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 예술성과 대중성이 교차하는 실험 무대"

[인터뷰] 신작 <귀문>(12~14일, 예술의전당) 고블린파티 지경민

"몸이 곧 언어가 되고, 호흡과 시선이 문장이 된다."

 고블린파티와 갬블러크루의 공동 신작 《귀문(鬼門): 누구나 드나드는 문》 공연사진
고블린파티와 갬블러크루의 공동 신작 《귀문(鬼門): 누구나 드나드는 문》 공연사진옐로밤

오는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무대에 오르는 고블린파티와 갬블러크루의 공동 신작 <귀문(鬼門): 누구나 드나드는 문>은 말 대신 몸으로 쓰는 서사다. 무대 위 무용수들은 대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무게와 리듬, 눈빛과 기운이 서로 얽히며, 관객 앞에 하나의 문을 연다. 그 문은 삶과 죽음, 현실과 허구, 존재와 부재를 잇는 보이지 않는 통로다.

이번 작품은 지난해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서 30분 버전 '동네북'으로 초연됐다. 전통 리듬과 스트리트댄스의 결합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초연 직후 한국·브루나이 수교 40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초청돼 현지 관객과 만났고, 올해는 서울아트마켓(PAMS) Choice 2025 공식 선정작에 이름을 올리며 해외 진출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이렇게 탄생한 전막 귀문은 '고블린파티' 특유의 서사적 현대무용과 '갬블러크루'의 폭발적인 비보잉을 본격적으로 융합한다. 여기에 가야금과 퍼커션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전통과 현대, 예술성과 대중성이 교차하는 무대 실험이 완성된다. 무대 장치와 빛, 움직임이 한데 어우러지며 관객은 자연스레 "우리는 지금 어떤 문을 건너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한편, 공연에 앞서 지난 9일, 고블린파티의 지경민 안무가로부터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고블린파티 지경민 안무가의 기억과 영감이 된 무대

 고블린파티의 지경민
고블린파티의 지경민지경민

안무가 지경민은 이번 작품을 단순한 무용 형식의 실험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체험에서 끌어왔다. 그는 어린 시절 병든 몸으로 잠들었을 때 꿈속에서 저승사자를 본 기억을 잊지 못한다.

"불을 켠 채 잠드는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어느 날 밤에는 누군가 저를 내려다보는 기운을 느꼈는데, 익숙한 일이었기에 그냥 잠들었죠. 아/침에야 그것이 옷걸이에 걸린 옷이란 걸 알았지만, 저는 착각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순간 드러난 영적 존재라 확신했으니까요."

그에게 귀신은 특정한 장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길가의 나무 속에도, 가까운 친구의 기운에도 깃들 수 있다. 그는 오랫동안 그 존재들과 싸우려 했지만, 결국 공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 체념과 수용의 과정이 이번 무대의 영감이 되었다.

"귀신이 곳곳에 깔려 있다면, 이승과 저승을 잇는 보이지 않는 문도 있을 겁니다. 죽음은 우리 곁을 스치고,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며, 또 다른 만남이 이루어지지요."

현대무용과 대중예술의 콜라보, 가능성을 확장하다

 고블린파티와 갬블러크루의 공동 신작 《귀문(鬼門): 누구나 드나드는 문》 공연사진
고블린파티와 갬블러크루의 공동 신작 《귀문(鬼門): 누구나 드나드는 문》 공연사진옐로밤

이번 협업은 한국 현대무용계의 대표 그룹 고블린파티와 세계 정상급 비보이 그룹 갬블러크루가 만나 만들어낸 특별한 장치다. 고블린파티는 이름 그대로 '도깨비들의 정당'이다. "굴러가지 않는 네모를 굴려보자"라는 모토 아래, 특정 대표 없이 모든 멤버가 안무가로 참여해 이야기를 공동 창작하는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관객과의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시각의 확장을 꾀하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반면 갬블러크루는 2002년 전국 각지의 비보이들이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브레이킹에 인생을 건다'는 이름처럼 20여 년간 세계 50여 개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한국 브레이킹의 전설이다. 특히 미국과 독일 등 세계 무대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며 한국 스트리트댄스의 위상을 높여왔다. 이 두 그룹의 만남은 현대무용의 예술성과 스트리트댄스의 대중성이 결합한 실험으로, 한국 공연예술이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귀문은 하나의 완결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작품은 질문이고, 통로이며, 아직 닫히지 않은 문이다. 관객은 무용수들의 몸짓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감각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문을 건넌다.

"그 문 너머에서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놓아버릴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지경민의 이 말처럼, 무대 위 형상은 단지 출발점일 뿐이다.

현대무용의 예술성과 스트리트댄스의 대중성, 그리고 안무가의 개인적 체험이 교차하는 순간, 관객은 '지금 우리는 어떤 문을 건너고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 서게 된다. 귀문은 그 물음에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문을 열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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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