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직전 고척돔 무대만오천 명이 운집한 공연장,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열기가 달아올랐다
김윤희
KBS는 콘서트 전 '내 마음 속 조용필 명곡 PICK!'이라는 또 다른 이벤트를 열었다. 꼭 듣고 싶은 명곡 순위를 뽑는 이벤트였는데 TOP10 중 1위는 '단발머리'였다. 이 가운데 7위에 오른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이번 무대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2024년 12월 그의 20집 발매 콘서트에서도 이 곡을 불렀지만, LED 대형 화면 연출과 편곡은 이번과 크게 달랐다. 2024년엔 부산항 풍경을 담은 영상과 압도적인 록 리듬으로 강렬한 무대를 꾸몄다. 하지만 올해는 기타 반주에 실려 애잔하게 흘렀고 흑백 영상이 나오더니 사람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단서는 가사에 있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바로 '그리운 내 형제'다. 민속학자 유승훈의
<부산은 넓다>(2013, 48쪽)에 따르면 이 형제는 '재일동포'를 가리킨다고 한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김성술이 부른 '돌아와요 충무항에'를 재취입한 곡이었다. 실연으로 끝난 첫사랑을 회상하는 원곡과는 달리 조용필의 버전은 굴곡진 근대사의 단면을 노래했다.
1965년 박정희 정부는 차관을 받는 선에서 한일협약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부관 페리호의 운항이 결정되었고 이 뱃길을 따라 일본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틈에는 망향의 한을 품었던 재일동포들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을 추종하던 조총련계는 대부분 고향이 남한이었음에도 신변의 안전이 우려되어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조용필의 콘서트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 LED 화면에서 슬퍼하던 이들은 조총련계 동포들이었다. 이들의 귀향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에 화해 기류가 조성되면서 가능해졌다. 그들은 마침내 부산항에 발을 디디며 사무친 한을 풀었고, 목이 메도록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를 부르며 감격스러운 상봉을 나눴다. 조용필의 노래는 단순한 유행가를 넘어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에게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정체성의 노래였다.
콘서트 제목 '이 순간을 영원히'는 바로 그런 공적 순간과 개인적 치유의 순간을 겹치게 한다. 광복 80주년이라는 국가적 '순간'과 개인적 치유의 '순간'이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가수가 조용필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일제 식민지하에서 강제 동원되거나 살기 위해 연락선 난간 머리에 기대어 부산항이 점이 될 때까지 지켜보았을 사람들이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며 부산항에 들어섰던 그 순간. 낮에는 미싱 앞에서 밤에는 야학의 형광등 아래서 여공의 꿈이 영글어가던 그 순간. 조용필의 노래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흘러왔다.
'내 10~20대로 통하는 문의 열쇠' 조용필
▲고척동 먹자골목‘그라운드 고척’이라 불리는 먹자골목의 가게들이 조용필의 노래를 틀며 팬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김윤희
콘서트를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났지만, 내 영혼은 아직도 조용필 노래와 팬들로 북적이던 고척동 먹자골목과 콘서트장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다. 콘서트를 손꼽아 기다리며 예상 선곡 리스트를 뽑아 신랑과 열창하던 그 모든 밤이 그립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여운은 달콤쌉싸름하다. 이제는 10월 6일 추석 연휴에 방송될 그의 콘서트에서 혹시 1열에 있던 우리 부부가 나올지 확인하는 낙(樂)이 남았다.
'조용필과의 특별한 추억'에 관한 사연에 그의 노래는 내 10대, 20대로 통하는 문을 여는 열쇠라고 썼다. 그의 노래가 시작되면 밥 먹으라고 소리치던 젊디젊은 우리 엄마, 목침을 베고 누워 텔레비전을 보던 아버지(두 분 다 돌아가셨다), 그 옆에서 깔깔대던 중학생 시절 나의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조용필의 음악적 항해는 1960년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관성에 저항하며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직 닻을 내리지 않은 그의 여정처럼, 그는 계속 노래해야 한다. 그가 노래하는 한 우리의 청춘은 영원할 것이고, 우리는 그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계속 나아갈 것이다.
▲응원봉고척돔을 환히 밝힌 수많은 응원봉들처럼, 조용필의 여정을 응원한다.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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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1열 직관'의 여운, 10월 6일 또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