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을 넘어선 결말... 우리의 첫사랑 소환한 '첫사랑 엔딩'

[넘버링 무비 506] 영화 < 첫사랑 엔딩 >

 영화 <첫사랑 엔딩> 스틸컷
영화 <첫사랑 엔딩> 스틸컷㈜바이포엠스튜디오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들키기 싫으면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지."

대부분의 청춘 로맨스물은 사랑과 이별, 성장이라는 메타포를 하나의 공식처럼 따른다. 마치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던 관계가 무너지고 난 이후, 인물이 그 상실의 감정을 딛고 내일로 다시 나아가는 구조다. 여기에는 청춘이기에 빛날 수 있는 서툰 감정과 관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예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맑고 투명한 긍정성이 새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첫사랑 엔딩>은 장르적 차원에서 익숙한 공식을 뒤집고 또 하나의 결말인 해피 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작품이다.

순진한 얼굴로 사고만 치고 다니는 양쓰훠(송위룡 분)의 반으로 쉬녠녠(류 하오춘 분)이 전학 오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된다. 그와는 달리 청순한 외모에 공부와 운동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전학생의 출현. 하지만 두 사람의 처음은 사소한 오해로 어긋나게 된다. 10km 달리기 대회에서 지름길에 택시까지 타며 1등을 차지한 양쓰훠의 모습을 쉬녠녠이 지켜보게 되고, 학교에까지 그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다. 이후 복수를 위한 그의 유치한 장난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두 사람은 사소한 내기를 시작으로 다섯 판의 승부를 시작하게 된다.

02.
이 작품을 두고 처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흔히 예상되는 감상주의에 완전히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인물의 관계는 한순간 폭발하거나 처음부터 형성되지 않고 축적되는 일상 속 순간들의 연결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서로의 자존심을 건 농구 경기,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기, 양쓰훠의 영어 성적 향상을 위한 시간 등이 이어지며 두 사람은 그 시간 속에서 서로를 신경 쓰게 된다. 처음부터 로맨스로 얽히지 않는다는 점, 그 마음이 처음부터 로맨틱하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영화의 매력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그런 두 배우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런 과정 때문에 영화 속 청춘은 사랑을 통해 성장한다거나 그 시기를 삶의 거대한 전환점으로 활용하는 등의 전통적 의미의 도식에 갇히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인정하지 못하고 여전히 미숙하고 불완전한 채로 그려지는 두 사람의 그것만으로 그 시절의 언어가 된다. 서로를 향한 불타는 승부욕과 조금씩 스며들던 간지러운 마음 사이, 단순히 웃고 떠들던 고등학교 동갑내기 친구에서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고 싶은 존재로의 변화다. 어떤 모습이든 그 시절의 추억을 갖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내어줄 수밖에 없는 이야기.

 영화 <첫사랑 엔딩> 스틸컷
영화 <첫사랑 엔딩> 스틸컷㈜바이포엠스튜디오

03.
"나 진짜 열심히 해서 너랑 같은 대학 가고 싶어."

영화는 양쓰훠가 유일하게 진지함을 갖고 있는 대상이자, 두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는 매개로 우주를 활용하고 있다. 지구의 시간을 압도하는 스케일로,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별빛마저 수십, 수백 년 전의 흔적이 되고 만다는 넓고 광활한 공간이다. 이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달과 우주를 불러오는 것은 단순히 간접적인 낭만의 획득을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첫사랑의 감정을 순간이자 영원의 개념으로 포착하려는 시도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가장 인상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가 두 주인공이 망원경으로 달(슈퍼문)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양쓰훠가 쉬녠녠에게 가장 분명한 감정을 알게 되는 지점이다. 이 장면에서 가까이 있지만 닿지는 않는 두 사람의 거리는 역시 언제나 눈에 보이지만 쉽게 닿지 않는 지구와 달의 관계로 치환되는 듯하다.

