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안타 1볼넷' 허경민, '가을 사나이'가 깨어난다

[KBO리그] 3일 롯데전 5타수 5안타 1볼넷 2득점 맹활약, kt 공동 4위 도약

 kt 위즈 허경민
kt 위즈 허경민kt 위즈

kt가 안방에서 상대 실책에 힘입어 롯데에게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때려내며 9-8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만들었다. 전날 NC 다이노스에게 당한 4-9 패배의 아픔을 이겨낸 kt는 롯데를 6위로 떨어트리며 이날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에게 3-4로 덜미를 잡힌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공동 4위로 올라섰다(63승 4무 61패).

Kt는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6이닝 2실점으로 시즌 14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가운데 손동현과 이상동이 무너지며 동점을 허용했지만 김민수와 박영현이 8, 9회를 잘 막으며 끝내기 승리를 견인했다. 타선에서는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장성우가 3안타(2홈런) 3타점 3득점을 폭발했고 1번 3루수로 출전한 허경민은 6번의 타석에서 5안타 1볼넷을 기록하면서 '가을 사나이'의 면모를 드러냈다.

가을만 되면 완전 변모하는 선수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야구는 꽃이 피는 봄에 시작해 무더운 여름에 순위 싸움이 절정에 달하고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가을에 우승팀이 결정된다. 물론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기복 없이 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승을 노리는 구단들은 이왕이면 가을에 강한 선수들을 선호한다. 그리고 KBO리그에는 가을만 되면 유난히 강해지며 '가을 사나이' 또는 '미스터 옥토버'로 불리는 선수들이 존재했다.

야구팬들에게는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고 유두열에게 허용한 결승 3점 홈런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 있지만 재일교포 좌완 김일융은 KBO리그에 등장한 '원조 가을 사나이'였다. 김일융은 가을야구에서 통산 9경기에 등판해 4번의 완투(1완봉)를 포함해 6승 1패 평균자책점 1.40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남겼다. 김일융은 7차전 패전 투수가 됐던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이 따낸 3승을 모두 책임졌다.

루키 시즌에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던 김정수는 '가을 까치'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가을야구에서 던지기 위해 태어난 선수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8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정수는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32경기에 등판해 7승 6패 1세이브 2.87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특히 가을야구 7승을 모두 한국시리즈에서 기록한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승 투수이기도 하다.

SSG 랜더스의 2군 감독으로 재직하고 있는 박정권은 현역 시절 단 하나의 개인 타이틀이나 골든글러브 수상 경력도 없었다. 하지만 가을만 되면 전혀 다른 선수로 변모하는 박정권은 포스트시즌 통산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296 11홈런 40타점 2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926을 기록했다. 실제로 박정권이 활약했던 시절 SK팬들은 "대한민국의 4계절은 '봄-여름-정권-겨울'로 나뉜다"고 했을 정도였다.

'가을 DNA' 하면 두산 베어스의 중견수 정수빈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정수빈은 2024년까지 프로 16년 동안 10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통산 82경기에서 타율 .295 86안타 4홈런 34타점 50득점 11도루 OPS .789를 기록했다. 특히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했음에도 지명타자로 출전해 14타수 8안타(타율 .571)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면서 한국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가을야구 통산 타율 .315 허경민의 각성

광주일고 시절 청소년 대표 주전 유격수로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에 기여한 허경민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허경민은 입단 초기 손시헌(SSG 수비코치)과 김재호(SPOTV 해설위원)에 가려 백업을 전전하다가 2015년 3루 자리를 차지했고 그해 가을야구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은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3개)을 세웠다.

허경민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두산의 붙박이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면서 10년 동안 연평균 127.6경기에 출전하는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2018년에는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3루수 부문 수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0시즌이 끝나고 계약 기간 4+3년 총액 85억 원에 두산과 FA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허경민이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허경민은 2024년 시즌이 끝난 후 두산과의 옵션을 실행하지 않은 채 FA를 선언했고 kt와 4년 총액 40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며 프로 데뷔 후 첫 이적을 선택했다. 허경민은 kt에서의 첫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햄스트링을 다치며 25일 동안 1군에서 자리를 비웠고 전반기를 타율 .265 2홈런 18타점 26득점으로 마쳤다. 40억을 투자해 영입한 FA선수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활약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허경민은 순위 경쟁이 치열해진 후반기에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했고 후반기 37경기에서 타율 .314 1홈런 14타점 14득점 2도루를 기록하며 성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 특히 3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1번 3루수로 출전해 6번의 타석에서 5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으로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끝내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허경민은 전날까지 .274였던 시즌 타율을 하루 만에 .284로 끌어 올렸다.

허경민은 두산 시절 포스트시즌 통산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315 75안타 1홈런 26타점 42득점 11도루OPS .792로 가을에 유독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허경민은 올해도 여지없이 가을이 가까워질수록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아직 치열한 순위 경쟁이 벌어지는 만큼 가을야구 진출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kt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허경민은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 사나이'의 면모를 뽐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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