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 개막으로 보는 한국 영화 현주소

[여기는 베니스] <어쩔수가없다> <부고니아> 활약이 하나의 마중물 될 것

"극장으로의 관객 회귀가 더딘 현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지배,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영화 제작 편수로 인한 전체적 완성도의 저하, 그리고 제작·배급 전반에 불안과 부분적으로만 정당화된 우려를 드리우고 있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제 더 길게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아는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매력과 끌림을 지닌 영화들입니다."

제82회 베니스영화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의 이 서문이 어쩌면 한국영화 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가 겪는 공통의 현실일 것이다. 27일 오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에서 개막하는 베니스영화제는 이 불확실한 현재를 관통하는 한국 영화의 현 주소를 가늠할 장이 될 전망이다.

박찬욱 감독이 3년 만에 내놓는 신작 <어쩔수가없다>와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 CJ ENM과 미국 현지 제작사(엘리먼트 픽처스, 스퀘어 페그)의 합작 리메이크작 <부고니아>가 경쟁 부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25일,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에서는 베니스 영화제 개최를 위한 막바지 준비가 진행 중이다.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2025년 8월 27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린다.
2025년 8월 25일,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에서는 베니스 영화제 개최를 위한 막바지 준비가 진행 중이다.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2025년 8월 27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린다.EPA/연합뉴스

수상 가능성 높은 이유

<어쩔수가없다> 또한 CJ ENM 투자라는 점을 기억하면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 두 작품의 활약이 한국영화에도 자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이은 대작의 흥행 실패로 CJ ENM을 비롯한 주요 투자배급사들의 작품 개발이 급감, 당장 내년 라인업이 불투명한 현실을 상기하면 베니스영화제에서의 성과가 영화의 존재의미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 신작이 수상하지 못했고, 이어 칸영화제에도 공식 경쟁 부문에 한국영화가 초정 받지 못했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은 김기덕 감독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며, 박찬욱 감독 개인에 국한하면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2004,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부문), <친절한 금자씨>(2005, 경쟁 부문)에 이어 20년 만에 경쟁 부문 진출이다. <친절한 금자씨>는 당시 비공식 수상에 해당하는 젊은 사자상을 받았다.

<부고니아>와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영화제 초반 목요일(28일)과 금요일(29일) 저녁 시간에 프리미어로 상영한다. 관객과 영화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황금 시간대이며, 베니스영화제와 협력 관계인 토론토영화제가 바로 이어 개막(9월 4일)하기에 주요 영화인들의 동선을 고려해 초반에 상영시간을 배정하는 게 관행이기 때문. <어쩔수없다>가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는다면 <피에타> 이후 13년 만의 경사다. 시상식은 9월 6일 열릴 예정.

 <어쩔수가없다> 공식 포스터.
<어쩔수가없다> 공식 포스터.CJ ENM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엔 앞서 두 작품을 포함 총 21개 작품이 포진했다.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프랑켄슈타인>, 노아 바움백 감독 <제이 켈리>,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등이 상영된다. 프랑스 가장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더 스트레인저>, 이탈리아 대표 주자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의 <빌로우 더 클라우드>도 같은 부문에서 경쟁한다. 각 감독들이 베를린영화제나 미국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자기도 하기에, 대진만 놓고 보아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집행위원장이 OTT 플랫폼의 지배현상을 짚긴 했지만 경쟁 부문에 넷플릭스 영화가 세 편이나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켄슈타인>과 <제이 켈리>, 케스린 비글로 감독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가 그것이다. 베니스영화제는 칸이나 베를린에 비해 일찌감치 OTT 플랫폼 영화를 대거 수용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로마>는 2018년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라지만 가자지구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도 영화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영화인들이 주축이 된 '베니스포팔레스타인'(Venice4Palestine) 연대에선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영화제 측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영화제 측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경쟁 부문에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포진한 건 반가운 소식이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 이스라엘 군 폭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소녀의 실화를 다룬 극영화다.

베니스영화제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실상 오스카상 시상식의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공식 부문에 초청된 영화들 중 약 90여 개가 미국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고, 그중 20여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밖에 베니스영화제 연계 행사인 이머시브(가상 및 증강 현실 영화) 경쟁 부문엔 최민혁 감독 <8시와 고양이>가 초청됐다. 해당 부문엔 총 27개국 69개 작품이 상영된다.

제82회 베니스영화제는 27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다. 개막작은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라 그라치아>며 폐막작은 프랑스 감독 세드릭 히메네스의 <키엔 51>이다.




베니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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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