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마' 재생 버튼 앞에서 내가 망설인 까닭

[리뷰] 넷플릭스 <애마>

넷플릭스 '애마' 재생 버튼을 누르려는데 멈칫했다. '봐도 되나?' 하는 물음표가 내 손가락을 막아섰다. 사춘기 시절로 돌아간 기분까지 들었다. '후방주의'라는 인터넷 밈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었던가. 집에 혼자 있음에도 괜히 뒤통수가 서늘하다.

19세 관람 불가라는 표시가 유독 선명하게 들어왔다. 나는 이미 40대 중반임에도 '애마'라는 두 글자가 주는 무게감이 있었다. 그 무게감이 주는 묘한 주저함의 정체가 무엇이었을까.

사실 한국 사회는 유독 '성'에 대해 예민하고 보수적이다. 성적인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특히 공적인 공간에서 '성'이 다뤄지는 것 자체에 큰 불편함을 느낀다.

한국 영화계 흔든 영화 <애마부인>

 1982년 애마부인이 개봉되었고 큰 흥행을 기록했다.
1982년 애마부인이 개봉되었고 큰 흥행을 기록했다.넷플릭스 '애마' 예고편 갈무리

영화 <애마부인> 속 주인공 애마는 유부녀다. 외도를 일삼던 남편이 어느 날 과실치사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주변의 만류에도 그녀는 틈틈이 옥바라지를 한다. 하지만 성적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갈등하게 되고, 결국 옛 애인을 만나 불륜을 저지른다. 또한 우연히 만난 미술학도와도 사랑을 나누게 된다. 물론 마지막에는 특사로 출감한 남편에게 돌아가는 선택을 하면서 끝이 난다.

군부 독재로 혼란했던 시기, 검열과 통제가 일상인 상황 가운데 스크린에서나마 욕망을 드러낸 시대의 아이콘이 바로 애마부인이었다. 그녀는 억압된 사회가 만들어낸 모순을 꼬집는 상징과 같았다.

1980년대 초 한국 영화계를 흔든 <애마부인>은 단순한 에로 영화가 아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 속 여성의 모습은 순종과 억압의 대상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번에 넷플릭스가 '애마'를 제작했다는 건 단순한 추억 소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 사회는 깊은 유교적 전통으로 인해 유독 성에 대해 인색함을 드러내 왔다. 오랜 시간 은밀하고 심지어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특히 여성에 대한 잣대는 더욱 엄격했다. 성에 관한 이야기가 떳떳하게 공론화되지 못하니 사적인 은밀한 영역에 갇혀 버렸다. 음지에서 자라나는 독버섯처럼, 불법적으로 왜곡된 모습으로 끔찍하게 변질되기도 했다.

쉬쉬하는 문화가 만들어낸 짙은 그림자가 우리 사회를 더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성적 욕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는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의 성숙을 가로막는다. '애마'라는 제목이 주는 묘한 불편함은 이러한 집단 무의식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과거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여주인공. 뒤에 숨는 대신 장수처럼 말 위에 올라 시상식에 등장했다.
과거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여주인공. 뒤에 숨는 대신 장수처럼 말 위에 올라 시상식에 등장했다.넷플릭스 '애마' 예고편 갈무리

한국 K-콘텐츠는 현재 역사상 유례없는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계급과 자본주의의 폐해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이돌의 위상과 팬덤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성적 욕망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 <애마>가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애마부인을 보게 될 줄이야. 잠시 망설였지만, 한 번 재생 버튼을 누르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주저함 없이 시청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애마'가 글로벌 OTT 무대 위에 올랐다. 욕망의 영역까지 확장한 K-콘텐츠가 세계로부터 어떤 관심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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