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스틸컷
필름다빈
붕괴된 시장, 사라진 삶
<부재>는 중국의 부동산 붕괴, 부동산 업체들의 욕망과 불법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자연스레 내보인다. 그러나 그 방식은 우리가 통상 이러한 주제의 작품에서 흔히 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영화 속 개발업체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조연으로, 그들이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고 불법을 자행하는지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유의 동료이고 상사이며 지인으로서, 또 홍과 같은 이들의 항의에 면피하는 모습으로만 그려낼 뿐이다.
오히려 영화는 건설이 중단되고 흉물처럼 남은 시멘트 구조물을 배경으로, 그곳에 들어가 살기로 선택하는 유와 홍, 그리고 그 딸의 모습을 잡아낸다. 자본의 실패가 폐허로 남겨둔 그 자리를 스스로 들어가 삶의 터전으로 구축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영화 <부재>의 후반을 이룬다. 영화의 제목인 '부재'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처음엔 영화 속 유가 감옥에서 보낸 10년여의 시간이 홍에게 남긴 부재가 제목으로 이어진 듯 보이지만, 또 유의 곁에 보이지 않는 가족이며 의지처의 존재가 역시 부재를 상기하게 하지만, 그보다 중하고 적확한 의미가 차츰 제 모습을 드러낸다.
지어지다 만 아파트는 시멘트 구조물로 남아서 도시를 더욱 폐허처럼 보이게 한다. 인부들은 돈을 받지 못해 일을 하지 않고, 사업자는 돈을 융통하는 대신 책임을 회피하고 떠나간 지 오래. 버려진 아파트는 주민이 되기를 꿈꾸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배신한 상징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그건 그대로 자본과 권력, 정치와 시장의 실패다. 그러나 이 영화 어디서도 그에 대한 책임이, 그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유나 홍과 같은 작은 사람들이 기댈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들은 직접 시멘트 구조물 안에 들어가 커튼을 달고 장판을 깔아 삶을 꾸려가기로 하는 것이다. 마치 석기시대 인간들이 동굴에 터를 잡았듯.
<부재>는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음을 드러낸다. 두 사람의 결핍으로부터 '부재'를 부각하는 듯 보이는 이 영화가 진실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다 사회적 주제, 국가적 책임이란 게 서서히, 또 은근하게 드러나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기술적, 군사적, 또 자본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오늘이 여전히 척박하게 느껴지는 건 랑 우 감독과 같은 이의 물음이 이처럼 은은한 방식으로 말고는 제기될 수 없는 현실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는 그가 자의든 타의든 멈추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원한다. 그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알아서다.
▲부재포스터필름다빈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