 귀족들이 춤추는 장면이 그려지고,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는 음악을 통해 춤의 변천사를 압축합니다. 실내악 무대에서는 독일과 러시아의 춤 전통을, 또 현악 오케스트라 무대에서는 왈츠가 지닌 우아함을 보여드릴 겁니다. 마지막으로 타케미츠의 '가을의 현'을 비롯한 폐막 무대까지, 춤과 음악의 언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관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는 이번 축제를 두고 "아시아 클래식 음악의 선봉장이자 세계 음악의 현재로 도약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연주회가 아니라 춤과 음악의 근원을 탐구하는 일주일이라는 점에서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는 남다른 무게를 가진다. 한편, 이번 가을을 수놓을 세계적인 음악 축제에서 관심가 질만한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SIMF 오케스트라
SIMF 오케스트라서울국제음악제

개막, 무도회의 장면처럼

서울의 가을을 수놓을 이번 축제의 개막음악회는 10월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호르니스트 라덱 바보락과 김홍박, 그리고 SIMF 오케스트라(악장 김다미)가 선보이는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K.205, 하이든/로세티의 협주곡, 살리에티의 모음곡은 궁정의 무도회를 연상케 한다. 마지막 곡인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는 화려하고 관능적인 리듬으로 무대를 달구며, 음악제의 첫 장면을 강렬히 각인시킬 것이다.

10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독일의 춤'이 이어진다. 베토벤의 육중주, 멘델스존의 현악 팔중주, 슈베르트의 현악 오중주가 차례로 연주되며, 고전과 낭만의 경계에서 피어난 독일 춤곡 전통의 흐름을 보여준다. 젊은 멘델스존이 남긴 팔중주는 악기 간의 호흡과 대화가 춤의 움직임처럼 살아 있는 작품이다. 11월 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펼쳐질 '러시아의 춤'은 글린카의 칠중주로 시작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차이코프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으로 이어진다. 원초적 리듬에서 낭만적 서정까지, 러시아 춤의 스펙트럼이 압축된 무대다.

현악이 춤을 이끌고, 첼로가 노래하다

음악제의 한가운데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것은 현악 오케스트라와 첼로다. 11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케스트라의 왈츠'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드보르작과 차이코프스키의 세레나데로 이어진다. 봄날의 환희와 보헤미아 민속 선율, 러시아 낭만주의의 서정이 서로 얽히며, 삼박자의 흐름이 음악을 춤으로 이끄는 순간을 선사한다. 소프라노 신주연이 협연자로 함께 무대에 올라 새로운 울림을 더한다.

11월 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세계적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이 무대를 단독으로 책임진다.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셀리그와 함께하는 이 공연은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라는 드문 기획으로 꾸며진다. 1번과 2번 소나타의 고전적 균형에서 3번의 실험정신, 그리고 후기 작품 4번과 5번의 성찰과 자유까지, 베토벤의 음악적 궤적이 한 자리에서 완성된다. 호프만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해석을 고수해온 연주자로, 음악과 삶을 일치시키는 그의 철학이 이번 무대에서 깊게 드러날 것이다. 첼로와 피아노가 주고받는 대화는 단순한 연주를 넘어, 춤과 철학이 교차하는 언어로 청중에게 다가갈 것이다.

피날레, 국경을 넘어선 무도회

대단원의 막은 11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른다.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가 이끄는 SIMF 오케스트라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를 준비했다. 일본 현대음악의 거장 타케미츠 토오루의 비올라 협주곡 '가을의 현'이 비올리스트 박하양의 협연으로 한국 초연된다. 이어 송지원과 김상진이 함께할 브루흐의 바이올린·비올라 협주곡은 두 악기가 서로를 따라가며 마주하는 대화 속에 춤의 동작을 담아낸다. 마지막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이다.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강렬한 춤의 리듬이 어우러져 무대를 하나의 거대한 무도회로 만들며, 음악제의 피날레를 완성한다.

2009년 시작된 서울국제음악제는 매해 주제를 달리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 'Dance with Me'라는 화두는, 춤과 음악이 서로의 기원을 비추며 결국 삶의 활력과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심장의 박동에서 비롯된 리듬이 시간이 흘러 음악으로 다듬어지고, 무대 위 춤이 다시 음악이 되어 우리 안의 생명력을 일깨운다. 서울의 가을, 여섯 번의 무대에서 피어날 춤의 언어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 삶을 깨우는 축제다. 음악과 춤이 함께 만들어내는 이 생명의 언어 속에서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무대 위의 리듬에 발걸음을 맞추게 될 것이다.

 서울국제음악제 공식 포스터
서울국제음악제 공식 포스터서울국제음악제


덧붙이는 글 축제명: 2025 서울국제음악제 Dance with Me
일정: 2025년 10월 30일(목) ~ 11월 6일(목), 총 6회 공연
장소: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IBK챔버홀·콘서트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주요 출연진: 라덱 바보락(호른), 게리 호프만(첼로), 키릴 카라비츠(지휘), 박하양(비올라), 송지원(바이올린), 김상진(비올라), 소프라노 신주연 등
주최/주관: 서울국제음악제 / OPUS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주한일본대사관, KB금융그룹, 일신문화재단 등
협력: 서울어텀페스타
예매처: 서울국제음악제 사무국,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YES24
서울국제음악제 류재준 서울어텀페스타 가을축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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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