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회 베니스영화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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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이 이 세상 문제에 해결책을 제공한다는 기대는 버리십시오. 현 세계의 복잡성은 간단한 답으로 수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영화는 질문하고, 다층적 시선을 제공하며 개인·사회·정치적 조건의 모호성을 끊임없이 환기합니다.'
제82회 베니스영화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소개하는 서문에서 영화의 위기를 언급했다. OTT 플랫폼의 강세, 극장 관객수의 급감, AI 등장으로 인한 영화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의 불확실성 등을 말이다. 동시에 그는 영화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프랑스 급진파 영화감독 자크 리베트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들에게 영화는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높은 차원의 '폭력'이라며 영화 예찬론을 한껏 펼쳤다.
영화제가 한창인 2일 오전(현지시각 기준) 영화제 사무국이 자리한 베니스 리도섬의 '팔라쵸 델 시네마'에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수행, 이후 토리노 국립 영화 박물관 관장으로 부임했다가 지난 2012년부터 베니스영화제에 복귀했다. 2000년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훈장 예술·문학기사장(Chevalier des Arts et des Lettres)을 받았고,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0인'에 꼽히기도 했다.
할리우드와 한국영화의 열풍
그의 복귀 이후 베니스영화제는 급부상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했지만 영화 종주국 프랑스의 칸영화제에 인지도나 프로그램 면에서 다소 밀렸다면, 베니스영화제는 OTT 플랫폼 작품과 할리우드 및 스타 배우 작품들을 적극 초청하며 화제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와 더불어 <로마>(2018), <노매드랜드>(2020), <가여운 것들>(2023), <브루탈리스트>(2024) 등 베니스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들이 미국 오스카상 주요 수상작이 되면서 오스카 레이스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올해엔 할리우드 배우 엠마 스톤,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보기 위해 행사장 주변이 인산인해였고, 드웨인 존슨 또한 국제영화제 첫 나들이를 베니스에서 경험하며 영화제 흥행에 일조했다. 특히 올해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친절한 금자씨> 이후 20년 만에 경쟁 부문 초청을 받았고, 출연 배우인 이병헌이 국제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현지 관객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다. 칸영화제의 단골손님이었던 탓에 '깐느 박'이라는 별명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웃으며 알고 있다고 끄덕였다.
"우린 영화제 준비를 위해 1년 내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발굴한다. 베니스영화제의 위상은 충분히 강력하기에 매년 주목할 만한 작품에 접근할 수 있고, 그중 최상의 작품을 선별할 수 있다. 올해만 해도 약 80편의 월드 프리미어를 상영한다. 아주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오늘날 가장 존경받는 신작 대부분이 베니스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경향성, 신인 감독, 촬영 분야에서의 새로운 시도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올해 영화제 라인업이 매우 만족스럽다. 현재의 영화 상황을 매우 국제적인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박찬욱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복귀를 기다려왔다. 그의 신작을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어쩔수가없다>는 상영 이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봤을 때 황금사자상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관객과 평론가 모두의 반응이 대단했다. 프리미어 상영 때 기립박수는 물론이고 리뷰 역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다. 전 박찬욱 감독이 아주 강렬하고 흥미로운 복귀를 했다고 생각한다."
▲제8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어쩔수가없다> 레드카펫 행사 당시 박찬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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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선 유럽 거장들과 영화인들, 시민들이 주축이 된 국제 문제 관련 목소리도 있었다. 영국의 켄 로치 감독,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 등이 포함한 '베니스포팔레스타인(Venice4Palestine)' 연대의 공개 서한이 영화제에 전달됐고, 지난 8월 30일 리도섬에선 이탈리아 팔레스타인 협회(ANPI: National Association of Italian Partisans)가 주최한 시위가 있었다.
가자지구에서 이어지는 집단 학살 반대에 연대할 것을 촉구하며 영화제 측이 입장을 내야 한다는 요구였다. 영화제 측은 공식 입장 표명은 거부했지만 경쟁부문엔 튀니지 출신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를 초청하며 공론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 4월 이스라엘 군 폭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소녀의 실화를 다룬 극영화다.
"영화제는 대화와 토론을 위한 공간이다. 전 세계 다양한 목소리를 환영하며, 특정 예술가를 보이콧하진 않는다.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창작자라고 해도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전쟁과 위기가 가득한 위험한 시대다. 우리는 문화가 이런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도구라고 믿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는 영화제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될 주제라고 예상했다. 전쟁과 학살을 멈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영화제는 정치적 성명을 내지 않는다. 공공적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멈추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은 제공한다."
지속가능한 영화제를 위해
아무리 좋은 취지의 국제 행사라도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없으면 쉽게 위기에 빠질 것이다. 미술, 건축, 무용, 연극 등 주요 문화 행사를 비엔날레 본부에서 총괄하며 부문마다 집행위원장을 두어 운영하는 형식이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위원장은 "영화제의 경우 전체 예산의 절반 가량을 이탈리아 문화부가 지원하고 있다"며 "영화제 자부담과 공적 지원의 균형이 아주 중요하다"고 짚었다.
"자부담 예산에서 티켓 판매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이다. 제가 베니스로 온 2012년엔 약 3만 5000장의 티켓판매가 있었다면, 지난해엔 9만 장 이상을 판매했으니 세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나머진 민간 후원을 받는다. 이렇게 우린 공적 보조금과 민간 자금, 티켓 판매 사이에서 안정적인 균형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영화제 운영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반이 되고 있다."
그가 서문을 통해 언급한 영화의 위기 시대를 되물었다. 이런 상황에 영화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법 긍정 답변을 내놓았다.
▲제82회 베니스영화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ASAC
"전 세계 영화제들, 특히 국제적 영화제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산업은 현재 큰 변화의 국면에 와있다. 새로운 경계에서 인공지능(AI)이 영화 제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게 얼마나 크고 깊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 영화제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영화제는 새로운 영화와 신인 감독,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이다. 먼 나라에서 온 작품들이 효과적인 방식으로 홍보할 수도 있다. 관객들에겐 새로운 영화에 대한 열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물론 현재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OTT로 영화를 보고 극장을 찾지 않는 건 큰 문제다. 영화는 본래 큰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경험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베니스영화제 같은 국제영화제에 오는 관객들은 최고 수준의 상영 환경에서 작품을 접하게 되고 그게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경험이란 걸 깨달을 것이다.
전 이런 과정이 다시 관객을 전통적 영화 관람 방식으로 돌려놓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한 영화제는 동시대 영화의 흐름과 혁신, 그리고 영화가 직면한 문제를 한눈에 보여주는 자리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영화제는 오늘날 영화의 문제와 동시에 그것이 스스로 새로워지는 능력을 사진처럼 담아내는 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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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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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박찬욱 베니스 복귀 환영, 황금사자상 가장 강력한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