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녀>의 한 장면.
베니스영화제 제공
현장에서 서기는 배우들에게 일부 연기를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쥬엠 바바의 건의로 시대 배경을 현대가 아닌 1988년으로 잡은 것도 신의 수였다. "서기 감독님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며 "집 안에서 롱테이크 장면을 찍을 때 마치 수년간 그 집에 있던 사람처럼 아이들을 챙기고 일터에 나가는 엄마를 표현해야 했는데 감독님의 조언으로 다른 배우들과 춤추듯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춘기 소녀 샤오리를 연기한 샤오 잉바이 또한 "마치 난민 숙소처럼 좁은 집에서 연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자체로 긴장감이 생기더라"며 "공감 능력이 크고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라 기쁘고 밝은 장면이든 어둡고 힘든 심리 묘사든 잘 몰입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 세부 묘사가 잘 돼 있었고 감독님도 연기 때 세심하게 도와주셨다"고 보탰다.
17세에 모델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 3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다가 48세 나이로 연출 데뷔를 알린 서기는 이 자리에 자신을 있게 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을 멘토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자객 은섭낭> 때 일화를 들며 서기는 "이젠 연기보단 연출에 더 관심이 간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제 한계를 시험해왔다. 암살자 연기를 할 땐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상대를 죽이는 장면에서 수천 번 연습하다가 허리가 망가질 정도였다. 어느 날 같은 장면을 50번 넘게 찍었을 때 감독님께 물었다. 혹시 내가 잘못하고 있냐고. 근데 감독님은 제 연기는 좋았는데 본인께서 답을 못 찾은 것이라 하시더라. 그때 배우의 연기는 연출이 책임져야 한다는 걸 배웠다."
영화 <소녀>로 가족 내에 존재하는 폭력과 소녀의 가능성을 짚은 서기 감독은 자신의 과거와도 화해했음을 고백했다. "아마 어머니께서 이 영화를 보시면 내내 울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어머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던 서기는 "아직 용기가 없어서 어머니를 시사에 초대하진 못했다. 어머니가 울기 시작하면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몰라서인데, 아마 그냥 껴안고 함께 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제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성취의 순간에 어머니가 함께하시리라 믿는다. 사람은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배우로 여러 활동을 했는데 감독이 된 지금, 이 영화가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희망을 주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영화 <소녀>는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의 초청을 받았다. 서기는 배우들과 함께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영화 <소녀>로 감독 데뷔를 알리며 제8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서기.AS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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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