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탈락' BNK, 고개 숙인 'WKBL 챔피언'

[여자프로농구] 2025 박신자컵 조별리그에서 3연패로 탈락 확정

반환점을 넘긴 2025 박신자컵에서 첫 번째 토너먼트 탈락자가 나왔다.

하상윤 감독이 이끄는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 BNK 금융 박신자컵 조별리그 A조 BNK썸과의 경기에서 68-66으로 승리했다. 대회 개막 후 스페인의 카사데몬트 사라고사에게 70-77, 일본의 후지쯔 레드웨이브에게 57-68로 패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던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WKBL 우승팀 BNK에게 16점 차의 열세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두며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삼성생명은 이날 이해란과 키아나 스미스, 이주연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결장했고 에이스 배혜윤도 단 11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6년생 신예 최예슬이 11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김단비가 3점슛 3개를 포함해 11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삼성생명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반면에 개막 후 내리 3연패에 빠진 BNK는 올해 박신자컵에 출전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4강 토너먼트에서 탈락했다.

공격적인 전력 보강으로 창단 첫 우승

 BNK는 지난 시즌 과감하고 공격적인 전력 보강을 통해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BNK는 지난 시즌 과감하고 공격적인 전력 보강을 통해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한국여자농구연맹

2023-2024 시즌 우리은행이 통산 13번째 우승을 차지한 후 여자프로농구는 큰 혼란에 빠졌다. 우리은행의 2연속 우승을 이끈 주전 5명 중 김단비를 제외한 4명이 동시에 FA자격을 얻었고 2023-2024 시즌 8관왕의 주인공 박지수(KB스타즈)가 시즌이 끝나자마자 해외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양강'으로 군림하던 우리은행과 KB에게는 큰 위기였지만 반대로 나머지 구단들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혼란의 틈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구단은 바로 BNK였다. 2022-2023 시즌 창단 후 첫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다가 2023-2024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경험했던 BNK는 FA시장이 열리자마자 2022-2023 시즌 득점왕 김소니아와 계약 기간 3년 연봉 총액 4억 원, 통산 9개의 챔피언 반지를 보유한 베테랑 박혜진과 계약 기간 3년 연봉 총액 3억 2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여기에 내부 FA였던 포인트가드 안혜지도 계약 기간 3년 연봉 총액 3억 1000만 원에 잔류 시켰고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2순위로 1992년생 베테랑 이이지마 사키(하나은행)를 지명했다. BNK는 FA 자격을 얻은 주전센터 진안이 하나은행으로 팀을 옮겼지만 보상선수 신지현(신한은행 에스버드)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박성진, 변소정 같은 젊은 선수들을 데려오며 알찬 비 시즌을 보냈다.

전력이 몰라보게 강해진 BNK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19승 11패를 기록하면서 우리은행(21승 9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BNK는 플레이오프에서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삼성생명을 만나 1, 2차전을 먼저 따내고 3, 4차전을 내줬지만 안방에서 열린 5차전에서 70-58로 승리하며 챔프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챔프전에서는 우리은행에게 3연승으로 2년 전 패배를 설욕하며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경험 많은 박혜진과 이이지마가 팀의 중심을 잡은 BNK는 김소니아와 이소희가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정규리그 3점슛 성공률이 27.3%에 불과했던 안혜지가 챔프전 3경기에서 12.67득점 6.33어시스트와 함께 36.8%의 확률로 7개의 3점슛을 적중 시키면서 챔프전 MVP에 등극했다. 박정은 감독은 WKBL 최초, 한국 프로 스포츠 역사에도 V리그의 박미희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팀을 우승 시킨 여성 지도자가 됐다.

주전 대거 빠진 삼성생명에게 대역전패

 박정은 감독은 안방에서 열린 2025 박신자컵에서 3연패 조기 탈락이라는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게 됐다.
박정은 감독은 안방에서 열린 2025 박신자컵에서 3연패 조기 탈락이라는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게 됐다.한국여자농구연맹

BNK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규정상 우승의 주역이었던 아시아쿼터 이이지마와 결별했지만 우승 전력 대부분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BNK뿐 아니라 지난해 비 시즌은 FA 시장에서 이적 선수가 한 명도 없었을 정도로 유난히 조용했다).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한 박지수가 1년 만에 KB로 복귀한 것이 위협적이지만 BNK에게는 이번 시즌에도 챔프전 2연패를 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부터 해외 팀을 초청하면서 대회 규모가 커진 박신자컵은 올해 스페인의 사라고사와 헝가리의 DVTK 훈테름을 포함해 총 10개 구단이 출전해 자웅을 겨룬다. 특히 이번 대회는 BNK의 홈구장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리고 BNK의 모회사 BNK 금융그룹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다. 2025-2026 시즌의 예행연습이라는 기존 취지와 별개로 BNK에게는 분발해야 할 또 하나의 명분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올해 박신자컵에서 BNK는 지난 시즌 WKBL 우승팀의 자존심을 전혀 지키지 못하고 있다. 8월 30일 후지쯔와의 개막전에서 주전 선수 대부분이 25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기록하고도 52-62로 패한 BNK는 31일 우리은행과의 지난 시즌 챔프전 리턴매치에서도 55-66으로 패했다. 공수를 겸비한 베테랑 박혜진이 결장한 이날 BNK는 우리은행에게 9개의 3점슛을 허용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BNK는 2일 똑같이 2연패에 빠진 삼성생명을 상대로 3쿼터까지 58-42로 16점 차의 여유 있는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BNK는 4쿼터에서 삼성생명에게 26점을 허용하는 동안 단 8점 밖에 넣지 못하며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로써 BNK는 오는 4일 사라고사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4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WKBL 챔피언의 허무한 조기 퇴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BNK의 박정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박혜진과 안혜지 등 주력 선수들을 무리하게 출전 시키지 않았다. 여기에 무릎 수술을 받은 아시아쿼터 나카자와 리나가 지난 8월초 BNK와 결별하면서 선수 운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박지수가 결장한 KB는 이번 대회 2승 1패로 선전하고 있다. 주축 선수의 결장과 출전 시간 관리가 올해 박신자컵에서 BNK가 부진한 핑계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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