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F1 더 무비
< F1 더 무비 >가 소니의 성장극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한다기보다 그는 애초에 방랑하는 사람인 탓이다.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끔찍한 사고를 겪고 F1 레이싱에서 튕겨 나왔으나 트라우마가 그의 삶을 잡아먹지는 않았다. 운전석에 앉지 못하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대담하게 차를 몰고 과감한 주행으로 집요하게 승리를 쟁취한다. 자꾸 무엇인가 깨닫고 성장하는 영화들(예를 들어 슈퍼히어로 장르)에 질려버린 관객들에게 <F1 더 무비>는 '생긴 대로 살아도 좋다',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삶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관객이 달릴 < F1 더 무비 >라는 코스는 소니의 욕망에 따라 설계되어 있다. 운행이라는 경험이 생소한 비행기와 달리 자동차는 누구에게나 라이센스가 열려있다. 비록 F1은 전 세계에서 20명에게만 허락된 운전석이지만 아이맥스 카메라를 차체에 16대나 설치하고, 실제 경기가 펼쳐지는 예선 사이에 촬영하며 현장감 넘치는 관객의 반응까지 담아냈다. 스마트폰 보급의 1등 공신인 애플의 주도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6인치 스마트폰으로 보는 1분짜리 쇼츠로는 절대 즐길 수 없는 스펙터클을 연료로 삼아 달린다.
3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된 스펙터클이 전부가 아니다. 반짝 뜨고 지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30년 넘게 슈퍼스타로 각인된 브래드 피트가 조종석에 앉았다. 존재감 자체가 영화가 된 배우가 직접 핸들을 잡고 코너 가속에 따라 표정을 찡그리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시네마다. 칼같이 교통법규를 지키고 경제운전을 신조로 하는 삼는 드라이버라도 뻥 뚫린 고속도로를 마주하고 BPM 높은 음악이 함께 한다면 엑셀을 끝까지 밟아보고 싶은 질주 본능이 < F1 더 무비 >가 도착하려는 결승선이다.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간다는 의미
▲스틸컷F1 더 무비
155분에 달하는 < F1 더 무비 >의 상영시간 전체가 매끈하게 포장된 것만은 아니다. 관객의 코스 이탈을 우려하게 만드는 장애물도 곳곳에 숨어있다. F1 최대의 흑역사가 주요 소재로 사용된 것이 하나의 사례다. 고의로 사고를 내서 팀 동료의 우승을 도운 '크래시 게이트'를 마치 선수와 팀이 활용할 수 있는 묘책으로 표현한 것은 영화를 보고 F1에 입문하려는 관객들에게도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미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루이스 해밀턴이 감수를 했음에도 반세기가 넘는 역사에서 가져올 극적인 소재가 채택되지 않은 부분은 두고두고 아쉽다.
다만 영화적 허용이라는 필터와 함께 < F1 더 무비 >가 영화와 레이싱이 공유하는 '열정'이라는 엔진까지 꺼지지 않기에 완주까지는 무리가 없다. F1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약 9개월간 이어지는 24번의 레이스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1~2주에 한 번꼴로 세계 각지의 도시를 이동해 서킷마다 차고를 꾸려야 한다.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끔찍한 일과 삶의 균형에서 가족을 꾸리기도 포기하는 레이서와 크루들의 미친 열정이 세계 3대 스포츠를 이끄는 엔진이다.
영화제작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제는 이름 자체가 할리우드인 대스타 브래드 피트가 지구에서 하나뿐인 운전석에 앉아 있지만, 아무리 잘난 배우도 혼자서는 영화를 만들 수 없다. <탑건 매버릭>보다도 1억 달러가 더 들었다는 3억 달러에 달하는 대작을 위해 세트를 만들고, 부수고, 짓고 부셨을 영화 스태프들의 보이지 않는 열정이 영화라는 매체를 지탱한다. 브래드 피트의 잘생긴 얼굴보다 스태프들의 손길에 더 많은 시선을 둔다. 어쩌면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간다는 의미는 방해받지 않고 그들의 열정에 온전히 즐기려는 일인지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