유린 리우 감독은 '고등학생의 감정은 순수해야만 하고, 그 순수함은 오히려 일정한 거리감 속에서 더욱 깊게 드러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두 인물 사이의 거리,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결코 닿을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닿지 않음에서 오는 아련함과 같은 정서, 언젠가 닿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내포한 은유가 된다. 당장 두 인물이 거리를 좁혀 물리적인 접촉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거리감 속에서 감정의 진폭을 어떻게 키워가는지에 초점을 두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첫사랑의 감정은 한 걸음 잘못 디디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만 같은 긴장 위에 세워진다.

다시 영화로 돌아오자면, 이 지점이 제시되고 난 후에도 영화는 두 사람에게 결정적인 기회나 순간을 쥐여주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두 인물 사이의 관계 자체는 보통의 청춘 로맨스물과 별로 다르지 않지만, 서사만큼은 친구와 연인 사이의 교묘한 틈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확연히 내몰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뜻이다. 양쓰훠의 편지와 쉬녠녠의 대학 입시 성적과 관련한 내러티브들이 여기에 속한다.

04.
다만 한 가지, 영화가 처음에 보여주었던 장르적 공식을 벗어나려는 시도와 달리, 남성 인물이 여성 인물의 도움을 받아 성공에 도달한다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문법만큼은 반복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내 말썽만 부리던 양쓰훠가 쉬녠녠의 도움을 받아 대학 입시에서 크게 성공하고, 반대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쉬녠녠이 실패를 겪게 되는 설정은 두 인물을 갈라놓기 위한 극적 장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전개는 여성을 여전히 남성 성장 서사의 보조 축으로 머물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가 성 역할 구도를 재구성하려는 고민에 끝까지 도달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특히 초중반 부에서 쉬녠녠이 당당하고 능동적인 여성 인물로 그려졌던 만큼, 이 결말은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첫사랑 엔딩>은 분명 첫사랑의 순수함을 그리면서도 전통적 멜로드라마의 관습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보인다. 초반부에서 쉬녠녠이 보여주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모습은 그러한 시도의 일부로 읽힌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 힘이 끝내 관계의 균형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남성 인물의 성장 서사 속에서 소모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결국 영화는 순수한 감정의 탄생과 흐름을 섬세하게 포착하면서도, 성별에 따른 관계의 권력 구조를 비틀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기존 문법의 경계를 완전히 넘어가지 못한 채 머물러 버린다.

 영화 <첫사랑 엔딩> 스틸컷
영화 <첫사랑 엔딩> 스틸컷㈜바이포엠스튜디오

05.
"청춘은 보통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시작된다. 내 청춘의 풋풋한 사랑은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제 시작인지도."

영화의 마지막에서 재회하는 두 사람은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전하지 못했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처음 교실에서 만난 두 사람의 장난스럽던 관계가 시간을 돌고 돌아 이렇게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떨어져 있었지만 각자의 궤도를 돌면서도 서로를 놓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고독과 연결의 양가성, 상대를 향해 다가가지만 대개는 끝내 완전한 하나는 될 수 없는 관계, 그것이 첫사랑의 본질이다.

준비된 서사가 모두 지나고 나서 밝혀지는 내용이 또 하나 있다. 두 사람이 교실에서 처음 마주하기 이전에 이미 같은 공간을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함께이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다가가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사랑이 단지 우연의 산물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보자면, 이 영화 속에서는 서로를 향한 두 개의 첫사랑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눈에 선명히 보이던 사랑과 조용히 머물던 사랑.

그렇기에,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은 단순한 로맨스의 해피엔딩을 넘어선다. 발사된 로켓이 하늘을 가르며 멀리 사라지는 동안, 그들의 표정에는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온 감정의 궤적이 겹쳐 있다. 처음 교실에서의 장난스러운 시선,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마주하게 된 지금까지의 시간이 하나의 긴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제 이 영화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사랑이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시간의 축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마지막 웃음은 단순히 관계의 회복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도 함께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그리고 그것이 주는 훨씬 더 선명한 가능성으로 남는다.
영화 첫사랑엔딩 중국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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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